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머리카락에서 DNA를 추출해 클론을 만들었다면 그는 과연 당신인가, 아닌가?
이런 전산쟁이가 들으면 뻔한 얘기를 갖고 혼동하는 사람들을 클론 관련 토론을 보면 자주 보게 되는데, DNA는 클래스이고, “당신”은 인스턴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다르고, 인스턴시에이션 된 후에도 꾸준히 어트리뷰트들이 바뀌겠다는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O- 뭐 그래도 생명 복제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건 아무래도 인스턴스를 복사하는 문제하고는 다른 것이라.. 생명 윤리에 대해서 머리 속에서 $@#&%*(@&#%(*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접근하면 양 세는 것 보다 더 강력하게 잠오는 무한루프…)
그런데, 작년에 읽었던 프랜시스 후쿠오카의 《Human Future》를 읽고서는 아아 그래 뭔가 똑똑한 사람들이 이미 생각 개진을 많이 해놨구나 느끼고 있기는 했는데, 마침 오랜만에 책을 찾다가 뭔가 아주 사이비 종교 광고 책 처럼 생긴 《클론 AND 클론》을 발견했습니다. 표지와 제목은 영 미심쩍었지만, 그래도 저자 중에 굴드씨가 있었기에.. 믿고서는
이 책은 99년에 나온 책인데, 돌리가 나온 직후에 여러 생명 윤리 관련 전문가들이 쓴 글들을 모아서 발간한 책입니다. 굴드 같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의 냉철한 글외에도 SF 소설가들의 복제가 일어난 후의 세상을 그린 소설, 철학자들의 여러 철학론에 비춘 해석, 종교계 윤리학자들의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이성적인 해석 등 여러가지 유익한 글들이 엮여있습니다.
처음에는 소설 여러개가 엮여 있는데.. 이 책을 번역한 이한음씨가 아무래도 과학서만 번역하던 분이라 그런지 무미건조에 하나도 재미가 없는 1장을 채 읽기가 힘든 이 문체란.. ;; 꿋꿋이 참고 그래도 몇페이지 읽다가 결국은 소설을 넘겼습니다. -0- 그 다음부터는 이제 굴드, 도킨스, 조지 존슨 등의 유명한 과학자들의 글이 나옵니다. 굴드씨의 글은 아주 짧은데 일란성 쌍둥이는 이미 과학적으로 가능한 클론보다도 더 완벽한 클론인데 왜 사람들은 클론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인가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는데, 그 주된 문제점으로써 일란성 쌍둥이는 동시에 태어나기 때문에, 서로의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정체성의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은 없는 편이지만, 클론은 시간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뒤에 태어난 클론이 앞에 태어난 원본의 삶에 일어나는 여러 일에 대해 충격을 받거나 운명으로 받아 들이고 비관적으로 살 경우 같은 점을 들고 있습니다. 아아 흐흐 이건 전혀 생각을 못 했던 것인데 이런 문제가 있군요. -O-;
도킨스씨는 역시 한쪽 끝 끌개 지역에 분포하는 사람이라, 글도 아주 과격하게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다하고서 여러가지 논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뭐 자세한 것은 워낙 긴 논리적 전개가 필요해서 직접 읽어 보셔야 겠지만, 논리적이지 않은 반박을 하는 일부 과격한 종교계 사람들의 전형적인 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그 사람들 패턴이 이해가 됩니다.;;
“”” 이 토론자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최근에 주님의 전당에 뽑힌 사람이었는데, 그는 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여성들과 악수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토론을 신속하게 시작되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그의 악수 거부가 여성들이 생리 중이거나 불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여성들은 그 성직자에게 종교적 선입관에 항상 수반되기 마련인 ‘존경’을 표하면서, 나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우아하게 그 모욕을 받아들였다. 패널 토론이 시작되고 좌장인 여성이 이 턱수염 난 성직자에게 정중히 경의를 표하면서, 복제가 피해를 끼칠 것인지 말씀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원자폭탄은 해롭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거기에는 정말 반대 의견이 있을 여지가 없다. 그러나 복제를 논의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토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
역시 도킨스씨는 끝까지 아주 다혈질적으로 맹렬히 공격하고 있는데, 음 그래 그래~ 하면서 그런대로 수긍이 흐흐; 물론 도킨스씨 글 같은 것만 있으면, 뭔가 균형이 안 맞았겠지만, 미국의 국가 생명 윤리 자문 위원회나 윤리학 교수, 법윤리학 권위자들의 글들이 후쿠오카의 글에서처럼 “아 이런 똑똑한 사람들! 이런 것도 생각했군!”하는 탁 치게 만드는 논리들이 전개가 돼서 “그래 나는 세상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하는 결론만;;;; 얻게 되었습니다. 흐흐
생명윤리에 대한 토론은 아무래도 그동안 여러 군데서의 경험을 보면 그냥 쉽게 감정적인 자기 논리 세계를 기반으로 한 단방향적인 주장이 연속되다가 그냥 감정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책에서 체계적인 논리적 주장들로 종교/윤리적 관점의 반론이 전개되는 것을 보니 굳이 이런 얘기는 아무데서나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결국은 이런 산만한 결론으로 치닫는다.. –;)
그래요, “과학과 논리학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말해줄 수 없는” 것이지요. (리처드 도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