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는 법

PLOS에 올라왔던
How to Win the Nobel Prize?
에서 짧게 몇 가지 강조한
것들을 보니까 예전에 학교에서 했던 수상자들 강연과 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그래서 옮겨적어 봅니다.

  • 명료하고 간략하게 글을 쓰는 방법을 배워라. 과학에서 많이 생기는 문제가 바로 과학자가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 돼 버려서 자기 노력을 헛되게 한다는 것이다.
  • 마음을 넓게 하고, 문화적인 인식을 하라. 다른 사람들이 성취한 것들에 대해서 알아두자. 모든 젊은 과학자들은 가능하면 적은 적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주 상기할 필요가 있다.
  • 시간은 귀중하다. 여성들은 특히 “위원회에 의한 죽음(death by committee)”에 취약하며 그들의 항의가 몹시 필요하다. (무슨 뜻인지 짐작만 갈 뿐 정확히는 모르겠군요;;)
  • 멋있는 관리자격 직위를 맡는 것을 피하라. 이것이 바로 파멸의 근원이다. 특히 임상의 출신들은 더욱 그러하다. 나는 이제 괴롭힘 당하는 총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할 수 밖에 없다.
  • 오래 살아라. 어떤 것을 발견한 것을 노벨상으로 인정받으려면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은 모든 수상자들의 조언에 나오는 공통적인 조언이군요. 으흐흐. 멋있는 관리직을 피하라는 것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개발자들도 관리직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지속적으로 자기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데, 맨날 어디 TV나가고 정치하러 다니는 교수님들보면 연구 언제할까 생각이 들 때가 있더군요. 특히 저 글 안에서 “노벨상을 받는 것은 곧 사생활이 없어지고, 연구에 필요한 창의성과 자기반성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쩌면 절대 그 행사 분위기에서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하고 있는데, 만약에 지금까지 한국에서 노벨상 후보로 올라갔던 김성호박사님 같은 분들이 진짜로 수상을 했으면 언론과 정부에서 얼마나 괴롭혔을까 생각을 해 보니까 참 아찔 하긴 하네요. -O- 연구 업적이나 그 중요성은 여전히 대단하지만 변한 것은 노벨상 받고 안 받고 밖에 없는데 말이죠.

한편,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있는 동일한 연구분야에서 더 좋은 업적으로 더 유명해진 다른 과학자들이 역사에 상당히 많이 있는 것을 보면, 과장해서 노벨상 때문에 인생을 말아먹었어요 -ㅇ- 라고 마치 복권맞은 것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크흐흐. 재미있는 것을 오랫동안 하고 살기 위해서는 역시 전략을 잘 세워야겠습니다. +_+

8 thoughts on “노벨상 받는 법”

  1. 사실 한국에서는 TV 나가고 정치하는 것도 필요악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안.하.면.연.구.비.가.안.나.와.요’
    는 한국사회에서 엄연한 현실입니다. -.-;;

    옛날, 꽤 옛날에는 학교에 있는 연구는 안하고 정치만 하는 교수님들을 경멸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연구 못하는 사람은 정치라도 해서 돈이라도 끌어오는 일이라도 하면 된다’

    연구도 안하고, 정치도 안하고, 강의도 잘 못하고 그냥 동료 교수들과 바둑이나 두는 사람보다는 훨 낫습니다.

    물론 연구도 잘하고, 정치도 잘하고 (솔직히 노벨상도 학계에서 Politics가 좋은 사람들이 받는 경우가 많답니다. 초야에 묻혀서 내가 좋은 연구만 하는데 어디 하늘에서 노벨상 툭 떨어지는 경우는 점점 희귀해지거나 거의 없지요) 그런 슈퍼맨들도 없지는 않지만, 대개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2. death by committee는
    http://ibebloggin.com/article/22/death-by-committee
    이 링크를 보시면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A라는 웹디자이너가 웹사이트를 구축한 후 평가를 받게 됩니다. 이 평가에 회사의 각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 위원회 사람이 관련 웹지식이 거의 없다는거죠. 하지만 A가 제작한 웹사이트에 엄청난 태클을 걸고 이로 인해 웹사이트는 평가절하되고 A는 바보가 된다…
    인 듯하네요.

  3. ‘정치’가 중요한 또다른 경우: 입자 물리학처럼 거대 과학 분야에서는 한 논문의 공저자가 수백명에 이릅니다. 예를 들어, 히그스 보존을 찾아내고, 논문을 발표한다면 수백 명의 공저자 가운데 누구에게 노벨상을 주어야 할까요? 그 실험 그룹의 ‘대변인’에게 주겠지요. 그런데, 그 대변인은 ‘선거'(?)로 뽑거든요. (그렇다고 인기 투표는 아닙니다. :-)) 몇 년 전에 – 히그스 보존 발견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 페르미 랩의 테바트론에서 행해지던 주요 실험 둘 중 하나의 대변인으로 시카고 대학 교수인 한국인 물리학자가 뽑혔습니다. 그래서, 한국인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 (그것도 한국 여성이 남성보다 낫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이기라도 하듯이 여성) 가능성이 보였지만, 불행히도 히그스 보존은 테바트론에게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유럽의 LHC에게 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들 하더군요.

