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PC Compiler Writer’s Guide

[ISBN-0964965402] (비매품이라 아마존에 없음)

Larry Wall 할아버지가 한 명언으로 이런 것이 있습니다.

“””A real programmer can write assembly in any languages.”””

므흐므흐. 코드 생산성과 유지보수성, 가독성 등이 퍼포먼스보다는 훨씬 중요한 세상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퍼포먼스는 소프트웨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같은 기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더 느리게 돌아서 좋을 것은 크게 없으니까요.. 여전히 전체 프로그램의 5%정도는 다른 요소보다 퍼포먼스를 더 중요하게 하여 최적화를 하여야 하는 편이고, 기계에서 내부적으로 어떤 어셈블리를 거쳐서 실행이 되는지, 메모리 레이턴시가 얼마나 작용하는지, 캐쉬 히트가 어느정도 작용되는지를 코드를 작성할 때 생각하면서 작성하는 것은 사실 심각하게 하자면 어렵겠지만, 자주 쓰이는 패턴이 대부분인 것을 생각해 보면, 사실 익혀두면 큰 노력없이 좋은 코드를 짤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됩니다. +_+ 자바를 짜던 파이썬을 짜던, 핫스팟을 거치면 어떻게 되는지, 파이썬 VM에서 어떤 경우 최적화된 루틴으로 들어가서 실행을 하는지 알고 짜면, 비슷한 코드에서도 훨씬 빠르게 동작할 수 있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구요~

헛 잠시 말이 딴데로 빠졌지만, 이 책은 96년에 나온 꽤 오래된 책이지만 여전히 mono나 gcc같은 프로젝트에서 추천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실용적인 명저입니다. 제목대로 PowerPC에서의 C/Fortran 컴파일러를 만들 때 코드 전략에 대해서 논한 책이지만, PowerPC 인스트럭션을 기준으로 설명했다는 것 외에는 근래의 다른 CPU 아키텍처들에서도 통상적으로 적용될만한 교훈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if-else를 브랜치 프리딕션 없이 논리식으로 풀어버리는 방법, switch-case 의 개수별/변수타입별/변수범위별 최적화 방법 등 C 코딩을 할 때 사소한 것으로 컴파일러의 최적화를 방해할 수 있는 이슈들을 많이 논하고 있어서 별로 고치지 않고도 컴파일러의 최적화를 많이 도와줄 수 있게 됩니다. PowerPC가 아무래도 컨소시움에서 만들어진 개방표준형 아키텍처이다보니 인텔의 책처럼 자기 구현에 대해서만 최적화를 다루지 않고 여러 구현(모토롤라와 IBM, PowerPC/QUICC 4,5,6,7,8씨리즈)에서 공통되게 잘 돌아가는 방법같이 좋은 예를 C와 Fortran, PowerPC 어셈블리로 다루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셈블리 코드가 전부 PowerPC기준으로 되어있다보니 약간 생소하기는 하지만, 모토롤라의 파워피씨 매뉴얼을 놓고 같이 보면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군요~

이 책은 http://www-3.ibm.com/chips/techlib/techlib.nsf/techdocs/852569B20050FF7785256996007558C6 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요리만 못하는 똑똑한 여자들을 위한 요리책.

[ISBN-897365408x] 6년간의 하숙생활을 청산하고 독립생활을 시작한 지 1개월. 슬슬 가사에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 요리는 단연 자취생의 로망! 그래서 요리책을 2권 사서 보고 있었는데 처음 산 책들은 정말 맛있어 보이는 사진이 가득한 책으로, 특히 재료 개수가 적어보이는 책들을 샀었습니다. 헉. 그런데, 사고나서 보니.. 이럴수가.. 재료는 냉장고 2개 있는 집에 재료를 항상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 추가로 사야하는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_-;; 49리터짜리 냉장고에 음료수 몇 개 넣어놓고 사는 자취생에게는 꿈과 같은… 거기 있는 재료 다 사서 요리하고 나면 남는 재료는 다 버려야 .. 흑흑..

