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올린 글에서 파이썬을 "지는 해"라고 표현했던 것이 많은 분들의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파이썬이 망해간다는 걸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의도를 명확하게 하려고 좀 부연 설명을 달아 봅니다.
"뜨는 해"인 언어들의 특징은 이런 게 있습니다.
- 주로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초괴짜 개발자 아니면 손보다 입으로 더 많이 개발하는 컨설턴트들이다.
- 뭔가 사소한 문제가 생기면 해결법을 찾는게 무척 재미있다. 그렇지만 보통 한 나절은 걸리고, 결론적으로 인터프리터나 표준 라이브러리를 고쳐서 본의 아니게 "오픈소스에 기여"하게 되어 뿌듯하다.
- 대부분 사람들은 해 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회사에서 쓰게 되면 그 날로 발목 잡혀서 휴가도 못 간다. 그래서 감히 해 볼 엄두를 못 낸다.
- 라이브러리나 문서를 찾다보면 없어서 결국 "아 재미있겠는데!"하고 한참 재미를 보다보면, 본의 아니게 라이브러리도 만들고 문서도 쓰고 해서, 자기 이름이 검색엔진에 많이 걸리고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난다.
반면에 "지는 해"인 언어들은 이런 게 있겠죠.
- 특별히 회사에서 얘기를 안 해도 상사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 언어를 써 보면 어떻겠냐고 추천한다.
- 더 이상 제품 설명서나 홍보에 "이 제품은 어떤어떤 언어로 만들었습니다."를 안 적는다.
- 뭔가 몰라서 검색엔진이나 게시판을 찾아보면 똑같은 문제를 다른 사람이 다 겪어보고 경험을 적어놔서 따라하면 된다.
- 그 언어를 하는 사람을 찾는 구인 광고를 자주 본다.
- 라이브러리가 필요해서 찾으면 이미 여러 개가 있어서 뭐가 좋은지 보고 받으면 된다.
저는 이미 한국에서 파이썬이 적합한 분야에는 적절한 빈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SI나 시스템관리, 게임, 그래픽, 운영체제 같은 전통적인 컴퓨터 분야 뿐만 아니라, 과학계산, 기계공학, 생산관리, 음악, 아파트, 전화기 등등 수많은 분야에서 도입돼서 쓸만한 분야에서는 웬만한 개발자들은 "파이썬"을 한 번 쯤은 들어봤습니다. 이제 여기서 더 파이썬을 쓰는 곳이 늘어난다면, 그건 파이썬이 잘 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그 분야가 확장됐다거나 변화했다고 볼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지는 해"라고 "망해가는 언어"가 아니라, 이제 뜨는 과정이 어느 정도 됐으니 큰 고생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도했습니다. 해는 대략 12시에 중천에 뜨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오후와 밤에 생활하지 않습니까? C는 벌써 20년째 지는 해인데도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건재하죠.
뭐 이렇게 해명까지 해야될 필요가 있나요?
다들 알아먹지 못했나 보네요.
못 알아먹어서 죄송합니다…ㅡㅡ;
‘지는 해’의 일반적인 의미를 생각하면 납득이 안 갈 만도 하지요.
3.0 나오면 그때부터 써볼 생각이에요~ (지는 해가 되어야 알바가 생긴다!)
저도 3.0으로 공부하고 있지요~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Eminency: 크 아닙니다. 다른 분들도 개인적으로 많이 말씀을 하셨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 거라면 쓴 방법이 약간 잘못 됐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냥 오해만 하지 않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보다 입으로 더 많이 개발하는 컨설턴트들이다.”
이 부분 읽으면서 픽~ 하고 웃음이 났습니다. ㅎㅎ
제가 보기에도 “지는 해”란 표현은 약간 안맞는 것 같네요. 이 글에서 오해는 풀렸지만 해당 어구는 이미 “인기가 시들은”,”몰락해가는” 정도로 해석하는게 사전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쓰는 어구라서요.
혜식님이 의도한 표현으로 한다면
“더 이상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으로 표현하면 좋겠슴돠~^^
글이란 함축하면 할수록 해석의 경우의 수가 많아지게 되어 오해의 소지가 그만큼 많아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