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 장혜식- 4주 간의 보충역 교육과정을 수료하였음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흐흐.. 좀 늦었지만.. 훈련을 마치고 돌아 왔습니다! 원래 1월 22일에 퇴소예정이었지만 군대가 올해부터 주 5일제를 시행하는 바람에 1월 21일에 퇴소해버렸습니다.12월 27일에 들어갔으니 채 4주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안에서는 거의 1년 같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나오니까 대체로 반응이”언제 들어갔는데 벌써 나온 것이냐””헉 탈영했냐”이런..;; OTL 훈련소 안에서는 얼마나 긴 세월이었는데!!
흐흐 그럼 자주들 물어보시는 질문들을 간단한 Q&A로~
질문
훈련은 어디로 다녀 왔나요?
퍼키
파주의 연천 쪽 경계에 있는 28사단(무적태풍부대) 신병교육대대로 다녀왔습니다. 항상 무적태풍부대라고 앞에 무적을 붙이길래 폼 잡는구나 싶었는데, 그냥 태풍부대가 6x사단에 하나 더 있더군요.. 흐흐 ;;
질문
인분은 안 먹었나요?
퍼키
흐흐 저희 훈련소는 다행히도 그런 일이 일어날 만한 분위기는 아니라서.. 중대장, 교관, 조교들 모두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질문
머리도 짧게 잘랐겠네요!
퍼키
네넵. 훈련소에 들어갈 때 6mm정도로 잘랐는데, 훈련소에서 한 번도 안 잘려서 지금은 대략 13mm 정도 됩니다. 염색은 안 했구요.. 근데 두상이 좀 이상한터라, 좀 인상이 험해 보여서.. 얼른 길러야 합니다. -.-;;
질문
맛스타 맛있던가요? 흐흐
퍼키
아하하. 맛스타 나온다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맛스타는 복숭아맛이 제일 맛있어요! 이상하게도 훈련소에서”라면취식”을 무려 4번이나 했는데.. 이 기회에 대부분 훈련병들이 라면을 싫어하게 된 것 같습니다. –; 꼭 저녁먹고 1시간도 안 돼서 라면먹으라고 불러서.. 그래도 라면하고 같이 나오는 맛스타 때매 꼭 갔지용~사회 나와서 비슷한 것을 먹으려고 보니 화인쿨 복숭아맛 보다는 역시 맛스타가 맛있는 듯.. (- 0-) 그리고 요즘 양파맛 음료 비타285던가를 주는데 이거 정말로 양파맛… 맛있는지는 노코멘트;;;
질문
짬밥은 입에 맞던가요?
퍼키
생각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사실 일일조리병체험을 한번 하면서 어떻게 만드는지 알기 전까지는.. 맛있게;;; 보통 군대리아라고 불리는 햄버그식빵은 정말 나올 때마다 고역이었습니다. 패티가 도대체 어떻게 굽혔는지;; 그래서 그냥 딸기쨈만 발라 먹었지요. 제일 맛있었던 메뉴는 양념치킨이랑 부대찌게! 역시 부대의 부대찌게는 일품입니다. 김치도 처음에는 그럭저럭 먹을만 했는데, 말년이 가까워지면서 영 맛이 없어지더군요.. 병장들이 밥을 잘 안 먹는다는 것이 이해가;;;;;;
질문
똥은 잘 나오던가요~
퍼키
으흐흐. 다른 분들은 처음 일주일 동안은 안 나온다고 그러시던데.. 저는 사회에 있을 때 보다 더 잘 나왔습니다. 너무 잘 나와서 아침점호하러 나가야하는데 마렵고 이거 참 난감 -ㅇ-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안 나와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주말에 성당가서 콜라 한모음 얻어먹고 와야지만 나오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1주일 넘게 못 싸다가 결국 싼 것이 프링글스통 굵기로 나와서 변기에서 안 내려가서 고생했다는;;;;;
질문
겨울이라 꽤 추웠을텐데 괜찮았나요?
퍼키
훈련이나 밥 같은 것은 정말 할 만 했는데, 추운 거랑 먼지는 끝까지 적응에 실패했습니다. 아침에는 보통 영하 15도 정도 되고, 새벽에는 영하 20도 정도 되는데, 외곽근무할 때 좌경계총하고 서 있으려면.. 손이 얼어서 남의 손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고;; 밥먹으러 갈 때마다 얼음낀 금속제 식판을 들고 맨손으로 한참 서 있다가, 배식 받고 나와서 또 찬물로 설거지하고 다시 끼우러 물묻은 손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 –;; 콧물이 좀 흘러 나오면 얼마 안 지나서 얼어버리는 바람에 코 밑 피부가 성한 사람도 얼마 없었고.. 각개전투나 야간행군같이 땀 많이 나는 훈련하면 철모 안에 김이 서리는데, 김이 내려오면서 고드름이 되는 것은 참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질문
조교들은 괜찮았나요?
퍼키
저희 소대를 관리하는 훈육분대장은 정말 군대 스타일입니다. 얼차려 줄 필요도 없이 이미 엄청난 카리스마 분위기로 압도해버려서 애들이 그냥 대충 말해도 다 따라오는데 그 안에서 따뜻하게 챙겨주는.. 흐흐 아주 멋있습니다.그런데, 퇴소한 다음에 훈육분대장 싸이월드 홈피를 가 보니까, 마냥 귀여운 83년생이라.. 이미지가 좀 깨지는군요.. 그래도 그냥 왕 카리스마 이미지로 기억할래요~. 그 외에 다른 조교들도 착하고 잘 대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마냥 다들 군대에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들만 모인 것 같았는데, 역시 싸이월드 순방을 해 보니 다들 제대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더군요;; -0-
질문
몸은 괜찮아요? 다들 감기에 많이 걸리던데..
