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업 대신 노벨포럼에 동원되어 다녀 왔습니다. 흑흑. 휴강 안 하는 수업이랑 시간이 안 겹쳐서 듣고 싶은 것도 못 듣고 엉뚱한 것을 듣고 있으려니 초등학교 때 운동회 연습하던 생각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뭐 그래도 괜히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말을 많이 듣고 왔습니다.
출석체크용 도장 -o- (옆에 볼펜 빌려준 아저씨 고맙습니다;;)
오늘 들은 세션은 과학 교육에서의 정부, 산업계, 대학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물리학상을 받은 Murray Gell-Mann교수, 小柴 昌俊 (고시바 마사토시)교수, 화학상을 받은 Aaron Ciechanover교수가 참석하여 어릴 때 교육 받은 과정에서 겪은 멘터들의 도움이나 황씨사건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 앞으로 아시아에서 과학자들을 배출하기 위해 해야할 일 같은 것들에 대해서 토론하였습니다. 그런데, 패널로 나온 질문자들이 질문을 너무 길게 동어반복을 해서 너무 지루하더군요. 듣는 사람 생각도 좀 해 줘야지.. 어디 정치연설하나.. 으흐.;
음 하여간 오늘 고시바 교수님의 말씀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거 어디다가 막 적어두고 싶었는데 마침 펜을 안 들고가서 -o-;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의자에 앉아있기도 불편한 나이든 할아버지처럼 보였지만, 질문에 대답하면서 후배들에 대한 조언에서 배어나오는 그 뭔가의 포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음 속에서 알을 키우자” 이야기였습니다.
질문은 “요즘 인터넷 인구도 정말 많고, 정보도 쏟아지고 학문의 범위도 넓어져서 학생들은 무엇을 보고 듣고 익혀야할지 판단하기가 쉽지가 않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대해 고시바 교수님의 대답의 요지는 “과학자는 마음 속에 알을 세개, 네개 정도 품고 그 알을 키우는 마음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그 알은 각각 자기가 이루고 싶은 것을 구체적으로 판단한 것이죠. 너무 쉽게 이뤄질 만한 것이 아니면서도 원대하면서도 구체적이면 좋습니다. 쏟아지는 정보와 조언들,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기가 키우고 있는 알들에게 어떤 것이 도움이 될까 생각을 해 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관련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되면 그냥 버려도 되죠. 어차피 이미 세계에는 혼자서 다 읽을 수 있을 양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알을 키우다보면, 어느새 새가 되고 닭이되어서 깨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기준 없이 뭐가 좋다더라 하는 얘기만 듣고 휩쓸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뒤를 따라 여기 저기 떠다니다가 뭔가 이뤄낼 수가 없어요.”
그리고, 고시바 교수님도 고등학교, 대학교 때 성적이 상당히 안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벨상을 받기 직전 모교에서 초청받은 졸업식 연설때도 성적이 그렇게 안 좋았는데, 졸업식 연설을 해도 되나 망설였다고 하네요. ^.^
그래서, 성적이 안 좋은 50%의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이렇게 말씀을.. “성적을 잘 받으려면 우선 교수님의 말을 잘 듣고, 책을 잘 읽고, 연습문제를 잘 풀고, 숙제를 잘 하고, 열심히 외워서, 시험을 잘 봐야합니다. 주로 수동적인 능력들이죠. 사람(the human being)의 능력은 이런 수동적인 것 말고도, 창의적인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현하고, 동료들과 대화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등의 여러가지 능력이 더 많이 있습니다. 학교 성적이 안 좋다고 비관하지말고 자기가 잘 하는 다른 능력이 어떤 게 있는지 찾아서 더욱 키워 보세요. 그러면, 성적이 나빠도 저처럼 모교 졸업식 연설을 할 수 있답니다.”
킁킁. ^_^; (저를 포함한) 학점 나쁜 분들 힘냅시다.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