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뉴캐슬 후보팀이 훈련하는 중에 감독이 훈련생 산티아고 뮤네즈를 부른다)
감독: 뮤네즈! 이리 와 봐!
산티아고: 네 감독님
감독: (멀리 있는 골대를 가리키며) 내가 뛰라고 하면 골대까지 최대한 빨리 달린다. 알겠나?
(산티아고가 골대로 달려가는 도중에 감독이 골대를 향해 공을 찬다. 공이 먼저 골대에 들어간다.)
감독: 다시 와
감독: 다시 뛰어!
(다시 산티아고가 달려가고 감독이 찬 공이 앞지른다.)
감독: 뭘 배웠나?
산티아고: 중앙선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건가요?
감독: 공이 사람보다 더 빠르다는 것.
감독: 우리는 패스한다. 알겠나? 우리는 팀이야. 원맨쇼가 아니라구. 셔츠 앞에 있는 이름이 등 뒤에 있는 이름보다 더 중요해, 알겠나?
오늘 《Goal》이라는 영화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 산티아고는 동네 축구에서 자기 실력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패스를 잘 하지 않는 습관이 있었는데 훈련 모습을 보고 있던 감독이 그것을 지적해주기 위해서 직접적으로 패스를 하라고 다그치지 않고 직접 느끼는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산티아고가 조금 더 똑똑했더라면, 바로 뭘 발견하게 하려 한 것인지 눈치를 챌 수 있었겠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준 다음에 설명을 해 주었기 때문에 산티아고는 아무래도 패스를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패스를 해야 한다.”라고 말해 주었다면 느끼기 힘들거나 곧 까먹어버렸을 언제 패스를 해야하는가, 패스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는가, 패스할 기회를 어떻게 만드는가 등등 파생되는 지식들도 쉽게 생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안언어축제와 생물정보학 S/W XP 세미나에서 창준형의 제안으로 같이 시도했던 여러가지 일들에서 정말 놀랍게도 참가하는 분들이 훨씬 열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참가하게 된 것에는, 신체의 극히 일부인 귀와 뇌로만 느낀 것이 아니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함께 다 경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 프로세스 개선을 하면 더 적게 일하고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위해 종이비행기 공장을 게임처럼 해 본 것이나, 개개인의 사소한 마음이 모여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날아가는 새 편대/수호천사놀이 같은 것은 굉장한 효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스케줄 안에서도 다음 단계에서 나오는 개념들이 자연스럽게 앞에서 삽질을 하면서 도출될 수도 있도록 한 것은 마치 자신이 발명했다는 느낌까지 들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교육과정에서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요즘 학교에 다니면서 수업들을 들을 때 얼마 전에 읽었던 《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의 교수들이 가르치는 기법들을 생각하며, 그 교수들이 가르친다고 상상하면서 최대한 그 사람들에게 배우는 효과를 누려보려고 노력해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괜히 앞에서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다음에 나올 내용 같은 것을 상상해보면서 딱 맞히면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흐흐.. 대부분의 과목들이 실질적으로는 시간이 부족해서 비판적인 수업을 전혀 하고 있지 않지만, 속으로 수업 중에 의아했던 부분과 갑자기 등장하는 개념들 같은 것들을 비판해보면서 종이에 적어 뒀다가, 다음에 책을 찬찬히 보면서 그에 대한 반론도 혼자서 해보고.. (요즘은 숙제에 치여서, 그럴 여유는 잘 없지만;;)
그래서, 또 하나 전에 학교 갔다가 집에 오면서 생각해 본 것이, 컴퓨터과학에서 “자료구조”와 “프로그래밍언어구조론”같은 과목들은 비교적 쉽게 “학생들이 늦게 태어난 바람에, 좀 더 늦게 발견을 했을 뿐” 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발견으로 가득 찬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소팅을 배울 때는 카드를 정렬할 때 규칙을 세우라고 하고서는 계속 개선 방법을 만들어 본다던지.. 트리를 배울 때나 amortized analysis 같은 것도 삽질을 해 보면서 발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꼭 경험해야 하는 삽질은 고루 거칠 수 있도록 함정을..) 도와주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흐흐..
에.. 뭐 그냥.. 영화보다가 딴 쪽으로 공상을 너무 많이 했군요. -O- 요새 TV를 봐도 온통 “맞아 맞아~” 하면서 끄덕거리고.. 길거리의 엉뚱한 포스터를 봐도 “맞아 맞아~” 하면서 끄덕거리고.. 귀가 얇아진건지 원.. 으흐흐~
저 그런데 앞의 이름과 뒷 이름은 무엇을 뜻하나요?
에.. 산티아고 뮤네즈요? 글쎄요..;;; 걔네 아빠가 마음대로 짓지 않았을까요? -O-
앞의 이름은 팀 이름, 뒤의 이름은 자기 이름을 말하는 거지요
보통 유니폼의 앞부분에는 팀이름이나 마크가 있고, 등에는 등번호와 선수 이름이 써있지요.
아항! 그걸 물어보신거구나.. ^_^;;
아! 그거였군요 🙂
잼있는 얘기들로 맞아 맞아 하고 사네.. 🙂
푸푸나도 요새 맞아 맞아 하고 살아~
앙… 알고리즘 시간에ㅡ union/find amortized analysis 배우는데…
교수님이 수학식으로 가득찬 ppt를 보며ㅡ “이게ㅡ 이거죠ㅡ” 하면서 넘어가니까ㅡ
머리에 안들어와용… T.T
퍼키님을 알고리즘 강사로~~~~~ ‘ㅇ’/
귀가 얇아지면 이제 엘프가!! 되는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