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의 하숙생활을 청산하고 독립생활을 시작한 지 1개월. 슬슬 가사에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 요리는 단연 자취생의 로망! 그래서 요리책을 2권 사서 보고 있었는데 처음 산 책들은 정말 맛있어 보이는 사진이 가득한 책으로, 특히 재료 개수가 적어보이는 책들을 샀었습니다. 헉. 그런데, 사고나서 보니.. 이럴수가.. 재료는 냉장고 2개 있는 집에 재료를 항상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 추가로 사야하는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_-;; 49리터짜리 냉장고에 음료수 몇 개 넣어놓고 사는 자취생에게는 꿈과 같은… 거기 있는 재료 다 사서 요리하고 나면 남는 재료는 다 버려야 .. 흑흑..
그러던 중 괜찮은 책이 있어서 hoya`님께 선물로 받았습니다. “perky님 맛있는 요리하셔서 사랑받는 살림꾼 되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흐흐. 제목은 “요리만 못하는 똑똑한 여자들을 위한 요리책”라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인데 뭔가 약간 전통적 성역할을 벗어나지 못한 성차별 요소가 담겨있는 책 제목인 듯한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 므흐. 어쨌던 이 요리책에는 음식 사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두둥! 요리책에 음식사진이 없으면 과연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이 책은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기술된 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 것입니다. 각각의 조리법의 자세한 과학적인 이유와 그에 따라 일어나는 여러가지 분화적인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파게티가 들러붙지 않는 이유는?
스파게티는 삶은 뒤 찬물에 헹구지 않아도 서로 들러붙지 않습니다. 그 점이 일반 국수와 다르지요. 물론 반죽에 기름이 들어갔고 또 삶을 때 기름을 넣고 삶기느 했지만 들러붙지 않거나 불어나지 않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스파게티는 강력분 밀가루로 반죽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강력분에 다량 함유된 단백질인 글루텐(강력분은 15%이상, 박력분은 10%이하)이 반죽 자체에서 서로 당기는 힘이 강해 다른 국수처럼 서로 들러붙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조리법에서 소금을 더 넣어야 하는 이유, 물을 더 넣어야하는 이유까지 상세하게 모두 설명하고 있고, 관련 역사까지도 다루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가득찬 요리책에서는 사진의 위치때문에 감히 시도할 수 없었던 것이었을텐데 이런 책이 나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요리책을 읽다보면 제일 불편한 것이 아무래도 해요체로 가득차있는 것인데 모든 문장이 모두 해요체로 끝나다보니 신뢰감도 덜하고 문장관계 파악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것이 잘 팔리는지 전부들 싹 해요체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책은 부분적으로 해요를 쓰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합니다 로 기술하고 있어서 편하고 신뢰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밥짓는 방법과 각 단계의 원리, 튀김이 되는 원리와 각 맛의 비결과 그 과학적인 과정같은 것도 모두 설명하고 있는 등 아주 기초에 충실하면서도 흥미를 충분히 돋울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책에서는 대체로 계량 기구를 완벽하게 갖춘 듯이 정량적 단위를 완벽하게 제시하거나, 아니면 또 초보를 위한다고 굉장히 모호한 단위를 전체적으로 써버리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정량적인 단위를 제시하면서도 그것을 측량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가지 접근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계량단위인 “1컵”을 계량하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는 “1컵”을 200ml로 치지만, 서양에서는 1컵을 240ml로 칩니다. 그러나 만일 한글로 번역된 요리책을 보며 요리를 하신다면 1컵=200ml로 생각해도 됩니다.
시중에서 파는 작은 우유팩의 용량이 200ml이므로 당장 집에 계량컵이 없다면 우유 한 팩을 컵에 부어 눈금을 표시해서 간이 계량컵으로 써도 됩니다.
순수한 물 200ml의 무게는 200g이지만, 다른 성분이 섞인 액체는 조금씩 무게 차이가 있어 물엿이나 토마토케첩, 고추장처럼 되직한 것들은 부피의 물보다 무게가 더 나가게 마련이므로 부피가 같다고 무게가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으흐흐~~ 하여간 이 책은 제가 요리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요리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정말 멋진 책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이렇게 논리적으로 기술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책 제목은 좀 바꿨으면 좋겠군요. 분명 마케팅 차원에서 그랬겠지만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