퍼키
감기는 3주차 초에 고열때문에 고생을 좀 한 것 빼고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39도까지 올라갔었는데, 그래도 행군도 하고 총검술도 하고 다 했습니다. 순전히 약기운으로.. 흐흐 역시 빨간약 최고! 감기는 4주차 쯤에 거의 다 나아서 괜찮은데, 2주차 말에 엔진 공회전하는 군용트럭 배기가스를 얼떨결에 입으로 마시는 바람에 (군용 차량의 배기 가스는 사회의 경유차량의 1000배는 되는 듯 –;) 후두에 염증이 생겨서 아직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ㅠ.ㅠ
질문
훈련은 어떤 것이 재미있었나요~
퍼키
역시 사격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11발(서서쏴 2발, 엎드려쏴 9발)밖에 못 맞혔지만.. 한번 더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보충역이라 더 안 시켜주더군요.. 흑흑~ 힘들었던 훈련은 역시 야간행군이랑 숙영.. 행군할 때 오르막만 있으면 정말 좌절–; 조교들은 막 뛰어다니는데.. 아무래도 저하고는 다른 종족인가봅니다. 야간행군 중간에 먹는 핫브레이크는 정말.. 아아~~ 천상의 맛이랄까.. 크흐.. 숙영할 때는 침낭 속 온도가 영하 6도 뭐 이런 지경이었는데.. 자는데 시간 안 가기는 숙영할 때가 정말 태어나서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지난 것 같아서 시계 한번 봐도 5분 지나가 있고 –; 기상시간을 그렇게 기다렸던 때가..;;
질문
초코파이는 많이 먹었나요? ㅎㅎ
퍼키
종교활동 갔을 때 1개씩 먹고, 1주차에 소대간 축구시합을 했는데, 저희 소대가 1등하는 바람에 초코파이를 먹었습니다. 흐흐흐. 역시 군대 안에서는 초코파이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아아 그러고보니 핫브레이크가 더 맛있나?)
질문
눈은 많이 치웠나요~
퍼키
정말 다행히 훈련소에 있는 동안에는 눈이 2번 밖에 안 와서, 눈은 별로 치우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눈오던 첫 날에는 갑자기 새벽 3시에”기상~ 기상~”해서 중대원 다 깨워서는 연병장으로 부르더니..”연병장 전체를 가파천(?)으로 덮는다. 실시”헉.. 연병장을 다 덮는다니.. 당황을 했지만.. 3중대랑 반반씩 까니까 한 1시간 30분만에 연병장 전체를 정말로 천막지로 다 덮어버렸… 아직도 왜 눈 오면 연병장을 천막지로 덮는지는 이해는 못 하고 있습니다마는;; 퇴소하는 날 새벽에 또 천막지깔까봐 애들이 정말로 눈 오지 말라고 기도를 했는데.. 다행히 마지막 날은 날씨가 정말 좋더군요 크크
질문
살도 많이 빠졌겠네요!
퍼키
흐흐.. 몸무게는 69kg -> 66kg 로 3kg밖에 안 빠졌고.. 대신 체지방률이 24% -> 14%로 10%나 빠졌습니다. 이야! 배 움직이면 잡히는게 살이었는데, 이제 뱃살도 잘 안 잡히고 좋습니다. – 0- 이거 유지하려면 훈련받을 때처럼 굴러야 한다는 것인데.. (…..)
질문
훈련병 생활 습관이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있나요? 각잡기나.. 기상 시간이라던지.. 흐흐
퍼키
–;; 훈련 받을 당시에는 왠지 밖에 나가서도 각잡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정작 나와서는 빨래하고 개는 것도 귀찮군요. ㅎㅎ
지하철에 자리가 나서 앉으면 자동으로 각잡고 앉아서 당황스럽기는 합니다.;;
나와서 첫날은 불침번 시간이랑 기상시간에 자동으로 깨지기는 했는데.. 바로 다음날 부터 리듬이 깨지는 군요 ㅎㅎㅎ;;;;;
질문
훈련 받고 나서 느낌은 어떤가요? 홀가분하죠?
퍼키
네넵. 수능과 더불어.. 좋은 추억이긴 하지만 절대로 다시 돌아가라면 못할 그런 일이 되었습니다.;; 훈련소 다시 가라고 하면 그냥 차라리 해외 도피를 할래요 -.-;; 다음 세상에는 면제자나 여자로 태어나길;;;;; 그런데, 신병교육대라서 유난히 간부 중에 여군이 많았는데.. (중대마다 거의 2~3명 씩) 그 사람들 참 존경스럽..;; – 0-
사회에 나와서 지하철타고 돌아오는 길에 느낀 사회의 정말 신기한 점은 감기 걸린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거의 90%가 감기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어딜 가나 기침소리가 나는 게 당연했는데, 사회에서는 기침 소리는 커녕 감기걸린 사람 찾기도 힘든.. –; (좌절)
훈련 기간에 배운 것도 많고, 참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 지나고 나서나 할 수 있는 소리;;;) 이제 얼른 정상인으로 돌아가야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