그러던 중 괜찮은 책이 있어서 hoya`님께 선물로 받았습니다. “perky님 맛있는 요리하셔서 사랑받는 살림꾼 되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흐흐. 제목은 “요리만 못하는 똑똑한 여자들을 위한 요리책”라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인데 뭔가 약간 전통적 성역할을 벗어나지 못한 성차별 요소가 담겨있는 책 제목인 듯한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 므흐. 어쨌던 이 요리책에는 음식 사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두둥! 요리책에 음식사진이 없으면 과연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이 책은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기술된 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 것입니다. 각각의 조리법의 자세한 과학적인 이유와 그에 따라 일어나는 여러가지 분화적인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파게티가 들러붙지 않는 이유는?
스파게티는 삶은 뒤 찬물에 헹구지 않아도 서로 들러붙지 않습니다. 그 점이 일반 국수와 다르지요. 물론 반죽에 기름이 들어갔고 또 삶을 때 기름을 넣고 삶기느 했지만 들러붙지 않거나 불어나지 않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스파게티는 강력분 밀가루로 반죽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강력분에 다량 함유된 단백질인 글루텐(강력분은 15%이상, 박력분은 10%이하)이 반죽 자체에서 서로 당기는 힘이 강해 다른 국수처럼 서로 들러붙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조리법에서 소금을 더 넣어야 하는 이유, 물을 더 넣어야하는 이유까지 상세하게 모두 설명하고 있고, 관련 역사까지도 다루고 있습니다. :) 사진으로 가득찬 요리책에서는 사진의 위치때문에 감히 시도할 수 없었던 것이었을텐데 이런 책이 나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요리책을 읽다보면 제일 불편한 것이 아무래도 해요체로 가득차있는 것인데 모든 문장이 모두 해요체로 끝나다보니 신뢰감도 덜하고 문장관계 파악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것이 잘 팔리는지 전부들 싹 해요체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책은 부분적으로 해요를 쓰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합니다 로 기술하고 있어서 편하고 신뢰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

밥짓는 방법과 각 단계의 원리, 튀김이 되는 원리와 각 맛의 비결과 그 과학적인 과정같은 것도 모두 설명하고 있는 등 아주 기초에 충실하면서도 흥미를 충분히 돋울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책에서는 대체로 계량 기구를 완벽하게 갖춘 듯이 정량적 단위를 완벽하게 제시하거나, 아니면 또 초보를 위한다고 굉장히 모호한 단위를 전체적으로 써버리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정량적인 단위를 제시하면서도 그것을 측량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가지 접근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계량단위인 “1컵”을 계량하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는 “1컵”을 200ml로 치지만, 서양에서는 1컵을 240ml로 칩니다. 그러나 만일 한글로 번역된 요리책을 보며 요리를 하신다면 1컵=200ml로 생각해도 됩니다.

시중에서 파는 작은 우유팩의 용량이 200ml이므로 당장 집에 계량컵이 없다면 우유 한 팩을 컵에 부어 눈금을 표시해서 간이 계량컵으로 써도 됩니다.

순수한 물 200ml의 무게는 200g이지만, 다른 성분이 섞인 액체는 조금씩 무게 차이가 있어 물엿이나 토마토케첩, 고추장처럼 되직한 것들은 부피의 물보다 무게가 더 나가게 마련이므로 부피가 같다고 무게가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으흐흐~~ 하여간 이 책은 제가 요리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요리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정말 멋진 책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이렇게 논리적으로 기술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책 제목은 좀 바꿨으면 좋겠군요. 분명 마케팅 차원에서 그랬겠지만 -ㅇ-;

DNA: 생명의 비밀

[ISBN-897291357x] 2003년 6월은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구조를 공개한지 50년째되는 때여서 구글에도 이미지가 걸리고 그랬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제임스 왓슨은 이 날도 그냥 넘기지 않고 TV 시리즈물도 만들고 이것 저것 떠들썩하게 했었는데, 역시 책도 한권 냈었네요. “DNA: 생명의 비밀” 이 책인데, 왓슨이 혼자 쓴 것은 아니고, 앤드루 베리라는 글빨 좋은 사람과 같이 쓰는 바람에 아주 책이 짜임새 있고 재미있게 쓰여졌네요. :)

