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표지를 봤을 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생소한 제목은 알고보니 노스모크에서 많이 들었던 그 “창발성“의 영어 표현이었군요. 🙂 표지 뒷면에 나와있는 서평 발췌문들에서 느껴지는 포스에서 뭔가 무척 호기심이 갔습니다. 크흐;
먹이가 풍부할 때는 따로따로 떨어져서 살다가, 먹이가 부족하면 누가 대장이랄 것 없이 모여서 한 덩이가 되는 진균의 얘기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별 지휘력이 없는 여왕개미와는 별개로 개미개체간의 페로몬을 이용한 피드백으로 마치 전체가 한 개체인 것처럼, 늙어가기도 하고 행위를 결정하기도 하는 개미 사회, 영원한 모더레이터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분권적인 모더레이터 시스템을 이용해서 유지되는 슬래시닷 등을 통해 뭔가 세계적인 흐름에 대한 설명으로 엮어집니다. 피드백, 사회적 개체들의 자기조직화 같은 것들은 그동안 띄엄띄엄 여러 사건들에서 막연하게 느끼기는 했지만, 《이머전스》에서 이렇게 묶어놓으니, 정말로 완전히 환원적으로 봐서는 알기가 힘든 거시적인 창발성의 힘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책에서 예로 들고 있는, 심시티, 심즈 시리즈나 라이프게임 같은 것들은 각각의 개체들은 비교적 단순한 규칙에 따라 동작하지만, 개체간의 피드백을 통해서 조직화가 되기 시작하고, 결국은 뭔가 그럴듯한 것이 나온다는 것을 보면, 1개의 세포가 분열해서 인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든지, 증권 시장에서 자주 보이는 별 이유없이 우루루 마구 오르다가, 다시 우루루 내려가기도 하고 그러는 것들도 뭔가 맥이 통한다는 감이 옵니다.
《이머전스》는 그 전에도 이런 분석이 많이 있었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생물학, 도시의 흥망, 신경망,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따로따로 지식을 하나로 묶어서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작가의 굉장한 통찰력은 놀랄만 합니다. 앞으로 저도 생활 습관이나 UI 디자인, 코드 동작 등의 여러 부분에서 피드백으로 창발성을 만들어 내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며칠 생각해 봐도 잘 생각이 안 납니다. 기회가 되면 꼭 써봐야겠네요. 크흐;
흐흐.. 번역도 잘 돼 있는 편이니, 꼭 보시라고 추천 꾹~.
으음 그런데, 역시 흩어져 있는 지식을 모아서 흐름으로 만들기로는 빠질 수 없는 매트 리들리의 《붉은여왕》이나 《본성과 양육》이 빨간색 책 표지인데, 이 책도 빨간색인 것을 보면…. (… 괜한데서 패턴을 찾으려는 노력을;;)
번역이 잘 되어 있다구요 ? 복잡한 문장을 굳이 직역하여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많아요. 게다가 슬래시닷오르지라고 언급하면서부터 번역이 많이 흔들려요. 아마도 역자가 슬래시닷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서겠지요.
slashdot.org을 읽는 색다른 방법인 줄 알았더니만 번역의 오류인모양이군요.. 흐흐~ 제가 슬래시닷을 방문해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해하는데 특별히 부담은 없었는데 으음~
slashdot.org는 영미인들이 통상 [슬래쉬닷오르그]로 발음하죠.
이런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Swarm Intelligence란 책을 추천합니다. 약간 덜 대중적, 더 기술적입니다. Sync라는 책도 재미있습니다.
매번 슬래시닷오르지라고 언급하는게 상당히 거슬려요. 심지어는 “슬래시닷 오르지” 이렇게 띄워쓰기 하는부분도 있죠. 슬래시닷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영문주소를 한번 노출해주고 그 다음부터는 슬래시닷까지만 언급하는게 현명한 방법이겠지요. 이외에도 feedback 을 되먹임이라 번역하여 이게 뭔지 한참 고민했었답니다.
Complex system은 여러 분야에 걸쳐서 연구되고 있고, 딱히 작가의 통찰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분야 (게임, 슬래시닷, ..)를 예로 들어서 설명한 것은 칭찬할 만 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