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댑터가 없어서 충전도 안 된 노트북 부여잡고 뒹굴뒹굴 대던 지루한 추석 연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노트북도 여전히 못 만지고 해서, 오랜만에 기차 안에서 우아하게(ㅋㅋㅋ) 책이나 읽어볼까 하고 동생 책을 하나 빼 왔습니다. 딱히 눈에 띄는 것도 없고 해서 동생이 골라 주는 것을 아무거나 덥석 집어 왔는데,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평소에 픽션은 거의 안 읽는 터라 실제 작품은 한 번도 못 읽어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였습니다. 그동안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은 왠지 이름에서 지지리 궁상 얘기 뭐 그런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서.. (아무래도 베르테르의 영향이리라 –;) 거부감이 있었지만, 삽화가 재미있어 보여서 마음이 내켰습니다. 으히히
나온지 꽤 오래된 책이고 이미 베스트셀러에 한참 전에 있었던 책이라 많이들 읽어 보셨겠지만, 아아.. 이 충격이란! 첫 작품인 “내겐 너무 좋은 세상”부터가 그래! 소설이라면 이렇게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도 있지! 하고 탁 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재미없는 영화를 봐도 감정이입을 잘 하는 성격..) 흐흐 바로 그.. 가전제품들이 다 감성화가 되어서 조용한 옛날 가전제품들이 더 그립다는.. 사실 저도 전에 한번 꿈에서 나온 적은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흐흐..
그 이후에도 투명 피부이야기, 타임머신 이야기, 고령 사회 이야기, 인간이 아닌 종이 인간을 애완 동물로 사육하는 방법을 적은 이야기 등등 꿈 속에서 한번씩은 비슷한 상상을 해 봤음직한 얘기들을 정말 고루고루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정말 얘기에 흠뻑 빠져서 얘기 하나 읽고서는 한 20분은 그 생각에 이리 저리 엉뚱한 생각을 덧붙여보고.. 치매 예방에 정말 좋겠습니다 =.=;;
흐흐.. 혹시나 아직 안 읽어보신 분 중에 공상과학 꿈을 주로 꾸는 분들은 꼭 읽어 볼 만 합니다.
재미있었던 묘사를 하나 인용.. 이히히
“”” 냄새는 날이 갈수록 더욱 독해졌다. 그러자 어떤 유기물 덩어리가 운석 내부에서 부패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제기되었다. 냄새가 오죽 역겨웠으면 파리들조차 멀리 날아가 버리는 판국이었다.
그 악취에 태연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코의 내벽이 따끔거리고 목구멍에 염증이 생기는가 하면 혀까지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천식 환자는 숨이 차서 헐떡거렸고,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던 감기 환자조차 입 벌리기를 두려워하였으며, 개들은 죽어라 하고 울부짖었다. — 68페이지, “냄새” “””
“”” 하지만 기계가 사람처럼 구는 것도 어느 정도지. 이건 해도 정말 너무했다. 가장 하찮은 도구들조차 제가 맡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겠다고 기를 쓰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셔츠는 제 스스로 단추를 채웠고, 넥타이는 마치 뱀처럼 제 스스로 사람의 목 주위에 감겼다. 텔레비전과 하이파이 오디오 세트는 서로 자기가 먼저 집주인을 즐겁게 해 주겠다고 다투었다.
사정이 이쯤 되고 보니, 뤽은 때때로 소박하고 말 없는 옛날 물건들이 그리웠다. 온-오프 스위치가 달려 있어서 사람 손이 가야만 움직이는 가전제품들, 금속으로 된 작은 종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태엽 자명종, 삐걱거리는 문,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고 그래서 위험하지도 않은 실내화, 요컨데 생명의 흉내를 내지 않는 물건들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것들은 이제 골동품 가게나 가야 찾아볼 수 있다. — 15페이지, “내겐 너무 좋은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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