“DNA: 생명의 비밀”은 저자 이름에도 걸맞게, 생명과학에서 있어왔던 여러 사건을 다뤄왔다는 점에서 “분자생물학: 실험과 사유의 역사” [ISBN-8989418232]와 비슷한 주제인데, 책 내용은 완전히 다릅니다!. “실험과 사유의 역사”는 굉장히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를 많이 쓰면서도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과업들을 주로 다룬 반면에, “DNA: 생명의 비밀”은 아주 평이한 용어에 그림으로 가득한 쉬운 설명으로 현장감있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실제 생명과학계의 50년간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시 “이중나선” [ISBN-8970445439]에서도 그랬듯이 제임스 왓슨 정도되니 아무나 대놓고 욕도 하고, 누가 나쁜놈인지 약간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딱 보여주는 것이 통쾌합니다! 예를 들면 (물론 다른 책에서도 맨날 씹히기는 하지만) 말종 라마르크주의자인 리센코에 대해서 이렇게 썼습니다.

“”” 이중나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리센코주의자들이 보인 반응은 계몽 반대주의자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반응 그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가 반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서 두 배로 되고, 증가하기는 하지만 발달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지만, 리센코가 유전에 관해서 쓴 다른 글들과는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부합되는 듯 했다.
— 404p. “””

므흐.. 물론 리센코 말고도 셀레라 지노믹스의 크렉 벤터에 대해서도 굉장히 공격적인 어조를 택하고 있는데, 그것도 아주 볼 만하네요.. 그리고, 이 책 전체에 풀컬러 사진이 굉장히 많이 깔려있는데, 다른 책들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사진들이 아주 인포멀합니다. @.@ 해변에 놀러간 사진, 요트 타고 있는 사진, 모터사이클 위에 올라가 있는 사진 등등… 논문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뭔가 가까운 느낌이~~

가격은 좀 비싸긴 하지만, 읽을 거리도 굉장히 많고 무엇보다도 전면 풀컬러라는 점에서 (-.-;;;) 강력추천입니다. :) 읽고 나면 다른 생명과학 교양서적 10개정도는 뭉쳐놓은 듯한 뿌듯한 마음이~~

Computer Architecture: A Quantitative Approach

지난 주에 이사하고서는 살림 마련하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방 청소하고 그러느라 영 홈피에 소홀했었군요. ^^;; 곧 사진 정리해서 웹 집들이라도;;

[ISBN-1558607242] Miguel이 mono를 만들 적에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강력히 추천한 바로 그 책! Computer Architecture: A Quantitative Approach를 드디어 한번 읽었습니다. 므흣. 이게 상당히 오랜기간 바이블급의 책이었는 듯 한 풍모가 느껴지는.. 저자 이름부터가 일단 먹어주는 군요. David Patterson – RISC의 대가이며, BSD의 할아버지! 그리고 서문은 David의 제자인 Sun의 Bill Joy가 썼습니다! (물론 지금은 Sun을 나왔지만요. :) ) 대단대단! 꺄아

Computer Architecture과 관련된 책은 학교에서 배울때는 늘 논리회로 어쩌고 부터 시작해서 고리타분한 70~80년대 컴퓨터 아키텍처 얘기만 줄창 나와서 어찌나 따분했는지 모릅니다. 뭔가 몸에 와닿는게 있어야 이게 내가 지금 만지는 컴퓨터가 이 책에 나오는 컴퓨터구나 생각이 들텐데.. 흐;; 그런데 이 책에서는 최근 대부분의 컴퓨터들이 부분적으로 나마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RISC를 기반으로 해서 아주 방대한 현실적인 벤치마크들과 최근 사용되는 다양한 분야의 CPU들의 특성을 고루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구조들도 약간씩 언급을 하고 있어서 정말 재미있네요. :)

그리고, 교재로서의 가장 중요한 그림과 도표! 아주 거의 2~3페이지마다 1개씩은 나올 정도로 정말 열심히 그려놔서 아주 실감이 납니다. :) 특히 RISC의 대가들이 쓴 것이니 만큼, 캐쉬 미스를 줄이는 전략이나 파이프라인 쪽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그동안 뜬구름만 잡고 있었던 것을 이제 개념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_^;; 물론, NUMA, RAID, 분산 공유 메모리, 클러스터 같은 실전 디자인들도 많이 다루고 있다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근데, 뭔가 책이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있어서 교재같은 기분이 안드는 것은 약간 흠 아닌 흠 이랄까요.. (교재는 왠지 재미 없어야 한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다;; )

희망의 이유.

