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파이썬이 파이썬이 된 사연

얼마 전에 파이썬 3.0으로 가는 길목으로 파이썬 2.6이 공개되었고, 파이썬 3.0 정식 발표가
임박해 있습니다. (현재 예정은 12월 3일)

오늘 드디어 FreeBSD 포트에도 파이썬 2.6과 3.0rc1을 넣었습니다. 아직 디폴트 버전으로 지정하지는 않았고, GNOME이나 KDE같은 주요 의존 포트들에서 대규모 빌드 테스트가 끝나면 올릴 예정입니다. 2.5 때는 사소한 문제가 엄청나게 발생해서 디폴트 되는데만 거의 3달 가까이 걸렸는데 2.6은 바뀐게 별로 없으니 금방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파이썬을 "파이썬"이라고 부르게 된 계기를 말로 알려드린 적은 있었지만, 특별히 글로 쓴 적은 없는 것 같아서 3.0 백일기도 하는 마음으로 적어 봅니다. ㅎㅎ;

파이썬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표기하면 "파이선"이라고 표기해야 맞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를 한글로 적을 때는 된소리를 안 쓰기 때문인데요.

파이썬이 처음 한국에서 막 뜨려고 하던 2000년 초기에 한국에서 파이썬을 다루는 홈페이지는 광운대 이강성교수님과 당시 서울대에 계시던 이관수님의 홈페이지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이 두 홈페이지에 다니는 사람들이 파이썬을 다양한 방법으로 불렀는데, "파이선", "파이던", "파이똔", "파이톤", "파이싼", "파이딴", "퓌톤", "피톤", "피쏜" 등등 부를 수 있는 조합은 거의 다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게 불렀죠. 그러다가, 이강성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파이썬정보광장 첫 모임이 드디어 2000년 4월 28일 저녁에 역삼동에서 강남대로 따라 양재동으로 가는 길에 있는 백두산이라는 고깃집에서 있었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대략 20명 정도 되는 최초의 한국 뱀신족들이 파이썬을 "파이썬"으로 부르기로 합의합니다. (당시에 Guido van Rossum을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까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었는데, 이건 결론이 안 났습니다.)

우선, Python의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나왔으니 "퓌톤"류의 표기를 좋아하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파이썬 언어 자체는 Monty Python에서 온 것이라 영국식 발음이 원천이고, 귀도도 미국에 살고 있으니 영어로 해야겠다하고 "퓌톤"을 버리게 되었고요. "파이선"이라는 표준 표기 대신 "썬"을 쓴 것은 "파이선"하면 너무 발음이 새고 좀 약해보여서 강하고 새로운 인상을 주자(?)하는 의미에서 "썬"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결국 그렇게 한글 표기법을 정한 이후로, 이름 덕인지 2000~2001년 그 모임에 참석한 분들이 주요 프로그래밍 잡지 기자분들의 도움으로 파이썬 관련 연재를 쏟아내면서, C/C++과 자바 말고는 별 게 없던 지루한 프로그래밍 동네의 수요와 맞아 떨어져 급속도로 "해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해 보고 싶은 언어"로 상당기간 수위권을 달렸고, 지금은 대안언어라고 부르기 민망한 "지는 해" 쪽에 속하는 언어가 됐습니다. 🙂

MacOS X에서 들리는 것 녹음하기

종종 컴퓨터에서 들려주는 소리를 녹음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용도를 노골적으로 얘기하기엔
부적절하지만 (ㅎㅎ;;;)… 제가 쓰는 iPod 셔플 1세대 는 국내에 음악을 사기가 매우 어려운 장비인 관계로,
어쩔 수 없지요!

원래는 WireTap이라는 아주 깔끔한 프로그램을 썼는데, 시험사용기간이 다 돼서 이제 녹음하면 친절한 여자가 리듬에 맞춰 "트라이얼 버전으로 녹음한 곡입니다." 이렇게 읽어주더군요. 크흐. 기능에 비해서 가격이 좀 비싼 것 같아서, 그냥 공짜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없나 좀 찾아보니, 역시 있네요!

이 조건을 만족하는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세요~

  1. 내가 쓰는 MP3 플레이어가 국내 DRM들하고 호환이 잘 안 된다.
  2. 무슨 녹음기 프로그램이 FotoMagico Pro랑 가격이 같고 VMware Fusion보다 거의 두 배 값이라니 말이 되냐!
  3. MacPortsfink 중 하나는 깔아 뒀다.
  4. 삽질은 언제나 즐겁다.

먼저 들리는 걸 녹음하는 기능을 지원하는 사운드 드라이버를 깔아야하는데요, 소리꽃 (Soundflower)이라는 예쁜 이름의 GPL 가상 사운드 장치가 있습니다. 자기가 가짜 사운드 장치로 잡혀서 들어오는 소리를 다른 프로그램에 보내주거나 다른 사운드 장치에 보내주는 일을 합니다. Nicecast라는 맥용 icecast 오디오 방송 프로그램이 내부적으로 Soundflower를 씁니다. Soundflower 원저자가 올린 버전은 최근 MacOS X에서 약간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개선한 버전이 따로 배포되고 있습니다. 그냥 드라이버만 설치하면 소리가 안 나서 좀 답답한데, 원본에서 Soundflowerbed라는 관리 프로그램을 따로 받아서 깔면 출력을 내장 사운드 카드로 바꿀 수 있습니다.

