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대해서 좀 더 깊숙히 알아보고자, 우울증 치료에 관한 책을 샀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책은 서점에 정말 많이 있긴 했는데, 수필집쪽에 꽂혀있는 것들은 너무 피상적이고 다 극복한 사람들이 올챙이적 시절 모르듯 긍정적으로만 접근하고 있어서 이해가 된다기보다는 그냥 그런것도 있구나 정도 밖에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쪽에 꽂혀있는 책들을 봤는데, 대체로 한 주제에 너무 집중해서 깊숙히 파고 있거나, 이상심리학 전체를 다루는 바람에 우울증 부분이 적거나 그런 편이라서, 적당한 것이 마땅히 없었는데 이 책은 적당히 원인과 현상, 치료 기법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점이 괜찮았습니다. 🙂 저자의 성이 Kent Beck과 같다는 점도.. ^_^
소프트웨어를 주로 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직업 특성상 늘상 별 이유없이 낙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울증이 뭔지 잘 모르고 그냥 에러가 많이 났는데 잡을 시간이 없어서 우울한 것이나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기가 십상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을 읽어보니 우울증은 그냥 에러 잡기 귀찮은 그런 것과는 좀 다른, 사고 과정 상의 연쇄작용으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인 것이었습니다. 즉, 우울증이란 그냥 기분이 나쁜 상태라기보다는, 한가지 또는 여러가지의 자기에게 일어난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다른 것을 잊어버린 채로 그런 문제점에 집중하거나, 부정적인 사고를 연속적으로 해서 결국은 왜곡된 심리에 휘말리는 사고 과정 같은 것이 계속 반복되어 객관적인 시각에서 자신을 보지 못하는 상태를 얘기하는 듯 합니다.
처음 시작은 아주 사소하게 자기가 빨래를 했는데 실수로 돈을 안 꺼내고 빨아서 1000원을 못 쓰게 됐다는 점을 자책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문제를 확대해서 이 문제 저 문제 다 붙어서 결국은 “난 안돼” “살 가치가 없어” “난 주변사람들에게 해가 될 뿐이야” 정도까지도 발전이 돼서 자살소망단계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일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사고 단계마다 비약이나 왜곡을 약간씩만 더한다면 여러 단계가 거치면 그렇게 생각이 진행될 수도 있구나 하고 책의 예제를 보고 감정이입을 해 보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여러가지 사고적인 것 뿐만 아니라, 우울증은 생리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되기도 하는데, 시냅스간의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한 경우, 논리 왜곡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정이 부족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신경전달 물질의 부족으로 결국은 우울증의 악순환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주는 리튬제가 상당한 빠른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약물치료만으로 극복하는 경우에는 다시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재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인지적인 치료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인지적인 치료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지 치료는 다른 의학들처럼 물리적인 메카니즘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정신적인 사고 과정을 분석해서 악순환을 끊어서 객관적인 사고를 복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적인 과정입니다.
따라서, 인지 치료에서는 먼저 환자가 왜 그런 사고 과정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주변 사람의 정보와 본인의 정보를 토대로 밝혀낸 다음에, 그 사고 고리를 스스로 반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결국은 원래의 생활에 복귀하여서도 그런 사고로 돌아가지 않도록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여러가지 논리 기법을 숙련시켜 주는 것이 주가 되는 것 같네요. (책 안에서는 많은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를 예시로 치료기법들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나 치료자의 대응이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점이 꽤 많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환자에게 주변 사람들이 이유없이 게속 잘 해주려고 하는 것 또한 자책감으로 인한 우울증 환자에게는 “난 주변사람들에게 짐이 될 뿐이야”같은 심리를 자극해서 더 악화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하고,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너무 많이 하다보면 자기 상황에 대한 수치심으로 또 악화되고.. 이런 상황이 여러가지 있다고 합니다. 즉, 우울증 환자를 접할 때에는 항상 자신의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지 여러모로 생각해 보고 불명확한 해석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하지 않도록 부연 행동이나 설명을 해 주도록 명시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그런 행동이 너무 티가 나면 안 되겠죠~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어떤 면에서는 고립되어 가고,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증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울증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잡으면, 주변의 도움으로 어려운 경험없이 쉽게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미리미리 공부해서 명랑 사회 만들어 나갑시다.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