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을 때는 이런 저런 행사를 많이 했는데 요즘 대전에 있다보니
영 근질근질해서, 가끔 이런 행사 하면 정말 재미있겠다 상상하며 졸곤(;;) 합니다.
어디 적어두는 습관이 없다보니 생각을 아무리 해 봐야 늘 남는 게 없는데요. 흐흐;;
그래서 최근에 생각났던 걸 함께 생각해 보기도 하고 스스로 안 까먹으려고
적어 놓아 봅니다.
개발자 구보씨의 3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단연 KBS1 다큐멘터리 3일 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선 어떤 장소나 사건을 주제로 3일 동안 같은 곳을 지키며 오가는 사람을 취재합니다.
강남역, 구로역 같은 사람 많이 다니는 지하철 역이 되기도 하고, 강남고속터미널이나 통도사, 동해의 어촌, 추석 특송 기간 동안의 택배 직원들 등등
생활을 밀접하게 다루다보니, 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이
어디서 어디로 가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어떤 게 행복한지 등이 늘 궁금해 했던 것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해 줍니다.
특히 같은 자리에 3일을 쭉 있다보니, 면접보러 서울에 왔다가 다시 며칠 있다가 내려가는 사람, 자전거 여행하러 갔다가 2박 3일 여행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의 전과 후를 모두 볼 수 있다보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한 편을 보면 마치 100명하고 술 마시면서 인생 사는 얘기를 하고 온 것 같은 기분이죠.
그래서 개발자도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는데요. 개발자라고 묶으면 왠지 뻔히 하루 종일 컴퓨터 보고 키보드만 칠 것 같지만, 알고보면 회의도 하고, 아이디어 만들기도 하고, 제안서도 쓰고, 싸우기도 하고, 몰래 만화도 보고, 여자친구와 메신저도 하고… 하는 일이나 회사 환경, 개인적인 환경에 따라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냥 보면 다 똑같은 개발자의 실제 일하는 환경을 엿보면 고년차 개발자들끼리, 또는 갓 IT업계에 들어온 신입, 대학생, 고등학생 등등.. 추상적인 "이 쪽 전망이 어떻더라…" 보다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72시간 VJ들이 쫓아다니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대충 타협해서 72시간 중에 종종 자기 모습이나 하는 일, 주변 환경을 사진으로 찍어서, 그 중 24장을 꼽아서 자기 생활에 대해 페차쿠차 형식으로 발표하는 것입니다! +_+ 자기 자리 자랑도 있을 것이고.. 몰래 회의 장면 같은 데서 이상한 동료 욕도 할 수 있고.. 어려웠던 문제 해결하는 과정을 무용담처럼 얘기할 수도 있고… 단편적인 생활 스케줄을 쫙 훑기보다는, 살아있는 진짜 3일처럼 당시의 생생한 연결된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좋겠죠!
서울에 사는 세계 개발자 페차쿠차
한국 IT게에서 비전통적 컨퍼런스를 상당히 일찍 시도했던 "KLDP CodeFest"에서는 초기에 계속 꾸준히 서울 인근에 사는 외국인 개발자들이 몇 명씩 참여했습니다. 지난 번 파이썬 페차쿠차는 진행 언어가 한국어였지만 한국어를 잘 하는 프랑스인 개발자가 한 분 참여해서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그 때 생각이 떠올랐는데요. 서울에 사는 외국인 개발자들과 또한 그들과 교류하고 싶은 한국인 개발자들이 소통하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역시 지난 번 파이썬 페차쿠차와 마찬가지로 자기가 하는 일이나 한국에서 일하는 개발자로의 경험, 어려움, 팁 같은 것을 페차쿠차로 발표하는 자리가 있으면 촉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어에 서투른 개발자들도 많이 참가할 수 있도록 공식 언어도 영어로 지정해서 행사장에 누가 있어도 서로 말을 거는 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어를 너무 사랑하는 분들은 이 부분에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취지를 살려서 한국어를 못하는 개발자를 배제하지 않으려면 이 방법이 최선인 듯 하네요.)
장난감 문제 축제
예전에 언젠가 한 번 제 블로그에 올린 적 있는 생각이기도 한데요.
앞의 "구보씨"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개발자들이 모여서
경험을 나누고 이해를 넓히는 방법으로 장난감 문제를 쓰는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자기 개발 분야에서 아주 간단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10분 안에 풀 수 있는 장난감 문제를 1개 준비해 옵니다. 예를 들어 게임
프로그래머라면 2D 좌표계에서 충돌 검사를 하는 문제를 가져온다거나,
자판기에 들어가는 펌웨어를 만드는 프로그래머라면 자판기에서 돈 넣으면
잔돈 계산하는 문제, 이미지 처리를 주로 하는 프로그래머라면 간단한 껍데기를 채워넣어서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그림파일 외곽선을 보여주는 문제를 가져오는 등 최대한 자기 분야 특성은 살리지만 장난감 문제인 것을 가져
오면 되겠죠.
그래서 이 문제를 이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무작위로 2명 씩 짝을 만들어서
공략합니다! 이제 그 뒤 부터는 예전에 코드레이스같은 곳에서 했던 형식이나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형식을 여러 가지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채점은 아마도 각 문제를 출제한 사람이 뽑게? ^^;
그냥 최근 떠올랐던 생각 세 가지를 적어 봤는데요. 좀 다듬어서 해 볼 만한 것도 있을 것 같네요. 언제 기회가 되면 한 번 추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