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실 《도덕교육의 파시즘》을 살 때 운송료를 공짜로 해보고자 3만원 채우기 위해서 넣은 책인데;; 그 영향인지 한참을 안 읽고 쌓아뒀다가, 요즘 시험기간이라 주의가 매우 산만해져서 결국은 이 책을 다 읽고 말았습니다. –;;
이 책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여러가지 배경들부터 전쟁 중, 휴전 협정, 정전 이후의 영향 등에 대해서 정치/국제/사회적인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즉, 전술과 상세한 과정을 다룬 전쟁사책은 아닙니다. (저는 사실 그런 줄 알고 샀습니다. 전쟁사책을 좋아해서 -O-)
그동안 반공이데올로기가 지나치게 과장된 교육을 받아온 20대 이상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잘 모를만한 내용이 책에 여러가지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누구나 아는 사실고 다같이 동의를 하는 사실인데도, 일반인들이 들으면 “뭣이!!”하고 놀랄 것들 말이죠.. 일부러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기에, 저도 이런 중요한 사실들을 잘 몰라서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한국전쟁은 왜 일어났는가?
-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가?
- 누구의 책임인가?
- 왜 하필이면 50년 6월 25일에 일어났는가?
- 왜 북한군은 낙동강까지 밖에 못 내려갔는가?
- 유엔군은 왜 38선을 넘었는가?
- 왜 압록강까지 다 가서 또 밀려 내려왔는가?
- 과연 중공군의 인해전술은 진짜 전술인가?
- 왜 중공군은 대전까지밖에 안 내려갔는가?
- 51년 여름부터는 왜 전선의 변화가 별로 없는가?
- 미국은 왜 이승만을 제거하려고 했는가?
- 북한이 망하면 북한땅은 남한의 통제하에 들어가는가?
해방이 되었을 때 김구나 이승만을 포함한 여러 세력의
정치적인 다툼이나 국제협정의 오해, 국제정치적 미숙으로 인해
결국 남한만의 선거가 이뤄지는 등의 전쟁 전의 정치
상황은 별로 국사 교과서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련과 중국이 전쟁에
상당히 소극적이었고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했던 것도
교과서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이지만, 당시 국제 상황으로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설명되고 있구요.
그리고 중국과 소련이 거부권이 있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임에도 불구하고 유엔군이 파견될 수 있었던 것도 고등학교때
참 궁금했는데, 중국은 당시에 국민당정부가 유엔 대표였고,
소련은 중국 대표를 마오쩌뚱계열로 안 바꿔준다고 삐져서 안 나오고
시위중이었다는군요. -O- 하여간 그런 사소한(?) 몇가지 일이
뒤에 미친 영향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것이..
그 외에도 유엔군에 참여한 많은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기 보다는, 미국이 참전 안 하면 마셜플랜의 원조를 안 해준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참여하게 된 것을 보면 미국이 그때도 힘이 참 대단했구나 느낍니다. 또 하나, 이 책을 안 보더라도 꼭 알아둬야 할 것 하나를 꼽자면, 대한민국은 유엔에서 선거가 가능했던 지역에 한하여 정부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현재 정부의 이북5도청은 국제법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기관이고, 북한이 망해도 유엔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군요.
이 책을 보면서 이승만에 대해 느낀 점이 참 남베트남 대통령들하고 닮았다는 점입니다;; 미군만 믿고 북침을 하겠다고 막 설치지를 않나, 정전협정 하는데에도 얼마나 죽던 북한 끝까지 밀어야 속이 후련하다고 협정에 결국 조인을 안 해서 휴전협정서에 남한측 대리인의 싸인이 안 되어있다고 합니다. -O- 전쟁 중에 전선에 있는 부대들 병력을 빼서 국회를 장악하고 계엄령을 내리는가 하면..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을 읽었을 때 남베트남 정부의 어이없음을 골고루 갖춘 게.. 지금은 한국이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한국전쟁과 관련된 여러 다큐멘터리에 고문역할도 하고 학부 교양 강의도 하신 교수님이 쓰신 것이라,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여진 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객관적인 논조를 유지하려고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어서, 읽는 사람이 편견을 가지지 않고 자기가 진실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논점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학계의 여러 연구자료와 가설들과 논박들을 골고루 소개하는 점에서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좌우합작운동은 우리에게 또 하나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사회 지도자는 중요한 시기에는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기 때문이다. 좌우합작운동을 실패에 이르게 한 것은 바로 여운형이라는 한 지도자의 죽음이었다.
책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