Soundflowerbed

이제 스파이 노릇을 하는 드라이버가 마련이 됐으니, 녹음을 하면 됩니다. 관련 프로그램으로 역시 소리 관련된 놀이에는 EsounD가 빠지지 않는군요. 다른 팁 두 개 (macosxhint, heynberg)를 참조해서 요새 버전에서도 되게 좀 고쳐보면 이렇게 하면 되더군요.

짠! 이 셸 스크립트를 돌리면 아무 프로그램이나 (vmware를 포함해서~) 들리는 소리가 모두 녹음됩니다.
MacPorts에서 esound, sox, lame 을 깔아 둔 상태여야 합니다. sox를 안 쓰고 바로 lame에서 받아보려고 했는데, 옵션을 조절해 봐도 잘 안 되더군요.

기왕 녹음한 것 자르는 것도 자동으로 되면 좋겠지 하고 찾아보니 역시 mp3 잘라 주는 프로그램도 좋은 게 있네요. Mp3splt는 재인코딩 하지 않고도 원하는 범위에서나, 자동으로 조용한 부분을 찾아서 여러 개로 나눠줍니다.

모아서 셸 스크립트 하나로 만들어 두면 편합니다. 🙂

기왕 하는 김에, 옛날에 많이 하던 윈앰프 방송들처럼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보내는 것도 쉽게 할 수 있는데요, icecast의 libshout 안에 들어있는 "example" 프로그램을 쓰면 편합니다.

또 하나 보통 흔히 하는 소리가지고 장난이, 다른 기계를 스피커로 쓰는 AirTunes 같은 기능이 있는데, 공유기 중에 개조해서 사운드카드를 달 수 있는 놈에다가 돌리면 아주 쓸모있겠죠~

사무실에 esd를 띄워두고 새벽 2시에 집에서 접속해서 귀신 소리를 낸다거나… 집에서 영화보거나 WoW하면서 회사로 소리를 들려준다거나… (;;)

이어폰 꽂고 몰래 미투데이

종종 뭔가를 읽고 있거나 공부하고 있을 때, 미투가 궁금해서 컴퓨터를 켜고 잠깐 둘러보고
또 아아 이러면 안 돼 하고 끄고 그러는데요. 아흐. 역시 또 켜면 온 동네를 한바퀴 돌고 와서
정작 딴짓만 한참~~

그래서, 문제는 키보드와 모니터다! 하고, 키보드와 모니터가 없을 때도 미투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책을 만들어 봤습니다. "미투에 새 글이 올라오면 읽어주기!"

대충 TTS는 옛날에 보이스웨어라는 회사에서 웹 데모가 있는게
품질이 괜찮았던 것 같고 해서 테스트해보니 그런대로 알아들을 만 하네요. 그래서 간단하게 이렇게
만들어 봤습니다. 🙂

미투 친구들은 방송듣기 (hyeshik) – 플레이 버튼을 누르세요. 글이 새로 올라올 때만 소리가 나기 때문에 보통은 조용합니다.

구성은 이렇게 됐습니다.

미투 친구들은 방송듣기

다행히도 방송 소스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인 ices0가 파이썬 스크립팅을 지원해서 쉽게 됐네요~

소스코드는 여기에 올려 뒀습니다. (svn으로 받으세요~)

철이 안 든 어린이를 위한 백과사전

어제 친한 친구가 "너한테 딱 어울리는 책이야."하면서 책을 한 권 선물해 줬습니다. (고마워!) 제목은..

The Encyclopedia of Immaturity

미성숙 백과사전 또는 애들 장난 백과사전 (The Encyclopedia of Immaturity)! 처음엔 보고 웬 면역학 백과사전이야? 했는데 자세히 보니 미성숙이네요. 밑에는 "절대로 철들지 않는 방법 완벽한 가이드"라고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모나리자 안경하고 수염은 제가 받자마자 제목에 맞게 낙서를 쓱쓱~~~한 것은 아니고; 처음 살 때부터 친절하게 낙서가 돼 있었답니다. ㅎㅎㅎ;

책을 펴낸 곳도 이름이 Klutz(얼간이)인데요. 3세부터 103세까지의 어린이를 위한 재미있는 활동에 대한 책이나 장난감을 파는 곳이라고 하는군요. ^_^* (저도 29살 어린이~)

아주 고품질의 스프링 양장 표지를 열면 풀컬러 400페이지짜리 진짜 백과사전이 펼쳐집니다! 내용은 하나 하나가 모두 주옥같은 애들 장난이예요. 절대 철들면 할 수 없는,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친절한 사전! 예를 들면 "코에 숫가락 붙이는 법", "물수제비 뜨는 법", "젓가락 행진곡 연주하는 법" 같은 아주 실용적인(!) 것도 있고, "숙제 안 했을 때 선생님한테 변명하는 법", "만능 독후감으로 숙제 10초만에 하기" 같은 권력에 항거하는 어린이를 위한 팁, "난쟁이 사진 찍기", "양면이 앞면인 동전 만들기", "은수저 부러뜨리기", "걸어다니는 팬티 만들기", "지폐로 반지 접기, 비행기 접어 날리기" 같은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가 가득합니다. ^-^*

특히 제가 유용했던 건, "손가락 입에 넣고 휘슬 소리 내기", "겨드랑이로 방구소리내기", "펜 잡고 돌리기" 같은 고급 필수 테크닉을 아직 익히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모범 어린이의 필수 교양을 배울 수 있게 됐네요!

