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은 『욕망의 식물학(The Botany of Desire)』입니당. 뭔가 자극적인 제목이.. 으흐흐. 지하철에서 읽고 있으면 옆에 있던 사람들이 흘끗 보고 내용을 슬쩍 보고서는 실망하고 갑니다 ;; -ㅇ-; (욕망이라더니!)
그동안 읽었던 책들은 한결같이 동물들의 번식과 그에 의한 진화를 다루고 있었는데, 식물도 뭔가 찐한(-.-;;) 게 있다길래 유심히 보았습니다. 정말로 식물이 성을 위해서 이런 진화를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네요. 그동안은 과일이 속씨식물이 동물 먹으라고 만들어준 뇌물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현재 중대형 식물 중에서 가장 성공한 식물 중에 네 종류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사과(malus domestica), 튤립(tupipa), 마리화나(cannabis sativa/indica), 감자(solanum tuberosüm)입니다.
“사과”에 대해서는, 18세기 미국에서 조니 애플시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존 채프먼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과는 접붙이기를 하지 않고, 씨를 심으면 엄청난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서, 한 세대에서 뭔가 좋은 것이 발견되더라도 그 씨를 심어봤자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들은 대부분 품종을 유지하기 위해서 접붙이기를 대부분 하는데, 특이하게도 조니 애플시드는 씨를 심고 댕겼다는군요. 그 결과, 원래 유럽에 적응되어있던 사과들이, 미국에서 충분히 많은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서 미국에서 오히려 훨씬 다양하고 좋은 품종들이 많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애들 동화에는 조니 애플시드가, 18세기 주요 당분 공급원이었던 사과를 많이 보급해서 어쩌고 저쩌고로 유명하다는데, 지은이의 몸으로 뛰어 고증에서는 실제로 조니 애플시드가 심고 다닌 사과의 대부분은 거의 야생이나 다름이 없어서 써서 못 먹는게 대부분이었고, 주로 사과주 담그는 용도로 사용되었다는군요 -.-; 그 뿐아니라, 서부 개척지들의 주정부는 새로 정착하는 사람이 일정 그루 이상의 나무를 기르면 정착 지원금을 대 줬는데, 조니 애플시드가 사람 없는데 가서 사과나무 심어놓고 기다리면, 사람들이 나무가 다 클때 쯤 되면 정착 지원금을 받으려고 사과 나무를 샀다는… ;;; -ㅁ-; 하여간 위인전은 다 믿을 게 못되는 모양입니다. 크크 =3
사과 얘기에서는 정말 유전적 다양성이 얼마나 환경 적응면에서 중요한지, 농업을 위한 고품질 소품종화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주네요. 앞으로 사람도 격리시켜서 다른 민족끼리는 결혼 못하게 –;;;;;;;;;;; (-ㅁ-;)
그 다음, 튤립 얘기는 네덜란드에서 18세기에 튤립 알뿌리 한개에 대저택 값을 뛰어 넘는 2년간의 단체로 미치는 사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튤립 알뿌리 하나에 수천 길더를 지불한다는 것은 기존의 어떤 논리를 갖다 붙여도 어리석은 집임이 틀림없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는 또 다른 바보가 존재하는 한, 세상에서 가장 논리적인 이론이기도 하다라는 설명에 거품으로 가득차는 주식시장이 근래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으흐.~ 튤립이 이렇게 비싸게 나갈 수 있는 이유는, 튤립도 역시 사과처럼 씨를 심으면 유전이 똑같이 발현이 안 된다는 문제점 때문에, 알뿌리를 따로 떼내는 방법을 쓰는데, 한번 이런 유명한 종이 출현하면 한 세대밖에 지속이 안 되기 때문에, 결국 5~15년 사이에 그 종이 마감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튤립 얘기에서 또 재미있는 것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비싸게 치였던 종들은 순수한 꽃잎에 다른 색으로 문양같은 것이 새겨지거나 줄이 가거나 하는 것이라는데, 이게 사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그런 거라고 합니다. 세상에.. 더 예뻐지는 바이러스라니.. 흐흐 더 예뻐져서 결국은 더 많이 퍼지게 되니, 바이러스에게도 좋은 전략인데, 사람도 더 예뻐지는 바이러스 나오면 정말 그 바이러스 박터지게 퍼질텐데 아쉽네요 크크 =3
그 다음에는, 마리화나 얘기가 나옵니다. 지은이는 마리화나에 정말 관심이 많아서, 사실 책의 반은 거의 마리화나에 관한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마리화나 합법화 위원회 회원이군요 –;) 마리화나를 직접 재배해 본 추억과, 마리화나의 법에 대한 진화같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 마리화나는 야생 종인 sativa와 indica 모두 2~3m가 넘는 엄청 큰 나무인데, 80년대에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금지가 되면서 실내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80년대 후반에는 30cm까지 밖에 안 크면서도 꽃을 충분히 피우는 sativa+indica 잡종이 나오게 되었다는군요. 게다가, 사람이 눈 멀 정도의 빛을 받고 쑥쑥 키우면 8주만에 1년 지낸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하고.. 식물이 이렇게 적응을 잘 해서야.. 식물의 정적인 이미지가 다 벗겨지는군요 흐흐.. 그 외에 경찰소장이 방문해서 식겁한 얘기나.. 양귀비 기르는 얘기 같은 얘기가 정말 공들여서 쓴 흔적이 나오게 많이 나와서 이걸 다 읽고 나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불법이지만 합법이 되어도 괜찮지않을까하는 열린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자는, 마리화나로 끝내기가 좀 뭣해서 뒤에 끼워넣은 듯 아주 약간 다루고 있는데, 감자의 원산지인 아즈텍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얘기, 아일랜드 사람들이 죽음의 땅에서 감자로 연명한 얘기 같은 것들이 나옵니다. 프랑스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만해도 감자를 아무도 안 먹고 관심도 없었는데, 왕궁에서 감자를 퍼뜨리려는 목적으로 왕궁 뒷뜰에 감자를 심고 호위병을 낮마다 세워서 한참 지키게 하니까, 시민들이 뭔가 좋은 건가 싶어서 훔쳐간 게 결국 감자를 전국적으로 퍼뜨렸다는군요;; 껄껄;;
사실 소형 식물이야 인간에 의지하지 않고도 성공하기 쉽지만, 이제 대형 동물 대부분을 멸종시키며 진화해온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이제 중대형 식물은 널리 퍼지기가 힘든 것 같네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반대로 이 식물들이 자기들의 번식에 사람을 이용한 것이라고 하는 식물의 관점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데, 인간의 적극적인 의지로 선택된 것이라 당연히 사람이 식물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버릴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멍해져서 진짜로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영화 프로처럼 줄거리를 전부 얘기해버렸는데, -.-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사서 보세요 =3 =33 이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