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파이썬 3.0으로 가는 길목으로 파이썬 2.6이 공개되었고, 파이썬 3.0 정식 발표가
임박해 있습니다. (현재 예정은 12월 3일)
오늘 드디어 FreeBSD 포트에도 파이썬 2.6과 3.0rc1을 넣었습니다. 아직 디폴트 버전으로 지정하지는 않았고, GNOME이나 KDE같은 주요 의존 포트들에서 대규모 빌드 테스트가 끝나면 올릴 예정입니다. 2.5 때는 사소한 문제가 엄청나게 발생해서 디폴트 되는데만 거의 3달 가까이 걸렸는데 2.6은 바뀐게 별로 없으니 금방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파이썬을 "파이썬"이라고 부르게 된 계기를 말로 알려드린 적은 있었지만, 특별히 글로 쓴 적은 없는 것 같아서 3.0 백일기도 하는 마음으로 적어 봅니다. ㅎㅎ;
파이썬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표기하면 "파이선"이라고 표기해야 맞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영어를 한글로 적을 때는 된소리를 안 쓰기 때문인데요.
파이썬이 처음 한국에서 막 뜨려고 하던 2000년 초기에 한국에서 파이썬을 다루는 홈페이지는 광운대 이강성교수님과 당시 서울대에 계시던 이관수님의 홈페이지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이 두 홈페이지에 다니는 사람들이 파이썬을 다양한 방법으로 불렀는데, "파이선", "파이던", "파이똔", "파이톤", "파이싼", "파이딴", "퓌톤", "피톤", "피쏜" 등등 부를 수 있는 조합은 거의 다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게 불렀죠. 그러다가, 이강성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파이썬정보광장 첫 모임이 드디어 2000년 4월 28일 저녁에 역삼동에서 강남대로 따라 양재동으로 가는 길에 있는 백두산이라는 고깃집에서 있었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대략 20명 정도 되는 최초의 한국 뱀신족들이 파이썬을 "파이썬"으로 부르기로 합의합니다. (당시에 Guido van Rossum을 한글로 어떻게 표기할까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었는데, 이건 결론이 안 났습니다.)
우선, Python의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나왔으니 "퓌톤"류의 표기를 좋아하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파이썬 언어 자체는 Monty Python에서 온 것이라 영국식 발음이 원천이고, 귀도도 미국에 살고 있으니 영어로 해야겠다하고 "퓌톤"을 버리게 되었고요. "파이선"이라는 표준 표기 대신 "썬"을 쓴 것은 "파이선"하면 너무 발음이 새고 좀 약해보여서 강하고 새로운 인상을 주자(?)하는 의미에서 "썬"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결국 그렇게 한글 표기법을 정한 이후로, 이름 덕인지 2000~2001년 그 모임에 참석한 분들이 주요 프로그래밍 잡지 기자분들의 도움으로 파이썬 관련 연재를 쏟아내면서, C/C++과 자바 말고는 별 게 없던 지루한 프로그래밍 동네의 수요와 맞아 떨어져 급속도로 "해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해 보고 싶은 언어"로 상당기간 수위권을 달렸고, 지금은 대안언어라고 부르기 민망한 "지는 해" 쪽에 속하는 언어가 됐습니다. 🙂
저는 “레드썬” 때문이었나 하고 짐작… =3=3=3
C 다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언어인데 지는 해라고 표현하시니 가슴 아픕니다(물론 좋아할 뿐이고 현업에서 써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_-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지만 기회가 안 오네요).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원어 발음도 아닌 거 같은데 다들 파이톤이라 부르더군요.
Eminency: 괜찮습니다. ^^; 파이썬 2는 지고 파이썬 3이 떠오르고 있어요 =3=3
적절한 한글 표기로 정착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
어짜피 발음은 파이썬이 영어 발음에 가장 흡사하니 당연히 파이썬으로 불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1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