말로만 들으면 좀 감질나니 몇 페이지를 한 번~

풍선껌으로 몸무게 재기/강아지 하품시키기

풍선껌으로 몸무게 재기, 강아지 하품시키기 (하품하는 사람을 보면 하품을 따라한다)

커피에 소금 몇 스푼 넣으세요?

커피집에서 설탕에서 소금맛 제대로 내는 방법!

이 백과사전에 있는 것만 충실히 익히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이 헛 먹었구나"하는 칭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빅맥버거, 감자튀김, 콜라를 준비해서, 믹서기에 넣고 갈면 무슨 색이 나올까요!

—> 정답은 사전 뒷쪽 해답부분에 있습니다. -ㅇ-;

혈액형과 성격 – 그 애증의 대화 주제에 대해

미용실에서 보는 패션잡지들엔 항상 빠지지 않고 혈액형 운세, 조언이 나오고 기사엔 연애, 회사생활, 입을 옷, 신발 등등 주제에 상관 없이 여지없이 혈액형별로 분석이 따로 붙습니다.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서로 "넌 O형일 것 같아!" 같은 예측이라던지, 자기 친구 연애 얘기, 자기 연애 얘기에 꼭 빠지지 않죠.

그런데 왜 하필이면 ABO식 혈액형이 성격과 연관이 있다는 설이 퍼지게 된 것일까요. 그 둘을 짝지어 인기있는 대중지식으로 만들어 낸 것은 일본의 후루카와 다케지(古川竹二)가 1927년에 연구, 발표1한 것이 시초인데, 그 후 곧 사라졌다가 1970년대에 노미 마사히토(能見正比古)가 제대로 수행된 과학 실험은 아니지만 대중의 구미에 맞게 구성해 출판한 것이 대유행을 하면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2 3 보통 혈액형-성격 연관설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유행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서양에서도 한국이나 일본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유행한 적이 있고4 대만에서도 고등학생의 반 이상이 혈액형/성격에 관련된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5 그런데, 1927년 당시에는 알려진 혈액형 분류가 몇 개 없었기 때문에 ABO가 선택될 수 밖에 없었는데, 30가지 가까이 되는 혈액형 분류 체계가 알려져 있는 지금6 책이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지 무척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그래도 모호한 말로 "그렇느리라"하고 설명하면 믿게되는 포러 효과(Forer effect)이건, 자기 유형에 대한 설명을 자꾸 들어서 그에 맞게 행동하게 되는 노력이건,7 종종 맞다고 느끼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에 한 번 제대로 알아보려고 조사를 해 봤습니다.

혈액형과 성격이 밀접하다는 얘기

일본학자들의 글에서 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 밖에서 나온 대중서들도 통계를 기초로 해서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는 설명을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자료를 사용한 것이 D’Adamo8의 "혈액형에 맞는 음식을 드세요"4인데요, 여기서는 MBTI 검사와 혈액형을 2만명 정도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을 한 결과 "O형은 외향적이고, A형은 내성적이고, B형은 독립적이고, AB형은 직관적이더라" 하는 얘기를 합니다.9 그리고, 인도 대학생 600명10, 미국 대학생 96명11, 환자 20명 정도의 병에 대한 반응12을 분석한 것에서도 모두 비슷하게 O형은 외향적, A형은 .. 등등 비슷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B형이 신경과민이더라"도 역시 빠지지 않고요. 심지어, 일본과 문화적 거리가 꽤 있어 보이는 그리스, 이탈리아에서도 이런 혈액형과 성격에 대한 진지한 통계가 나온 적이 있다고 합니다.9

혈액형과 성격이 아직 유효한가?

90년대에 "유전자"가 성격에 40% 이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13 21세기 들어서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는 종적을 감췄습니다. 오히려 대규모 조사를 통해서 기존에 알려졌던 연관성들이 전혀 통계적인 의미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는데요. 대표적으로 Cramer와 Imaike는 캐나다에서 대학생 446명을,14 Rogers와 Glendon은 미국에서 헌혈한 360명을,9 Wu 등은 대만에서 고등학생 3396명을 대상으로5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심리학에서 성격을 다룰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성격 5대 특성NEO-PI-R 조사법으로 정량화했습니다. 이 성격 5대 특성은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을 말하는데, 대체로 알려진 혈액형-성격 관계가 이 특성들로 거의 직접 설명이 되기 때문에 검증하기에도 매우 적당한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밀하게 조절한 이들 통계에서 도수가 작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존에 알려졌던 혈액형-성격 연관성들이 모두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밝혀져서, 최소한 B형이 신경질적이다, A형이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다, AB형은 제 정신이 아니다 등의 오명은 벗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럼 2만명은 모두 거짓말인가?