    노벨상 수상 후에도 그 전에 못지 않은 혹은 더 이상의 업적을 쌓은 경우 : 더 많이 있겠지만, 그냥 생각나는 경우 :
    * 존 바딘 : 첫번째 노벨상 발표가 나던 시점(1956년)에 두번째 노벨상 수상 업적(초전도체의 미시적 원리 규명)이 되는 연구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었으니까,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첫번째 수상 업적(1947년 트랜지스터 발명)으로 노벨상을 받을 것은 최소한 지금 보면 너무나 자명했으니까

    * 필립 엔더슨 : 1977년에 노벨상을 받았지만, 그 뒤에도 고온 초전도 현상 규명 등 난제 해결을 위해 왕성한 연구.

    * 크릭 :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분자 생물학과 신경 과학 연구에 탁월한 업적. 죽는 순간까지도….

    * 퀴리 부인 :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빨리 죽어서 노벨상 못 받은 대표적인 경우는 X-ray 회절 실험으로 원자 번호의 개념을 정립한 물리학자 Moseley입니다. 1차 대전에서 20대 후반의 나이에 전사하지 않았다면 – 개인이 건강하기만 해서는 안 되요 🙂 평화도 중요해요 🙂 – 확실히 물리학상 혹은 화학상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휘소 박사(Benjamin W. Lee)도 어쩌면 그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지요 (Mosley만큼 확실하지 않지만). 1999년 노벨 물리학상은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과 연관 있는 분야의 2명에게 돌아갔지요. 그 발표를 듣고 이휘소 박사가 죽지 않고, 계속 업적을 남기고 명성을 이어 갔다면 1999년에 남은 한 자리를 채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다른 경우는 전자 현미경의 공동 발명자 (1920년대 말 – 1930년대 초) 중 한 명입니다. 그는 빨리 죽었고(빨리 죽었다기 보다는 충분히 오래 살지 않았고), 다른 한 명(Ruska)은 1986년에 1981년에 나온 비교적 ‘따끈따끈한’ STM(주사 터널 현미경이라고 번역?)의 발명자 2명과 공동 수상했으니까요.

    ‘death by committees’를 무슨 뜻으로 썼는지는 … 흔히 쓰는 뜻이야 시렌님이 드신 것인데, 그 책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해 쓸 때 뭘 의미했는지는 그 책을 보지 않는 한 모르겠네요. 흔히 쓰는 뜻으로 쓴 것 같기도 하고 (바로 그 문장에 이어서 과학에 여성의 더 많은 참여가 절실하다고 한 것을 보면), 여성이 워낙 소수라서 남성 과학자에 비해서 온갖 위원회에 불려 다니는 빈도가 훨씬 높아서 (그 앞에 시간 얘기를 한 것을 보면.) 연구를 제대로 못 한다는 뜻으로 한 것 같기도 하네요.

  4. 아마존에 가서 그 책을 보니까 책 표지가 재미있네요. 저자의 어렸을 때 사진인 것 같군요. 세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어린 애 사진.

    딴지 : 참, 그 글의 저자는 듀크대 의대의 과학기술 담당 부학장입니다. chancellor는 총장을 의미할 때도 있지만 (영국 대학이나 UCal과 같은 주립 대학 시스템에서 각 캠퍼스의 최고 책임자를 chancellor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는 학장입니다.

  5. 이제 생각해 보니 ‘death by committees’의 의미가 명확해졌습니다. (위에서 두번째 가능성으로 적어 놓은 것은 너무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했고, 게다가 ‘by’를 쓴 점에 비춰서 이상하고요.) 거기서 십중팔구 위원회는 ‘영년직 심사 위원회'(혹은 과학자의 장래를 결정짓는 다른 위원회. 예를 들어, 신규 교원 임용 위원회)를 가리키고 있군요. 그렇다면, 여성이 ‘d b c’에 취약하다는 문장의 앞뒤에 있는 문장(시간이 귀중하다. 과학계에 여성이 더 많이 있어야 한다)과 함께 의미가 잘 통합니다. 영년직 심사 위원회에서 충분히 자격이 있는 후보에게 영년직을 주지 않고 (위원회에서 하다 보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다는 그 말의 원뜻처럼), 탈락시키는 일이 많으므로 (아이비 리그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학교들이 잘 하는 ‘삽질’. : 영년직 심사에서 탈락시킨 젊은 교수가 나중에 굉장히 훌륭해져서 – 최악의 경우 노벨상이나 필즈 메달 수상 – 배아퍼 하기) , 시간을 아껴써서 ‘아무리 위원회가 엉뚱한 결정을 많이 내릴 가능성이 높아도’ 그 장벽을 넘어서는 훌륭한 업적을 쌓아 두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위원회의 엉뚱한 결정’에 희생되어 (커리어를 아예 중단할) 가능성이 많은 여성 과학자들은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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