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Fest Asia 2005

3월 2일부터 3일까지 베이징의 하이댠구 종관춘(海淀? 中?村)에 있는 ?家?用?件?品?量?督??中心 (국가…센터 — 아는 글자가;;)에서 열린 CodeFest Asia 2005에 참가했습니다. 원래 묵고 있었던 신세기반점에서 대략 30분 거리라고 하기는 했는데.. 길이 막히고 하니까 거의 직선으로만 쭈우욱 가는데도 실제로 걸린 시간은 40~50분정도 되는군요. 베이징이 얼마나 넓은지 이렇게 멀리 갔는데도 지도에서는 그냥 서쪽 구석에서 왔다갔다 한 것 밖에 안 되네요;;

국가..센터가 있는 종관춘(중관춘인가?) 근처까지 가는 길은 그냥 우리나라 보통 시가지나 별로 다를 것이 없는데,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슬슬 대전시 유성구 분위기로 바뀌더니 소프트웨어센터 근처는 완전 건물이 띄엄띄엄 있는게 거의 ETRI 근처를 방불케하는군요.. ㅎㅎ;; 사람도 안 다니고 택시도 안 다니고 -ㅇ-; 근데 역시 녹지가 유성에 비해서 좀 적어서 경치는 좀 별로이고 공기도 별로 안 좋기는 했습니다. 건물은 우주선 닮은게 많아서 멋있군요;;


코드페스트하는 방 © Anthony Wong

코드페스트는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아주 좁은 컴퓨터실 1개와 회의실 1개를 사용했는데, 주 행사는 모두 컴퓨터실에서 하고, 회의실은 휴게실로 사용했습니다. 컴퓨터실에는 미리 PC에 리눅스를 모두 깔아 두었는데, root비밀번호가 123456이라고 일러주더군요. 흐흐 역시 전세계 공통 비밀번호는 123456! -o-; 행사를 진행하던 앤써니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는 123456을 읽어줬는데 한국어로는 안 읽어준 것을 보면 한국어 숫자세기는 별로 안 유명한가봅니다. 한국어로 숫자세는 방법을 어디 홈페이지에 올리던지 해야지.. 흐~;;


초반이라 다들 열심히 코딩 중 © Anthony Wong

참가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중국에서 하다보니 CJK만 참가를 했는데, 일본에서 거의 10명 넘게 왔고, 대만에서도 5~6명 정도 참가를 한 것 같습니다. 원래는 주최측에서는 몇가지 주제로 나눠서 작업을 진행할 생각이었나본데, 자기소개하는 시간에 다들 자기 하고 싶은 걸 얘기하는 바람에 결국은 거의 다 따로따로 자기 일을 하는 식이 돼버렸습니다. UIM 개발자나 Emacs에서 입력기를 개발하는 개발자, 데비안 중국어 문서 번역 프로젝트, CJK 유니한 폰트 개발자 등 많은 수가 국제화에 관련된 작업을 했지만, 리눅스 커널 포팅이나 udev쪽 작업 같은 일반적인 주제도 있었습니다.


g니베씨가 포팅하는 머신과 그 옆의 과자들~ 🙂 © Anthony Wong

흐흐 역시 코드페스트 하면 빠질 수 없는게 간식과 식사! 간식은 제크랑 비슷한 Ritz인데, 대형할인매장용같은 5개들이 포장으로 2명에 1개씩 주더군요~ 그리고 음료수도 500ml PET로 몇개 줬는데, 아미노업도 있고.. 뭐 역시 이런건 비슷비슷~ 그리고 라면(사진에 보이는 초록색 용기)을 줬는데, 그 날은 배가 불러서 못 먹고 다음날에 한번 먹어봤는데.. 헉.. 스프 중의 하나가 뭔가 비계성 물질 12g이라 아무래도 불안해서 빼고 먹었는데도 느끼한게.. (…)