앞에서 D’Adamo의 2만명 MBTI 자료나 20세기의 여러 논문에서도 분명히 제법 많은 수로 통계를 냈는데 그럼 그때는 사기를 쳤던 걸까요? 위에서 조사한 논문들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MBTI 2만명은 MBTI유형이 통념적인 혈액형-성격 유형들과 서로 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니라 대충 맞는대로 끼워 넣은 것도 있고, 혈액형 조사를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염된 시험지 답변이 많이 섞였을 것이라 합니다.5 그리고, 다른 연구결과들에서도 대체로 조사 대상의 과부족이나 각 혈액형, 성격별 집단 크기의 차이, 통계 유의성 해석의 문제 등 통계 기법상의 문제점들이 하나 이상씩 지적되었습니다.9 아무래도 통계란게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공방없이는, 보고자 하는 건 뭐든 찾을 수 있는 무서운 도구죠.

의외의 재미있는 결과

대만에서 고등학생을 조사한 Wu의 연구에서는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밝혔는데요. 몸무게와 키의 비율로 결정하는 BMI지수와 자존감이 남학생은 관련이 없지만 여학생은 상당히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5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비슷한 조사를 미국에서 했을 때는 여학생도 관련없음으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아시아권에서의 여학생들의 몸매와 자존감. 뭔가 할 말이 많이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외향성과 오히려 역 관계가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발견이었는데요, 오히려 외향적인 학생들이 새로운 경험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논문에서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표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조사에서 질문한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를 믿나요?"하는 질문에 대답한 비율이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안 믿는다고 대답한 경우가 뚜렷하게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성적이 높은 아이들이 아무래도 똑똑한 척을 하는 것일까요? -ㅇ-;

그리고, 성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여러 조사들에서 성별차이와 사회적 배경이 상당히 커서 혈액형 차이와는 비교할 바가 안 된다고 합니다.9 그렇다고 어릴 때 어떤 동네 살았고, 어머니는 집에 얼마나 계시고, 형제는 얼마나 있고 이런 걸로 성격 유형 분류하고 그러면 혈액형 로망하고는 전혀 달리 너무 현실적이 돼서 하나도 재미 없겠네요. ?

사실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간단한 것 중 성격에 강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는 태어난 순서가 있습니다.15 첫째냐 둘째냐 막내냐 이런 거죠. 여러 연구에서 외향성, 개방성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O형이라고 모두 같은 O형인감

통계적으로 연구한 것들을 살펴보았으니 생물학적인 특성을 좀 알아보겠습니다.
겉으로 보는 표현형과는 달리 유전형들은 A, B, O에서 좀 더 자세히 분류됩니다. A와 B는 서로 다른 모양을 만드는 대등한 크기인데, O는 진화과정에서 중간이 짤려버린, 단순히 보면 불량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유전적 지표들을 보면 O가 오히려 A에서 갈라져 나온 신상품(?)이고 B가 그 이후에 A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16 A에서 O가 갈라져 나왔듯, A자체도 A1과 A2타입이 있고, O도 3가지 유전자형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17 (이 유전자형은 표현형은 거의 같은 유전형 분류입니다.)

한편, O는 보통 유전에서 매우 치명적인 중간에서 짤린 불량인데도 살아남아 꾸준히 증가한 것은, O형이 병리적으로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O형은 암, 혈전증에서 A형보다 유리하고, 대장균/살모넬라/폐렴균 감염에서 B형보다 유리합니다.18 반면에 A형과 B형도 나름대로 O형에 대한 강점이 있는데, O형은 위염의 주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잘 감염되고, 페스트, 콜레라에도 약합니다. 이런 특성은 면역세포가 침입균을 인식하기 위한 용도로 세포겉에 있는 당을 많이 사용해서, 혈액형에 따라 당 모양이 달라져 생산할 수 있는 항체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19

자기에게 A, B항원 모두 있기에 A항체와 B항체를 모두 생산하지 못하는 AB형은 비브리오로 가득찬 물을 마셔도 콜레라에 안 걸릴 정도라는 것 외에는 전반적으로 다른 혈액형에 비해 별로 장점이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B형이 꾸준히 남는 것은 보통 A형과 B형이 따로 있을 때의 장점이 있다보니 유전적 친인척들이 유리해서 덩달아 남게되는 이형접합 특혜(heterozygous advantage) 때문이라고 추정합니다.20

우리 생물 선생님이 유전학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도 있댔어요

혈액형-성격 연관성의 생물학적 원리로 제가 들어본 것 중에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성격에 관련된 유전자들 중 몇 개가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근처에 연결돼 있어서 같이 다니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전학에서 유전적 연결(genetic linkage)은 두 유전자가 염색체 안에서 가까이 존재할 때 염색체 엇갈림이 일어날 확률이 적어서 서로 독립적이지 않게 유전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긴 국수에 점을 두 개 찍어놓고 아무데나 칼을 쳐도, 점이 가까우면 다른 조각으로 잘 나뉘지 않듯, 혈액형을 결정하는 ABO 유전자 주변에 성격에 영향을 주는 (예를 들면 도파민 수용체 같은) 유전자가 있어서, 길다란 유전자에서 아무데나 짤라도 둘이 웬만하면 같이 다니는게 아닐까 하는 설명이죠.