[ISBN-898880449X] MBC 느낌표에서 마지막으로 선정했던 도서인가(? TV를 안봐서 자세히는;;) 였던 바로 그 책! 별로 보지도 않았지만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는 늘 문학/인문교양쪽 책만 선정해서 굉장히 불만이 많았는데, 막판에 드디어 처음으로 과학교양 책을 하나 선정한 줄 알았더니, 책을 읽어보니 과학교양치고는 굉장히 종교 얘기가 많이 나오고 사색적이네요. 어쨌건 정말 좋아하는 제인 구달 박사의 최근 책이고 게다가 느낌표덕에 가격도 싸서 아주 편하게 사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구달박사의 자서전인 《침팬지와 함께한 나의 인생》[ISBN-8983719222] 보다도 오히려 구달박사의 인생에 대한 얘기와 사상에 대한 얘기를 더 잘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얘기하려는 “희망”은 그동안 환원주의적 과학서적들이나 비관론적 미래서들에서 머지않아 인류가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얘기했던 것들에 대해 답이라도 하듯, 인류에겐 앞으로 희망이 있다는 얘기를 침팬지 얘기와 신적인 얘기를 곁들여서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인간의 그늘에서》[ISBN-8983710888]는 상당히 초창기 작품이고 아직 영향력이 크게 없던 시절이라 그런지, 종교적인 신념은 마지막 1장에서 아주 어설프에 끼워넣고 말았는데,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종교적 얘기입니다. 그런데, 제인 구달박사의 기독교는 약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기독교랑은 달라서, 우주의 신은 하나인데, 그 신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즉, 유일신교는 모두 제인 구달박사의 기독교 신앙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데, 다행히도 저같은 자연신론자나 무신론자도 착하게 살면 구달박사는 예쁘게 봐 준다는군요. -ㅇ-;;;; (한숨 놓는다 =3 =33)

환경론자들이 널리 퍼뜨린 흔한 편견으로 “고상한 미개인”, “고상한 짐승”같은 개념들을 아주 처참히 깨버리는 탄자니아 주변 국가들의 부족간 충돌이나 침팬지간의 동족 말살같은 얘기, 구달 박사의 두번째(세번째인가?;;) 남편인 데렉의 투병과 죽음, 양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대량 학살같은 일들이 나열된 책의 중반부는 정말 읽으면서 인류가 곧 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지막 세 장(章)의 여러 헌신적인 실천가들과 구달 박사의 친구들 얘기를 읽으면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으며, 아주 작은 일이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앗 초등학교 독후감풍 문체지만 그래도 진짜입니다 ㅠ.ㅠ)

마지막으로 재미있었던 존 스타킹의 얘기를 하나 인용합니다. (304페이지)

예를 들어 존 스타킹은 참치잡이 배의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돌고래들을 덫으로 잡아서 죽이는 소름끼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는 새끼 돌고래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어미 돌고래의 눈빛을 보게 되자, 겁을 먹은 거대한 참치, 상어, 돌고래들이 몸부림쳐서 거품이 일고 있는 바닷물에 자신도 모르게 뛰어들었다. 존 역시도 겁을 먹었지만, 자신의 팔 안에서 새끼 돌고래가 안심하는 것을 느끼면서 그것을 그물 너머로 던질 수 있었고, 가까스로 어떻게하여 어미도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는 칼로 그물을 찢어서 나머지 동물들도 자유롭게 놓아주었다. 물론 그는 당장 일자리를 잃었다. 존은 집에 돌아와서 돌고래들의 생황에 대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다른 동물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에게는 학위도 돈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그러한 상황을 바꾸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것을 해냈다. 지금 그는 좋은 초콜릿을 가지고 초코바를 만들어 팔고 있다. ‘멸종 위기 동물 초코바’의 포장에는 각각 한 가지 동물이 인쇄되어 있는데, 세금이 공제되기 전 이윤의 11.7%가 그 종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운동 단체에 후원되고 있다. 이제 ‘초콜릿 존’이라고 불리는 그는, 나의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오늘날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이윤의 일정 비율을 여러 가지 좋은 일에 사용하고 있다.

