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과학교양책을 사볼 때 유명한 저자나 이미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추천한 책을 사게 되는데, 이 책은 들어본 적 없이 그냥 충동적으로 샀는데도 무척 재미있게 본 책입니다.
표지부터 파리의 누드 그림이 아주 자세히 그려있는 아주 도발적인;; 느낌이 있지요 -.-a;; 이 책은 1900년대 초반 생물의 유전 특성 연구에, 아주 특별한 기여를 한 실험 소재인 “초파리”를 사용한 도브잔스키나 모건 같은 여러 과학자들의 얘기와 초파리 실험에서 있었던 여러 재미있는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초파리의 기억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냄새 중 하나는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과일이 썩거나 발효할 때 부산물로 생성된다. 알코올은 휘발성이 아주 강한 유기화합물이기 때문에, 익은 과일 한 조각에서도 알코올 증기가 스며나온다. 이 알코올 증기가 풍겨오는 곳을 냄새로 알아내는 능력이 있으면, 초파리는 알을 낳거나 먹이를 구하는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 (중략) …
알코올에 취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살펴보면, 우리 인간에게 나타나는 일부 기괴한 행동은 초파리와 비슷하다. 초파리에서는 세 단계로 나타나는데, 우리에게 낯익은 행동이다. 처음에는 행복감에 넘쳐 소란스러워지는 단계로, 초파리는 침착성을 잃고 과잉 행동을 보인다. 이것은 초파리가 금기사항(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때이다. 그 다음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단계로, 초파리는 똑바로 걷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날 수는 있어도 마음먹은 대로 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는 상태가 오는데, 이 경우 초파리는 의식이 돌아왔을 때 시궁창에 쳐박혀 있거나 포식자의 뱃속에 들어 있기 십상이다.
다른 초파리들보다 유난히 알코올에 약한 돌연변이도 발견되었는데, 그 돌연변이 이름이 cheapdate(경제적인 데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에헤헤.. ;;)
그 외에 초파리의 여러 설명 중에 독특했던 것은, 단연 암컷과 수컷의 유전적 경쟁이었습니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난자의 생산에 매우 많은 자원이 필요하게 되므로, 수컷은 ‘난교’가 최고의 유전적 방법이지만, 암컷에게는 제한된 자원을 건강하고 좋은 상대를 신중하게 골라서 짝짓기를 하는 것이 유전적으로 현명한 전략이기 때문에 암수는 이를 위한 특별한 경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컷 곤충들은 다른 수컷들의 정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짝짓기 전에 다른 수컷의 정자를 퍼내기 위한 국자모양의 성기를 갖고 있는가 하면, 짝짓기 후에 암컷의 생식기를 막아버려서 자기 자식을 키우는 데에만 투자를 하도록 강요한다고 합니다. 더 웃긴 녀석으로 코실로코리스 마클리페니스 라는 녀석은 암컷의 몸 아무데나 찔러서 혈관에 정자를 집어넣어 그 정자가 암컷의 몸속에서 돌아다니다가 수정되기도 하고, 다른 수컷의 몸에 찔러 넣어 그 수컷의 고환을 공격해서 자기 정자를 생산하도록 만들어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ㅁ-;;;
한편, 우리의 초파리는 이런 도구를 갖추고 있다기 보다는, 정액이 신경조작을 함으로써 생식을 도모하게 되는데, 수컷 초파리의 정액을 주사받은 암컷들은 성적 충동이 억제되고 산란이 촉진되게 함으로써 자기 정자가 태어날 확률을 높인다고 합니다. (–;;;) 그 부작용으로 수컷의 정액이 암컷의 생명을 엄청 단축시키게 된다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거세한 수컷 초파리와 사는 암컷 초파리가 난잡한 생활을 하는 암컷 초파리보다 50%정도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ㅁ-;)
이에 반해서 이제 암컷들도 유전적 도구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에.. 요건 블로그가 이미 길어지고 미리 영화 다 보여주는 영화 프로같은 분위기가 나기 시작해서 –;; 직접 읽어보시라는 ;;; 도망 =3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초파리」 마틴 브룩스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