(아래 두 문단은 유전학적 설명이 들어있으니 관심없으신 분은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세요)

이걸 검증한 논문은 검색해도 특별히 없어서 한 번 간단하게 계산해 봤습니다. 유전적 연결 거리는 서로 따로 떨어질 확률이 1% 정도 되는 거리를 뜻하는 centimorgan으로 재는데요, 사람의 경우에는 1 centimorgan이 대략 100만 bp정도 됩니다.21
넉넉하게 아주 극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소수 그룹이 한국에서 3000년 동안 대략 100대를 내려온 상황을 보겠습니다. 한국인의 혈액형 비율에22 맞춰 평형상태에 있을 때의 개별유전자 비율은 O:A:B가 53:26:21 정도 됩니다. 이 비율로 100대를 내려오면서 각 타입과 가상의 성격 유전자가 얼마나 섞이는지 한국인 인구변화23를 참조해서 시뮬레이션해 보면 1 centimorgan만 돼도 100대면 거의 섞여버려서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상세한 파라미터는 생략)

그럼 아주 넉넉하게 잡아도 ABO 유전자에서 100만 bp 안쪽에 성격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어야 직접적으로 가설이 성립됩니다. 그래서 UCSC 유전체 브라우저에서 주변을 찾아보면 100만 bp 안쪽에 유전자가 대략 70개 정도 들어가 있는데, 특별히 신경계통이나 신경분화에 관련된 유전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간접적인 요소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작은 RNA같은 것들로 조절이 된다는 시나리오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ABO 유전자 하나가 성격을 강력하게 조절한다는 얘기를 하려면 그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조절되는 시나리오는 보통의 유전자 조절 특성을 볼 때 설득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아주 정밀한 검증은 아니지만, "유전적 연결" 때문에 한국에 지역적으로 생겼다는 것은 맞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혈액형 성격점을 그렇게 믿고 싶을까?

혈액형 성격학의 대성공은 그 단순함과 다른 전통적 요인들(인종, 사회적 지위 등)과는 달리 상당히 중립적인 지표라는 것이 큰 작용을 했습니다. 심지어 우생학자들이 정치를 하던 시대에도 O형은 죽여야돼! 이런 얘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으니까요.20

그런데, 아무리 통계학을 배운 이공계생들이라도 실제로 친구들과 얘기하면 혈액형이 의외로 잘 맞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본적으로 혈액형은 4가지 표현형이 있어서 맞힐 확률은 육감적으로 25%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에서 혈액형 분포는 A형이 34%이고 O형이 28%, B형이 27%를 차지해서22 그냥 A형이라고 찍으면 맞힐 확률이 34%나 됩니다. 게다가 "A형이야?" "아니. 뭐게!" "음.. 그럼 O형인가?" 이런 식으로 꼭 2번은 물어보고서 2번 만에 맞혀도 아 역시 맞는거야 하고 감동하는데, 2번 만에 맞힐 확률은 62%나 되죠. 육감적으로는 25%인 걸, 실제론 62%로 맞힐 수 있으니 혈액형 성격이 잘 맞다고 생각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일본에서 사람들이 혈액형 성격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데, 바로, 개인의 정체성을 명료하고 간단하게 정의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합니다.24 예전에 비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반면 가까운 사이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서 자기 정체성을 간단하게 정의하고 싶은 욕구가 혈액형 말고도 사람들이 MBTI, 애니그램 등 많은 성격유형 검사를 사랑하는 것으로 또한 표출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혈액형 검사는 수십~수백개에 달하는 지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간단하게 알고 있기에, 자기 정체성을 간단하게 정의해 주는 사랑받는 분류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겠죠.