O’Relly는 혹시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 안 하는지 알아봐야겠군요 ㅎㅎ -ㅇ-;

극단의 생명-

[ISBN-8975273636] 극단의 생명. 제목은 꼭 뭔가 소설같은.. 흐흐.. 이 책은 존 포스트게이트라는 미생물학자가 쓴 재미있는 미생물 이야기책입니다. 책 표지에도 “재미있는 미생물 이야기”라고 되어있는데, 정말로 완벽한 흥미위주의 책으로 교양과학 서적으로는 정말 알맞는 게 아닐까 싶네요. :)

제목대로 이 책에서는 공기가 없는데서 사는 미생물, 극고온에서 사는 호열성 미생물, 극저온에서 사는 미생물, 강산성에서 사는 미생물 등등 별의 별 희한한 미생물들을 각 단원에서 다루고 있는데, 꼭 매트 리들리의 게놈 [ISBN-8934906502] 같은 구성입니다. 각각의 단원에서는 다른 미생물을 다루고 있어서 사실 그냥 이런 미생물도 있구나~하고 재미로 읽을 수도 있는데, 그동안 미생물학도 안 듣고 미생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생태계의 질소순환이나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생명체에서 어떻게 생기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여러 생명체들끼리 얽혀서 완벽한 사슬이 이루어지는 과정같은 대형 생물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자원의 순환에 대한 것을 알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 질소고정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도 처음 알았고.. 철광석 먹고 사는 미생물이 있는 지도 처음 알았고.. -.-;; 물만 있으면 유기물이 없는 곳에서 조차 미생물이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흥미롭네요.

미생물에 대한 책을 아직 안 접해보셨다면 꼭 추천입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년

[ISBN-8986270862] 40년대 분자생물학 붐을 일으킨 바로 그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의 강연 50주년을 기념하여 93년에 나온 (번역판은 올해)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년»을 읽었습니다.

므흣. 이 책은 슈뢰딩거의 업적을 평가하고 “생명이란 무엇인가?” 주제에 대한 현재 기술과 미래의 진행에 대해서 열명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논문을 한 편씩 낸 것을 묶어놓은 것인데, 참여한 사람들 이름이 어찌나 화려한지.. 으흐흐 저자들 이름만 봐도 뭔가 무서운 책이라는… +_+ 특히 스티븐 제이 굴드, 제레드 다이아몬드, 존 메이나드 스미스, 만프레드 아이겐, 로저 펜로즈 등 스타급 저자들의 탁월한 글들은 본인들의 책에서 쓴 것 못지 않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와와~

우선, 스티븐 제이굴드와 제레드 다이아몬드, 스튜어트 카우프먼 같은 앞쪽에 나오는 저자들은 대체로 슈뢰딩거의 업적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셋이서 어찌나 똑같이 비판을 하는지.. 뭐하러 슈뢰딩거 기념 논문에 이런걸 세개나 썼는지 모르겠군요 므흐 -ㅁ-; 하여간, 비판하는 내용을 뺀 나머지 부분이라도 역시 굴드와 다이아몬드의 글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

원래 좋아했던 굴드와 다이아몬드 외의 다른 저자들의 논문 중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만프레드 아이겐의 “무엇이 미래의 생물학을 지배할것인가?”였는데, 아이겐의 일반인의 과학에 대한 시각, 과학 정책, 바이러스 이야기, 20세기 생물학에 대한 평가 같은 것들을 보면 역시 엄청난 포쓰가 느껴집니다. 뒷 부분의 로저 펜로즈와 스콧 켈소 등의 논문은 방정식이 등장하고 양자 물리학 공식이 막 왔다갔다 해서 정신이 없지만 –; 서너번 더 읽어보려구요;; 혹시나 이해 될까봐 -_-;;

고등학교 때 읽고서는 세계관이 흔들리게 됐었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서, 무려 6년만에 놀랜 가슴을 이 책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또 오바한다 –;)

