2003년 6월은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구조를 공개한지 50년째되는 때여서 구글에도 이미지가 걸리고 그랬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제임스 왓슨은 이 날도 그냥 넘기지 않고 TV 시리즈물도 만들고 이것 저것 떠들썩하게 했었는데, 역시 책도 한권 냈었네요. “DNA: 생명의 비밀” 이 책인데, 왓슨이 혼자 쓴 것은 아니고, 앤드루 베리라는 글빨 좋은 사람과 같이 쓰는 바람에 아주 책이 짜임새 있고 재미있게 쓰여졌네요.
“DNA: 생명의 비밀”은 저자 이름에도 걸맞게, 생명과학에서 있어왔던 여러 사건을 다뤄왔다는 점에서 “분자생물학: 실험과 사유의 역사” [ISBN-8989418232]와 비슷한 주제인데, 책 내용은 완전히 다릅니다!. “실험과 사유의 역사”는 굉장히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를 많이 쓰면서도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과업들을 주로 다룬 반면에, “DNA: 생명의 비밀”은 아주 평이한 용어에 그림으로 가득한 쉬운 설명으로 현장감있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실제 생명과학계의 50년간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시 “이중나선” [ISBN-8970445439]에서도 그랬듯이 제임스 왓슨 정도되니 아무나 대놓고 욕도 하고, 누가 나쁜놈인지 약간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딱 보여주는 것이 통쾌합니다! 예를 들면 (물론 다른 책에서도 맨날 씹히기는 하지만) 말종 라마르크주의자인 리센코에 대해서 이렇게 썼습니다.
“”” 이중나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리센코주의자들이 보인 반응은 계몽 반대주의자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반응 그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가 반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서 두 배로 되고, 증가하기는 하지만 발달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지만, 리센코가 유전에 관해서 쓴 다른 글들과는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부합되는 듯 했다.
— 404p. “””
므흐.. 물론 리센코 말고도 셀레라 지노믹스의 크렉 벤터에 대해서도 굉장히 공격적인 어조를 택하고 있는데, 그것도 아주 볼 만하네요.. 그리고, 이 책 전체에 풀컬러 사진이 굉장히 많이 깔려있는데, 다른 책들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사진들이 아주 인포멀합니다. @.@ 해변에 놀러간 사진, 요트 타고 있는 사진, 모터사이클 위에 올라가 있는 사진 등등… 논문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뭔가 가까운 느낌이~~
가격은 좀 비싸긴 하지만, 읽을 거리도 굉장히 많고 무엇보다도 전면 풀컬러라는 점에서 (-.-;;;) 강력추천입니다. 읽고 나면 다른 생명과학 교양서적 10개정도는 뭉쳐놓은 듯한 뿌듯한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