이제 기술의 발전으로 곧 혈액형에 상관없이 서로 수혈해 줄 수 있게 됩니다.25 O형만 너그러운 사람이고 AB형은 이기적인 성격이다 하는 설명은 이제 유효기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1. Furukawa, T. (1927) A study of temperament by means of human blood groups. Japanese Journal of Psychology, 2 612-634.
  2. B형남자, 당신은 색다른 피가 아니다. 한겨레신문, 2005
  3. Nomi, T. and Besher, A. (1988) You Are Your Blood Type, Pocket Books.
  4. D’Adamo, Dr. Peter J. (2002) The Eat Right for Your Type: Complete Blood Type Encyclopedia. Riverhead Trade.
  5. Wu, K. et al. (2005) Blood type and the five factors of personality in Asia,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8 797-808.
  6. Table of blood group systems. International Society of Blood Transfusion
  7. Walden 3: 혈액형과 성격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8. 이 사람은 이걸로 혈액형에 맞게 먹는 법, 요리하는 법, 사는 법, 아기 키우는 법 등을 시리즈로 책을 내더니 혈액형 식이요법 사업으로 본격적인 전도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9. Rogers, M. and Glendon A. I. (2003) Blood type and personality,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4 1099-1112.
  10. Jogawar, V. V. (1984) Personality correlates of human blood groups. Indian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11 5-8.
  11. Lester, D. and Gatto, J. (1987) Personality and blood group.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8 267.
  12. Neuman, J.K. et al. (1991) Relationship between blood groups and behavior patterns in men who have had myocardial infarction. Southern Medical Journal, 84 214–218.
  13. Jang, K. L. et al. (1996) Heritability of the big five personality dimensions and their facets: A twin study. Journal of Personality, 64 557–591.
  14. Cramer, K. M. and Imaike, E. (2002) Personality, blood type, and the five-factor model.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2 621-626)
  15. Puts, D. A., O brother, where are thou? The fraternal birth-order effect on male sexual orientation.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 of the USA. 103:10531-10532.
  16. Saitou, N. and Yamamoto, F. (1997) Evolution of primate ABO blood group genes and their homologous genes. Molecular Biology of Evolution, 14 399-411.
  17. Seltsam, A., et al. (2003) The nature of diversity and diversification at the ABO locus. Blood 102 (8): 3035–42.
  18. Berger, S. A. et al. Relationship between infectious diseases and human blood type.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us Disease, 8 681-689.
  19. Garratty, G. (1994) Do blood groups have a biological role? Immunobiology of Transfusion Medicine Dekker, 201-255.
  20. Ridley, M. (2000) Genome. Harper Collins Publishers, pp. 140.
  21. Scott, M. P. et al. (2004) Molecular Cell Biology, Fifth edition. W. H. Freeman.
  22. Statistics on annual blood donations 2002-2007, Gyung Nam Blood Center (연결이 끊긴 것을 위키백과 페이지에서 참조)
  23. "사서에 나오는 동이 인구의 변화" (원문이 연결이 끊겨서 엠파스 지식인에 복사된 것을 참조)
  24. Nagata, Y. (2000) Social psychological factors of interest in lay personality theories: why is ABO blood-typing popular? Japanese Journal of Psychology. 71 (5):361-9.
  25. Liu, Q. P. et al. (2007) Bacterial glycosidases for the production of universal red blood cells. Nature Biotechnology 25 (4): 454–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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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녁 2시(?)에 만나나요?”

“오후 2시에 만나요!” 또는 “저녁 7시에 보자!”하고 약속시간을 정할 때 말하는데요.
언젠가 문득 “저녁 2시에 보세!”또는 “밤 5시 30분에 강남역 6번 출구로 나와~” 하면
잠시 그게 언젠가 생각하며 정적이 흐를 것 같은 상황이 막 떠올랐습니다. ㅎㅎ;
그래서 한번 미투데이에서 설문조사(?)
해 봤는데요, 저녁 2시와 밤 5시가 모두 이상했는지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리는군요.

역시나 또, 좀 이상해도 간편하고 금방 나오는 조사를 하려고 그냥 구글 조사로 해 봤습니다.
조사 방법은 구글 한국어검색으로 장소 “저녁 2시” 식으로 “장소”라는 단어와 같이 나오는
오후/저녁/밤 뒤에 시간이 연달아 나오는 걸 조사했습니다. 물론 약속장소와 상관 없는 글도
많이 딸려나오겠지만, 뭐 이걸로 밥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재미로 간단하게 하는 거죠. ^_^;;

오후/저녁/밤을 따로 따로 나눠서 살펴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약속시간으로 많이 잡는 시간 (오후/저녁/밤)

의외로 이른 오후시간이 많이 나와서 직접 구글검색 결과를 살펴보니까, 개인적인 약속들보다는
행사나 교육 관련된 시간들이 검색에 많이 잡히다보니 그렇게 나온 것 같네요. 하나 재미있는 것은
“저녁 1시”나 “저녁 2시”로 부르는 사람이 진짜로 있긴 있다는 건데요. 아무리 많아도 100건이
안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녁 1시”는 무려 1만건이 넘게 나옵니다. -ㅇ-;

그리고 대략 트렌드는 6시까지는 오후라고 부르다가 7시부터 저녁이라고 많이 부르는데, 7시만
저녁으로 많이 부르고 그 다음부터는 확 줄어듭니다. 역시 표준저녁만남시간(!)은 7시인 것입니다. +_+

여기서 시간대별 차이를 무시하고 오후/저녁/밤으로 부르는 비율만 강조해서 보기 위해 서로 비율을
맞춰보면 이렇게 됩니다.

오후/저녁/밤으로 부르는 비율

대략 5시까지는 오후가 압도적이다가 저녁이 7시 때 최고로 올랐다가 8시부터 슬슬 밤으로 많이 부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벌써 9시부터 밤이나 오후라고는 부를지언정 저녁으로 부르는 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군요. 굳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저녁은 7시 8시에만 통용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저녁 11시”라고 부르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크.. 그리고 11시가 되면 밤이 오후보다 더 많습니다. 오후 11시하면
아무래도 오후 9시 보다는 감이 확 떨어지는게 살짝 오전 11시랑 헷갈리는 기분도 좀 들고 역시 그렇네요.