생물을 연구해 보면 현재의 물리학이 얼마나 원시적인지 잘 알 수 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인간의 그늘에서》

[ISBN-8983710888] 동물행동학의 가장 유명한 학자 중의 한명이자, 디즈니 TV물 씨리즈에도 자주 나와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 Jane Goodall 박사의 초창기 연구 보고서인 《인간의 그늘에서》를 봤습니다. 어찌나 재미있는지 지하철에서 내리기 싫은데 막 “벌써 신촌이야?”하고 내린 적도.. (오바 1g;;)

구달 박사는 학사도 다른 전공으로 하고 공부도 다른 것 하다가, 그냥 침팬지에 관심이 있어서 무작정 아프리카에 와서 당시 유명한 고고학, 생태학자였던 리키 박사에게 침팬지 연구를 하겠다고 갔다고 합니다. 그 후에 아무도 안 믿고 금방 가려니 하는 아프리카인들 사이에서 침팬지들과 친해지면서 침팬지 뒤를 따라다니다가 덤불이라도 걸려서 좀 쳐지면 앞에 가던 침팬지가 기다려줄 정도가 되기까지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하는군요.. 대단…

구달 박사의 자서전은 따로 있어서, 이 책에서는 처음 아프리카에 간 것부터 침팬지를 10년 정도 지켜본 것까지 (70년대 초반)나와 있습니다. 곰비 침팬지보호구역의 여러 무리 중에 한 무리를 오래 관찰하다보니, 거기서 있었던 가족관계, 권력관계, 성생활, 육아, 우정 같은 걸 정말 자세히 관찰했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요.. 거의 그.. 유리의 집인가.. 사람 넣어놓고 관찰하는 –; 그런 것 보는 기분 -ㅁ-;;;

어린 침팬지인 Miff나 Gilka가 엄마한테 구박받을 때는 막 슬프기도 하고, Miff의 엄마인 Marina가 소아마비로 죽고 나서 동생 Merlin을 자기가 거둬서 기를 때 “힘내라!”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희일비를.. 므흐흐… 마지막에 구달박사에게 처음 마음을 열었던 침팬지인 David Graybeard와 나중에 소아마비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동료들에게 버림 받은 Mr. McGrigor의 죽음과 동생(으로 추정되는) Humphrey의 마지막까지 보살핌같은 얘기는 정말 슬프네요.. ㅡ.ㅜ

동물원에 가봤자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감옥에 갇힌 침팬지만 볼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숲속에서 노는 침팬지들이 정말 행복한 것 같군요..

마지막에 어색하게 신의 영역 얘기를 무지 어설프게 한페이지 하고 끝내는 바람에 끝맺음은 좀 이상했지만; Jared Diamond의 세번째 침팬지 얘기만 열심히 나오는 The Third Chimpanzee [ISBN-0060984031]를 읽기 전에 첫번째 침팬지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해보며 연결해 보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

원서는 70년대에 나왔는데 번역판은 2001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표지에 나온 침팬지는 Pipi같은데 맞나요.. :) )

3일 만에 읽는 몸의 구조

[ISBN-8953295254] 므흣. 유치원 다닐 적에 집에 있던 원색 생물도감을 보며 헉~ 사람 내장이 너무 징그러워서 무섭당~ 하면서도 궁금한 나머지 슬쩍 슬쩍 들춰서 보던 기억이 나네요.

«3일만에 읽는 몸의 구조» (타노이 마사오 지음, 윤소영 옮김)은 아주 얇은 상식 의학서입니다. 뭔가 “몸의 구조”래서 생물학적으로 접근했다기 보다는 실용의학적으로 무슨 병에는–무슨 이유 이런 식으로 써 놓은 것이 많습니다. 유전자가 모두 병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Matt Ridley의 주장이 생각나는군요. 으흐~ 근데 이 책에 보면 뭐 온몸이 병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 써놓긴 했는데.. 뭐 탈나면 고쳐야 하니까.. -ㅇ-; 왜 고장났는 줄은 알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쓱~ 읽었습니다. 흐흐