그리고 식사는 센터 건물 안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먹었습니다. 점심은 고열량 식사 (진짜로 노골적으로 고열량 식사라고 라벨이 붙어있습니다;;)를 주는데, 중국집의 요리 메뉴에 나올 법한 음식들이 뷔페로 가득있어서 우선은 처음은 좋았는데.. 두째날에는 역시 그 씹으면 와사비에 된장 타서 100배 농축한 듯한 그 엄청난 냄새의 그 향신료와 기름가득 국물들과.. 그래 이정도면 중국 음식은 원 없이 먹고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 그래도 죽은 담백한게 맛있네요. 🙂 하나 잊고 있었던 것을 일깨워준 것이, 식사에 나오는 디저트 귤이 아니!! 씨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오.. 귤에 씨가.. (가만 생각해 보니 어릴 때는 씨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일본에서 온 개발자들에게 한글 입력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환진님 © Anthony Wong

이제 밥도 먹고 어느 정도 작업을 하고 나서, 최환진님은 일본에서 온 여러 입력기 개발자들과 한글 입력 방식이나 입력기의 여러가지 이슈에 대해서 토론을 하셨는데, 옆에서 들어보니 아 역시 멋있네요~ 🙂 코드페스트에서는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는 역시 이슈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참가해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응용하는 것이 좋은 매력인 듯 합니다. 그런데, 저는 딱히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대만의 그 많은 포트 커미터들은 하나도 안 오고 뭐 한거야 ㅡ.ㅡ;;

코드페스트가 끝나고 나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코드페스트도 앞으로는 약간 넓은 주제를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신청받아서 참가를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중점 이슈가 “GNOME/GTK 기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GTK기반인 사전이라던지, GNOME 애플릿을 개발하는 사람, GNOME 메시지 번역 등의 프로젝트가 참여해서 서로 공유하는 관심사가 많은 만큼 오프라인에서 활발히 토론을 하고 서로에게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고, 그 외에도 “PHP 기반 웹 애플리케이션”, “온라인/오프라인 게임”, “입력기와 폰트”, “자바 웹 애플리케이션” 등 어느 정도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모집할 수 있으면서도 관심사를 한정할 수 있는 것이 제법 있을 법 하네요.. 그동안 너무 프로젝트가 다 다른 분야로 모이다보니, 서로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끼리 그냥 하룻밤 옆에서 있었다는 그 정도의 의미밖에 없었던 것에서 오프라인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뭔가 주제의 집중이 필요한 듯 합니다.


호텔 화장실과 느끼한 라면 므흐흐

이번 코드페스트 참가는, 처음으로 외국에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처음 호텔에 묵기도 하고 처음 비행기도 타고 여러모로 첫 경험의 집합인데, 참 좋다고 느낀 것 중의 하나는 호텔 서비스 –;; 아 어디 잠시 나갔다 오기만 하면 방을 치워줘서.. 어찌나 좋던지.. 직접 날 잡아서 안 치우면 계속 쌓여만 가는 자취생에게는.. 뭔가 꿈만 같은 생활이군요 –; 잠깐 키오스크에 뭐 사러 갔다 오면 바로 수건 새걸로 바꿔져 있고, 설거지 다 해놓고.. 아 이것이 바로 내가 그리던 생활이야! -O-;;


비행기 이륙 직전에 자리에서 본 베이징국제공항

오는 길에는 이번에 알게 된 ETRI에서 공개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분과 동행했습니다. 오는 길에 먹었던 기내식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기내식에 대한 부푼 기대와 함께;; 역시 오는 길의 기내식도 어찌나 맛있던지.. 며칠동안 중국음식을 먹어서 눈물이 주루룩;; -O-;;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나왔는데, 뭔가 별로 베이징공항과도 다른 느낌이 없는 것이.. 일본 사람들이 베이징이나 서울이나 별로 다른 점을 못 느낀다고 하는 것이 참 몸으로 와 닿는군요.. 비슷비슷~ 뭐 물론, 건물이 띄엄띄엄있던게 붙어있다는 것은 좀 다르긴 하네요;;

