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기로 치면 서로 비교하기가 민망한 장호언니와 1권씩 사서 돌려본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책 두 권을 읽은 소감을 한꺼번에 써 봅니다;
게으르게 사는 즐거움(이하 즐거움)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캐나다에 살고 있는 어니 젤린스키가 지었고, 게으름뱅이여 당당하라(이하 당당하라)는 독일에 사는 토마스 호헨제라는 분이 지었습니다. 어니 젤린스키의 저자 소개가 근사한데, “현재 그는 최대한 적게(일주일에 나흘)일을 하고 있고, 달 이름에 ‘R’이 안 들어가는 달(5,6,7,8월)은 무조건 일을 하지 않는다.” 라고 합니다. 크크 ~.~;;
‘즐거움’은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큰 글씨로 몇 줄 안 써있고, 오른쪽에는 보통 책처럼 되어있는데, 왼쪽과 오른쪽이 따로따로 놀고 별로 상관도 없는 내용이라 같이 읽으면 무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그냥 오른쪽 다 읽고 왼쪽을;; 두 책은 대체로 세상의 대부분 사람들이 믿고 있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라는 것을 굳이 따를 필요가 있겠느냐하는 그런 내용으로 평소에 부지런히 살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변론을 해 주고 있습니다. (으하하 어찌나 좋던지~~;; ) 뭐,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 일은 모레로 미루고~”가 평소에 생활 신조였던터라 특별히 더 게을러질 여지는 없었다마는;;
그런데, 이제 ‘즐거움’이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은, 게으르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서 짚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으르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현명하고 효율적이며 창조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늘 듣던 소리지만, 앞에 “게으르기 위해서는”이 붙었으므로 유효;;) 그리고, 게으르게 살려면, 돈을 아껴써야 합니다. (역시~~) 생각해 보면, 뭔가 사려고 막 하기도 싫은 일 억지로 해서 결국 사 놓고는 별로 안 쓰던 뭐 그런게 지난 날을 되돌아 봤을 때 허다했던…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인가~~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그래서 이제 애플 홈페이지도 안 가기로 했습니다~) 대사량이 적을 수록 오래 산대잖아요~ ;;
‘즐거움’의 왼쪽 페이지의 인용구 중에서 멋있었던 것
성공함으로써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경우에만 성공은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다. – 사라 콜드웰
속도를 늦추고 즐겨라. 당신이 너무 빨리 달림으로써 놓치는 것은 주변 풍경뿐만이 아니다. 당신이 어디로 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 에디 캔터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 조지 버나드 쇼
모든 사람이 하루 4~5시간만 일하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염려하지 마라. 스트레스와 갈등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지며 환경오염도 낮아져서 분명히 훨씬 살기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 저자
그리고 ‘당당하라’는 양쪽이 모두 보통 책처럼 편집되어 있는데, 가끔 삽화도 있는 게 아주 독특합니다. +_+ 이 책은 읽으면서 약간 의심이 되는 것이 있는데, 게으름뱅이 책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로만 살면 웬만큼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 대열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더군요 -.-; 이렇게 하고서도 게으르다니! ‘당당하라’에서 게으르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더 많은 것들을 들고 있는데, 계획을 열심히 세워라, 계속 그 생각을 해라, 필요한 주변 사람들을 찾아봐라, 자서전 써봐라.. 뭐 잡다하게 하라는 게 많습니다. -ㅁ-; 그냥 안 게으르고 말지 흑흑;; 그렇지만, “시간을 관리하려다가 시간에게 관리당한다.”나, “잘 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하라”, “미뤄두기도 좋은 방법이다”같은 것들은 뭐 좀 적당히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크크 또 빠질 수 없는, 인상깊은 부분 인용 -.-;;
미국의 심리학자 개리 에머리가 그의 부인과 함께 파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호텔에 도착해보니 호텔 측의 실수로 그들이 예약한 방이 이미 차 있었다. 마침 똑같은 일을 당한 여행객들이 불평을 하며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한 에머리 부부는 모처럼의 파리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파리에 온 것 만으로 기뻐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근처의 다른 호텔을 찾았고 곧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에 산책을 나온 그들이 처음의 호텔 앞을 지나갈 때, 그 여행객 무리는 여전히 그곳에서 불평을 하고 있었다.
‘당당하라’는 뭔가 좀 읽으면서 불만이 좀 많은 책이었지만. 뭐 그런대로.. ;;;
두 책에서 공통점을 모아보자면, 지금이 바로 천국이며 삶을 즐기라는 것이지요.. 열심히 죽어라 하기싫은 일 억지로 하면서 돈 모아 갖고 부자로 죽어봐야 뭐하겠습니까 -ㅁ-; (뭔가 종교 얘기 같은 이 분위기는 뭐람 _-_)
마지막으로..
당신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을 세상에 드러내라. – 로버트 브레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