전체적인 책의 구조는 이렇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 머리와 얼굴의 구조

  • 심장과 폐의 구조

  • 소화기관의 구조

  • 이자의 구조

  • 면역과 내분비계의 구조

  • 뼈, 관절의 구조

  • 생식구조

  • 혈액과 혈관의 구조

  • 뇌의 구조

–의 구조 라고들 되어있지만, 실은 진짜로 구조를 설명한다기 보다는 단편적인 몇가지 상식들을 짤막하게 소개 하는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소화기관의 구조에서는 소화불량, 속쓰림, 소화성 궤양, 소화기능 이상, 설사, 변비, 식중독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사람이 그렇듯.. 병 안 걸리면 그 기관이 어디있는지 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걸 반영이라도 한 걸까요..

흐흐 뭐 하여간 대충 책에서 머리카락이 어떤 식으로 나는지, 나트륨과 칼륨이 어떻게 작용해서 혈압이 유지되는지 콜레스테롤이 어떻게 해서 혈관벽에 쌓이게 되는지 같은 진짜 상식들을 친절한 그림들과 함께 설명을 해 주고 있어서 책 내용은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너무 두꺼운 책에 익숙해져서인지 7500원짜리가 246페이지라서 좀 허무 흐흐흐흐 -ㅁ-; 혹시 도서관에서 보면 그냥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좋을 것 같네요.

음.. 병을 기준으로 한 구조가 아니라 어디 진짜 몸의 메카니즘을 설명한 교양서는 없을까요~

『욕망의 식물학』

[ISBN-8953295505] 오늘의 책은 『욕망의 식물학(The Botany of Desire)』입니당. 뭔가 자극적인 제목이.. 으흐흐. 지하철에서 읽고 있으면 옆에 있던 사람들이 흘끗 보고 내용을 슬쩍 보고서는 실망하고 갑니다 ;; -ㅇ-; (욕망이라더니!)

그동안 읽었던 책들은 한결같이 동물들의 번식과 그에 의한 진화를 다루고 있었는데, 식물도 뭔가 찐한(-.-;;) 게 있다길래 유심히 보았습니다. 정말로 식물이 성을 위해서 이런 진화를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네요. 그동안은 과일이 속씨식물이 동물 먹으라고 만들어준 뇌물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현재 중대형 식물 중에서 가장 성공한 식물 중에 네 종류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사과(malus domestica), 튤립(tupipa), 마리화나(cannabis sativa/indica), 감자(solanum tuberosüm)입니다.

“사과”에 대해서는, 18세기 미국에서 조니 애플시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존 채프먼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과는 접붙이기를 하지 않고, 씨를 심으면 엄청난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서, 한 세대에서 뭔가 좋은 것이 발견되더라도 그 씨를 심어봤자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들은 대부분 품종을 유지하기 위해서 접붙이기를 대부분 하는데, 특이하게도 조니 애플시드는 씨를 심고 댕겼다는군요. 그 결과, 원래 유럽에 적응되어있던 사과들이, 미국에서 충분히 많은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서 미국에서 오히려 훨씬 다양하고 좋은 품종들이 많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애들 동화에는 조니 애플시드가, 18세기 주요 당분 공급원이었던 사과를 많이 보급해서 어쩌고 저쩌고로 유명하다는데, 지은이의 몸으로 뛰어 고증에서는 실제로 조니 애플시드가 심고 다닌 사과의 대부분은 거의 야생이나 다름이 없어서 써서 못 먹는게 대부분이었고, 주로 사과주 담그는 용도로 사용되었다는군요 -.-; 그 뿐아니라, 서부 개척지들의 주정부는 새로 정착하는 사람이 일정 그루 이상의 나무를 기르면 정착 지원금을 대 줬는데, 조니 애플시드가 사람 없는데 가서 사과나무 심어놓고 기다리면, 사람들이 나무가 다 클때 쯤 되면 정착 지원금을 받으려고 사과 나무를 샀다는… ;;; -ㅁ-; 하여간 위인전은 다 믿을 게 못되는 모양입니다. 크크 =3

사과 얘기에서는 정말 유전적 다양성이 얼마나 환경 적응면에서 중요한지, 농업을 위한 고품질 소품종화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주네요. 앞으로 사람도 격리시켜서 다른 민족끼리는 결혼 못하게 –;;;;;;;;;;; (-ㅁ-;)