이번 코드페스트 덕분에 병특기간인데도 즐겁게 밖에도 다녀오고,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병특이 끝나면 무슨 일만 있으면 열심히 나가야겠습니다..! PyCon도 가고 OSCON도 가고~ (신났다;) — 그러나 아직은 병특 ㅡㅢ

16 thoughts on “CodeFest Asia 2005”

  1. 이야아아 재미있어보여요. 그런데 중국에 대만사람들도 오다니, 국제문제랑은 별 상관이 없나봐요 =.=

  2. 예.. 별 문제 없나봐요.. 그런데, 끝나고 BoF중에 다른 사람이 몇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니까 앤써니(홍콩출신)가 무의식 중에 일본, 한국, 대만.. 하고 셌는데, 옆에서 로저(홍콩출신)이 버럭~ 하면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중국은 하나라고 장난스럽게 그러더군요.. 크흐흐;

  3. 저도 지난 12월달에 중국 갔다왔는데 중국 현지 생산하는 신라면도 한국산에 비해서 약간은 느끼한 맛이 납니다. ㅎㅎㅎ

  4. “코드페스트”는 OOPSLA 컨퍼런스에서 매년 행해지는 디자인페스트(DesignFest)에서 브랜치해 나온 것이죠. 국내에서 쓰는 “코드페스트”라는 말은 아마 거기에서 따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1년경에 제가 XpFest(익스트림 프로그래밍에 DesignFest의 포맷을 적용한 것)를 기획, 운영한 바 있습니다.

    OOPSLA에서 하는 것은 교육적, 유희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뭔가 코드를 만들어서 컨퍼런스 끝나고 사용하자는 것보다, 다양한 경력과 경험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지식, 기술을 어떻게 쉽게, 또 즐겁게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을까 하는 데에서 출발을 한 것이죠.

    퍼키님이 말씀하신 대로 국내의 코드페스트는 오프라인에서 모여서 하는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컨퍼런스 경험이 부족한데서 오는 것이겠죠.

    퍼키님 같은 분들이 좋은 국제 컨퍼런스를 경험하시면 많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5. 国家应用软件产品质量监督检验中心는 국가 응용 소프트웨어 제품 품질 감독 검사 센터입니다.

  6. To 김창준:

    퍼키옹이나 저나 “코드페스트” 이름이 탄생하는 순간에 있었는데요… 그 “코드페스트”와 이름이 같은 건 그냥 우연의 일치입니다. 😛

    나중에 보니까 언급하신 것 외에도 수많은 곳에서 “코드페스트”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7. To cwryu:

    저희가 그때 호프집에서 연습장에 후보작을 몇가지 써가면서 이름을 정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 저는 ‘CodeFest’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없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이미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이름의 행사가 있어 왔다는 이야기를 perky님에게 얼마 전에 듣고서는 상당히 슬펐답니다. 그래서 좀 특이한 이름으로 다시 정해볼까 하고 얼마전에 ‘GeekFest’라는 것을 생각해 냈었는데 찾아보니 그것도 이미 있더군요. 이동네 사람들 생각하는게 어쩌면 다들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8. 재미있었겠네요. 소기의 성과가 있었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돈좀 팍팍 대줘서 이런 개발자를 외국 컨퍼런스로 많이 보내야 하는데 말이죠(가난한 나라도 아니고)

  9. 예. CodeFest를 사실 작년에 Hackathon을 대체할 쉬운 호칭으로 만든 것은 사실인데, 구글을 안 찾아줘서인지 이미 쓰는 용어랑 겹쳐버려서 참 아쉽습니다. 🙂 그래도 이미 아시아 쪽에서는 Ruby쪽의 CodeFest가 OOPSLA 스타일인 것를 제외하고는 KLDP CodeFest가 검색에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냥 계속 나가도 될 듯? ;;;

    흐흐 저 말고도 박원규님이나 다른 분들도 많이 나가셨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10. To cjh:

    그러게요… 우리나라에서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외국 컨퍼런스에 좀 보내서 충전(?) 좀 시켜줘야 한다고 하면 규정이 어떻고 기준이 어떻고 하면서 매번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지요.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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