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느낌표에서 마지막으로 선정했던 도서인가(? TV를 안봐서 자세히는;;) 였던 바로 그 책! 별로 보지도 않았지만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는 늘 문학/인문교양쪽 책만 선정해서 굉장히 불만이 많았는데, 막판에 드디어 처음으로 과학교양 책을 하나 선정한 줄 알았더니, 책을 읽어보니 과학교양치고는 굉장히 종교 얘기가 많이 나오고 사색적이네요. 어쨌건 정말 좋아하는 제인 구달 박사의 최근 책이고 게다가 느낌표덕에 가격도 싸서 아주 편하게 사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구달박사의 자서전인 《침팬지와 함께한 나의 인생》[ISBN-8983719222] 보다도 오히려 구달박사의 인생에 대한 얘기와 사상에 대한 얘기를 더 잘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얘기하려는 “희망”은 그동안 환원주의적 과학서적들이나 비관론적 미래서들에서 머지않아 인류가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얘기했던 것들에 대해 답이라도 하듯, 인류에겐 앞으로 희망이 있다는 얘기를 침팬지 얘기와 신적인 얘기를 곁들여서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인간의 그늘에서》[ISBN-8983710888]는 상당히 초창기 작품이고 아직 영향력이 크게 없던 시절이라 그런지, 종교적인 신념은 마지막 1장에서 아주 어설프에 끼워넣고 말았는데,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종교적 얘기입니다. 그런데, 제인 구달박사의 기독교는 약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기독교랑은 달라서, 우주의 신은 하나인데, 그 신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즉, 유일신교는 모두 제인 구달박사의 기독교 신앙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데, 다행히도 저같은 자연신론자나 무신론자도 착하게 살면 구달박사는 예쁘게 봐 준다는군요. -ㅇ-;;;; (한숨 놓는다 =3 =33)
환경론자들이 널리 퍼뜨린 흔한 편견으로 “고상한 미개인”, “고상한 짐승”같은 개념들을 아주 처참히 깨버리는 탄자니아 주변 국가들의 부족간 충돌이나 침팬지간의 동족 말살같은 얘기, 구달 박사의 두번째(세번째인가?;;) 남편인 데렉의 투병과 죽음, 양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대량 학살같은 일들이 나열된 책의 중반부는 정말 읽으면서 인류가 곧 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지막 세 장(章)의 여러 헌신적인 실천가들과 구달 박사의 친구들 얘기를 읽으면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으며, 아주 작은 일이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앗 초등학교 독후감풍 문체지만 그래도 진짜입니다 ㅠ.ㅠ)
마지막으로 재미있었던 존 스타킹의 얘기를 하나 인용합니다. (304페이지)
예를 들어 존 스타킹은 참치잡이 배의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돌고래들을 덫으로 잡아서 죽이는 소름끼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는 새끼 돌고래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어미 돌고래의 눈빛을 보게 되자, 겁을 먹은 거대한 참치, 상어, 돌고래들이 몸부림쳐서 거품이 일고 있는 바닷물에 자신도 모르게 뛰어들었다. 존 역시도 겁을 먹었지만, 자신의 팔 안에서 새끼 돌고래가 안심하는 것을 느끼면서 그것을 그물 너머로 던질 수 있었고, 가까스로 어떻게하여 어미도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는 칼로 그물을 찢어서 나머지 동물들도 자유롭게 놓아주었다. 물론 그는 당장 일자리를 잃었다. 존은 집에 돌아와서 돌고래들의 생황에 대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다른 동물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에게는 학위도 돈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그러한 상황을 바꾸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것을 해냈다. 지금 그는 좋은 초콜릿을 가지고 초코바를 만들어 팔고 있다. ‘멸종 위기 동물 초코바’의 포장에는 각각 한 가지 동물이 인쇄되어 있는데, 세금이 공제되기 전 이윤의 11.7%가 그 종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운동 단체에 후원되고 있다. 이제 ‘초콜릿 존’이라고 불리는 그는, 나의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오늘날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이윤의 일정 비율을 여러 가지 좋은 일에 사용하고 있다.
O’Relly는 혹시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 안 하는지 알아봐야겠군요 ㅎㅎ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