그 다음, 튤립 얘기는 네덜란드에서 18세기에 튤립 알뿌리 한개에 대저택 값을 뛰어 넘는 2년간의 단체로 미치는 사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튤립 알뿌리 하나에 수천 길더를 지불한다는 것은 기존의 어떤 논리를 갖다 붙여도 어리석은 집임이 틀림없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는 또 다른 바보가 존재하는 한, 세상에서 가장 논리적인 이론이기도 하다라는 설명에 거품으로 가득차는 주식시장이 근래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으흐.~ 튤립이 이렇게 비싸게 나갈 수 있는 이유는, 튤립도 역시 사과처럼 씨를 심으면 유전이 똑같이 발현이 안 된다는 문제점 때문에, 알뿌리를 따로 떼내는 방법을 쓰는데, 한번 이런 유명한 종이 출현하면 한 세대밖에 지속이 안 되기 때문에, 결국 5~15년 사이에 그 종이 마감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튤립 얘기에서 또 재미있는 것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비싸게 치였던 종들은 순수한 꽃잎에 다른 색으로 문양같은 것이 새겨지거나 줄이 가거나 하는 것이라는데, 이게 사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그런 거라고 합니다. 세상에.. 더 예뻐지는 바이러스라니.. 흐흐 더 예뻐져서 결국은 더 많이 퍼지게 되니, 바이러스에게도 좋은 전략인데, 사람도 더 예뻐지는 바이러스 나오면 정말 그 바이러스 박터지게 퍼질텐데 아쉽네요 크크 =3

그 다음에는, 마리화나 얘기가 나옵니다. 지은이는 마리화나에 정말 관심이 많아서, 사실 책의 반은 거의 마리화나에 관한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마리화나 합법화 위원회 회원이군요 –;) 마리화나를 직접 재배해 본 추억과, 마리화나의 법에 대한 진화같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 마리화나는 야생 종인 sativa와 indica 모두 2~3m가 넘는 엄청 큰 나무인데, 80년대에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금지가 되면서 실내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80년대 후반에는 30cm까지 밖에 안 크면서도 꽃을 충분히 피우는 sativa+indica 잡종이 나오게 되었다는군요. 게다가, 사람이 눈 멀 정도의 빛을 받고 쑥쑥 키우면 8주만에 1년 지낸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하고.. 식물이 이렇게 적응을 잘 해서야.. 식물의 정적인 이미지가 다 벗겨지는군요 흐흐.. 그 외에 경찰소장이 방문해서 식겁한 얘기나.. 양귀비 기르는 얘기 같은 얘기가 정말 공들여서 쓴 흔적이 나오게 많이 나와서 이걸 다 읽고 나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불법이지만 합법이 되어도 괜찮지않을까하는 열린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자는, 마리화나로 끝내기가 좀 뭣해서 뒤에 끼워넣은 듯 아주 약간 다루고 있는데, 감자의 원산지인 아즈텍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얘기, 아일랜드 사람들이 죽음의 땅에서 감자로 연명한 얘기 같은 것들이 나옵니다. 프랑스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만해도 감자를 아무도 안 먹고 관심도 없었는데, 왕궁에서 감자를 퍼뜨리려는 목적으로 왕궁 뒷뜰에 감자를 심고 호위병을 낮마다 세워서 한참 지키게 하니까, 시민들이 뭔가 좋은 건가 싶어서 훔쳐간 게 결국 감자를 전국적으로 퍼뜨렸다는군요;; 껄껄;;

사실 소형 식물이야 인간에 의지하지 않고도 성공하기 쉽지만, 이제 대형 동물 대부분을 멸종시키며 진화해온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이제 중대형 식물은 널리 퍼지기가 힘든 것 같네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반대로 이 식물들이 자기들의 번식에 사람을 이용한 것이라고 하는 식물의 관점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데, 인간의 적극적인 의지로 선택된 것이라 당연히 사람이 식물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버릴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멍해져서 진짜로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영화 프로처럼 줄거리를 전부 얘기해버렸는데, -.-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사서 보세요 =3 =33 이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