그리고 오후/저녁/밤을 모두 통합해서 보면 (모두 오후시간대)

약속시간으로 많이 잡는 시간 (오후)

저녁 7시가 역시 약속시간으로 최고 인기를 달리고요. 8시부터는 6시 이전보다 약합니다.
의외로 9시, 10시, 11시가 고른 분포를 보였는데 검색 결과를 살펴보면 사실 11시가 진짜로
약속시간으로 많이 잡힌 것은 아니고, 영업종료시간이나 방송시간 같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많이 섞여 나와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

간단한 조사결과라 크게 신빙성은 없지만, 그래도 밤 5시, 저녁 2시로 부르는 사람이 적잖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군요. 🙂

참고: 검색 결과에서 오전 1시~4시를 “밤”으로 부르는 것을 빼기 위해 검색에서 밤 1시~4시는 뺐습니다. 검색수는 2008년 8월 25일에 구글 한국 사이트에서 한 결과의 추산값을 썼습니다.

Firefox용 우리말 도우미 1.0.1 업데이트

최근에 신종훈님브루펜시럽님께서 불여우용 우리말 도우미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제보를 해 주셔서 오랜만에 업데이트 했습니다. 제가 사실은 한동안 pdf 플러그인 때문에 사파리만 쓰다 보니 정작 우리말 도우미를 전혀 못 써서 몰랐네요;; -O-;

이번 문제는 신종훈님께서 디버깅을 모두 마치고 패치를 보내주셨기 때문에, 제가 할 일은 따로 없었는데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결과로 body 태그를 2개를 보내는 바람에 생겼던 문제입니다. 여러 방법을 고려해 보다가 그냥 HTML 전체를 innerHTML 로 밀어 넣는 방법을 썼습니다.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앞으로 레이아웃이 계속 바뀔 걸 생각해 보면 별 수가 없네요.. 크흐~

여전히 모래통 안에 있기 때문에, 개발자 사이트에 가입하신 분들만 설치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말 도우미 설치 페이지에서 로그인한 다음에 설치를 눌러 주세요~Watch Full Movie Online Streaming Online and Download

2009년 공휴일은 과연 특이하게 저주받은 것일까?

블로그에 돌아다녀보면 공포의 2009년 달력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요. 공포다, 저주다! 다들 공휴일이 어떻게 이렇게 토, 일요일과 겹칠 수가 있느냐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

공돌이가 이런 상황을 보면 처음 떠 오르는 것은 역시 “과연 p-value가 얼마나 되길래 저렇게 호들갑이야?” 므흐흐;;; 그래서 음력 계산이 간단하게 가능한 1882년부터 2050년까지 2008년에 시행 중인 공휴일을 기준으로 해서 얼마나 공휴일이 겹치는지 봤습니다. 물론 시행 당시의 공휴일로 계산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다른 변인은 빼고 순수하게 공휴일끼리 겹치는 것이 이정도로 일어나는게 특이한 것인지 보는 것만 하기 위해서!

그런데 마침 찾아보니 토끼군님이 만들어 두신 양음력 변환 모듈이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쉽게 일이 되었네요. 2009년이 이렇게 떠들썩 한 것은 추석과 개천절이 겹친 것도 원인 중 하나라서, 토/일이 아닌 공휴일 수가 며칠이나 되는지로 계산했습니다. 2009년은 신년, 설날 2일, 어린이날, 추석 1일, 크리스마스 해서 6일 밖에 안 됩니다. 자 그렇다면 1882년부터 2050년까지 중에서 평일이 공휴일이 되는 날 수의 분포는 어떻게 될까요~

1882~2050년 월~금 공휴일 횟수 분포

2009년이 6일인데, 6일이 무려 1882년부터 2050년 사이에 딱 2년 밖에 없습니다. p-value로는 0.012정도 되는데, 샘플이 169밖에 안 되는 데서 0.012라면 제법 재수가 없는 셈입니다. 쉽게 말해서 85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나는 일인 것 +_+ 사람들이 저주받은 해 운운할 만하군요~ 2009년 말고는 1914년이니까 공휴일 계산에서는 의미없는 해입니다. 그러니까 2050년까지는 다시는 이런 일은 없을 거라는거죠. -ㅇ-;

위 분포를 보면 보통 11일 근처에서 많이 걸리는데 공휴일이 기가 막히게 흩어져서 무려 13일이나 쉬는 해도 3년이나 됐는데, 1960, 2031, 2042년입니다.. 까마득하네요. ㅡㅡ;

자 그럼 최근 연도들이나 머지않은 연도들에서 토/일을 제외한 공휴일 수 (2008년 시행 공휴일 기준)가 어떻게 변하는지 한 번 살펴봅시다.

2003~2029년 월~금 공휴일 횟수 변화 (2008년 공휴일 기준)

2009년만 6일로 푹 떨어진 것 외에는 대체로 9일~11일 사이에서 안정적이군요. 그런데 2010년도 8일로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라는.. 2년 연속으로 공휴일이 적네요. 크흐. 2001년이 공휴일이 상당히 많았다고 나와 있는데, 2001년은 사실 놀았던 기억밖에 없어서 일년 내내 공휴일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

자 통계적으로도 2009년은 공휴일이 엄청 겹친 무서운 해입니다. 힘내서 연차 씁시다. -.-b

전문가가 되기 위한 파이썬 책

Expert Python Programming

나와 있는 파이썬 책은 대부분 “파이썬 1주일 만에 배우세요!” 아니면 “파이썬으로 뭐시기 하기” 두 부류였습니다. 아무래도 파이썬이 배우기 쉬운 언어처럼 보이는게 주요 마케팅 요소다 보니까, 쉽게 배워서 어디다가 써 먹는 것 밖에 없었는데요. 얼마 전에 전문가 파이썬 프로그래밍(Expert Python Programming)이라는 책의 출간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그동안 파이썬 자체를 주제로 하면서 초보서적이 아닌 것은 거의 Python Essential Reference밖에 없었기에 무척 기대가 되어서 당장 내용을 살펴 봤습니다. ? 아직 출간이 안 돼서 내용은 못 봤는데 목차가 공개되어 있네요~

다루고 있는 내용은 패키지 관리, 빌드, 네이밍, 테스트 주도 개발, 지속적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 사이클, 최적화 등이 있어서 전반적으로 파이썬 문법이나 내부 구조에 대한 것 보다는, 오랫동안 파이썬 개발을 하다보면 얻을 수 있는 경험적 지식이 들어 있습니다. 대충 파이썬 고급서가 나오면 아무래도 파이썬 내부구조나 VM자체, 개념 같은 것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일일이 찾아서 배울 수는 있지만 처음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을 그런대로 잘 모아놓은 것 같네요~

파이썬을 쓰다보면 언제든 한 번은 만날 만한 것들을 빨리 배울 수 있게 잘 모아놓긴 했지만, 제목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공정에 관련된 것들만 듬성듬성 다룬 것 같은 느낌이 약간 나긴합니다. 그래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매우 반갑네요. ?

가격은 $40인데 여러 권 사면 할인도 해 준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한국도 무료배송 지역이군요. -ㅇ-;film xXx: Return of Xander Cage streaming

파이썬 페차쿠차를 마치고~

파이썬 페차쿠차를 마치고 막 대전에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비도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주말 저녁이기도 해서 걱정이 좀 됐었는데, 90%를 훨씬 넘는 완벽한 출석률로 좋은 시간 가졌습니다~

이번 페차쿠차는 12장으로 줄이고 첫 장, 마지막 장의 시간 제한을 없애는 약간의 변형을 거쳤는데, 원래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다들 준비를 많이 해 오셔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압축적인 경험 전달이 된 것 같습니다. 다들 어쩜 말씀을 잘 하시는지 그냥 말 하셔도 20초에 딱 맞을 것 같은 분들도 있고.. 🙂 — 사실 중간에 잠시 생각했던 대로 50명 이상이 참가하는 행사로 키웠으면 발표하는 분들에게 부담감이 좀 가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페차쿠차 경험을 좀 쌓았으니 다음에는 더 크게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선 정말 다양한 (하나도 겹치는 분야가 없었어요!) 분야에서 파이썬을 쓰시는 분들이 모여서 얘기하다보니 쓰이는 곳을 알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로 뭔가 궁금한 게 있으면 누구한테 물어봐야할 지 알았다는 것도 참 유익했습니다. 회사에서 파이썬을 도입한 과정이나 문제해결 과정을 조금씩 엿볼 수 있었던 것도 다른 곳에서 파이썬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께 전해주기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네요.

형식적으로는, 20초는 매우 적절한 시간이라는 느낌을 받았고요, 보통 20초면 시간이 좀 모자라거나 남을 때도 쉽게 따라잡거나 약간 덧붙여서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는 아주 좋은 간격인 것 같네요. 그리고 시간 제약이 정확히 있다보니 지나치게 구체적인 설명은 아무래도 피하게 돼서, 대부분이 집중해서 관심있게 들을 수 있고, 질문할 시간이 잊기 전에 오기 때문에 대화를 시작하는 역할까지도 하게 돼서 좋았습니다. 12장도 이번 주제에서는 적절했던 것 같은데, 기술적인 내용 같은 경우에는 어떨지 아직 잘 감은 안 오네요.

이번에는 발표가 모두 13분이 하셨기 때문에 미리 짜면 아무래도 페차쿠차는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할 것 같아서 아예 순서를 알 수 없게 파이썬의 random.shuffle()을 써서 순간순간 자동으로 슬라이드가 열리게 했습니다. 🙂

중간에라도 온 사람 이름을 입력한 다음에, 엔터를 치면 “누구님 하세요!” 하면서 그 사람의 슬라이드를 열어줍니다. ^^; 다음에 누가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뒤에 남은 분들은 약간 -ㅇ-)

슬라이드는 이번에 파워포인트, 키노트, 임프레스 세가지 포맷 중 하나로 미리 이틀 전에 제출받았는데, 동영상 출력 기능이 가장 적절한 키노트로 모두 변환한 다음 키노트에서 20초 자동넘김 지정을 해서 QuickTime 동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미리 변환을 동영상으로 주우욱 해 뒀던 건 아무래도 4분이 짧기 때문에 발표자가 바뀔 때 빨리 바뀔 수 있게 한 것인데 괜찮았던 것 같네요.

이번에 발표 동영상은 미지리서치의 도움으로 촬영을 하기는 했지만, 테이프에 문제가 좀 있어서 앞부분 반 정도만 촬영이 제대로 되었구요. 발표자분들이 요청하신 기업기밀보호(^^;)를 위해 편집한 다음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파이썬 뿐만 아니라 분야별, 기술별, 모임주제별 다양한 페차쿠차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