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나노포어 12월 제품 업데이트

2007년 스티브 잡스 발표 기억하시나요? 화면에 전화기, 터치스크린 아이팟, 인터넷 장비 셋을 띄워놓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Are you getting it?” 하다가 아이폰을 뿅! 하고 발표한 그 맥월드 키노트 말이죠. 이 키노트 이후로는 IT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도 애플이 신제품에 대해 발표를 할 때마다 괜히 설레며 새벽에 보기도 하고, 아침에 기사 검색도 해 보곤 합니다. 요새 바이오텍 업계에서 그런 회사가 하나 등장했습니다. 바로 DNA시퀀서를 만드는 옥스포드 나노포어 (ONT)입니다. 이 회사에서 제품 업데이트를 발표할 때마다 수천 명이 라이브스트림으로 보고, 트위터가 떠들썩해집니다. 아직 엔드유저 제품도 아닌 걸 고려하면 굉장한 반응입니다.

ONT는 보통 분기당 한 번씩 제품 업데이트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업데이트가 너무 빨라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도 따라가기 힘들 지경인데요. 신제품 소식을 듣고 주문하고 받아서 실험하고 잠깐 분석 좀 하다가, 다음 실험을 위해 또 주문하려고 가 보면 전에 주문했던 버전은 벌써 단종되고 없을 정도입니다. -.- 얼마 전 12월 2일까지 뉴욕에서 열린 NanoporeConf에서도 아주 재미있는 소식을 많이 발표했습니다. 간단히 요점만 줄여서 소식 전해드립니다.

PromethION

ONT의 가장 큰 시퀀서 제품인 PromethION이 드디어 첫 고객들한테 발송됐습니다. 역시 첫 고객들은 충성스러워서 다들 트위터에 자랑하고 돌려보기도 전에 벌써 대단한 데이터를 얻은 것처럼 흥분했더군요. ㅎㅎ 새로 공개된 스펙은 다음과 같습니다. 플로우 셀 수는 48개가 됐고요. 플로우 셀 마다 6000 채널 시퀀싱이 가능합니다. 현재 MinION 플로우셀은 512채널에 2048웰 이니까, 플로우 셀 기준으로 비교하면 대략 MinION의 최대 600배 쓰루풋을 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 채널 수가 되면 USB 3.0으로는 도저히 수용 불가능해서, 내장 컴퓨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FPGA기반 베이스콜링 가속기가 포함된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가격은 연간 사용료 15000달러로 정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ONT에서는 MinION은 기계 값은 완전 무료, PromethION은 기계 값은 무료로 하고 사용료만 받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새 시퀀싱 케미스트리: 1D²

지난 3월에 CsgG 포어를 도입하면서 정확도가 드디어 제정신으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는데요. 그 후에도 CsgG 뮤턴트를 계속 만들면서 더 정확하고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시험 중인 뮤턴트 하나는 기존 R9 포어보다 거의 5배 정도 더 잘 DNA가 들어간다고 하는군요. (지나가는 속도는 그대로이고 포어가 비어있는 시간이 줄어 듦)

기존의 1D, 2D 시퀀싱에 새로 1D² 시퀀싱이 추가됐습니다. 원래 헤어핀 어댑터를 이용해서 끝에서 한 바퀴 휙 돌아 2번 시퀀싱 하는 2D가 2번째 가닥의 시퀀싱 품질이 매우 안 좋았었는데요, 양쪽 모두 기존에 1D에서 쓰던 Y 어댑터를 쓰면서 모터 단백질과 테더링을 개선해서 첫 번째 가닥을 읽고 다 읽은 가닥이 떨어져 나간 뒤에 바로 반대쪽 상보 가닥이 들어가도록 했다고 합니다. 원래 2D에서 90-97%까지 정확도가 왔다 갔다했던 게, 1D²에서는 95-97% 정도로 아주 고르게 나오게 됐습니다. 따로 언급은 안 됐지만 라이브러리 프렙도 1D와 거의 같을 것이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되고, 손실도 줄고, 그동안은 2D에 쓸 수 없었던 tagmentation 기반의 간단한 프렙 장치들도 쓸 수 있게 될 것 같네요.

베이스콜링 업그레이드: 긴 호모폴리머

올해 초까지 HMM을 쓰다가 RNN으로 바뀐 뒤 성능이 크게 올라갔었는데요. 구조상 HMM이나 RNN 기반 베이스콜러 모두 5nt 초과 호모폴리머는 베이스콜링이 불가능했습니다. 이 문제를 대폭 개선한 새로운 Transducer라는 베이스콜러가 처음 소개됐습니다. 일루미나 시퀀싱 베이스콜러 중에 베이스콜링이 어려운 라이브러리들을 잘 처리해줘서 유명했던 AYB를 만든 Tim Massingham이 ONT에 가더니만 결국 전공을 살렸네요. ㅋㅋ 10nt 정도 되는 homopolyer를 시험해 본 결과 30% 정도 길이가 짧아지는 경향은 있지만 거의 선형적으로 비례관계가 있도록 재고는 있다고 합니다. 조금 더 개선 되면 일반 배포한다고 하네요.

새로운 저가형 플로우셀: Flongle

MinION이 기계는 공짜인데, 플로우셀이 너무 비싸죠. 그래서 전자장치를 모두 계속 쓸 수 있는 어댑터로 빼 버리고, 막과 단백질, 플라이스틱만 남겨놓은 소형 플로우셀을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휴대전화용 시퀀서인 SmidgION 플로우셀과 똑같은 거라고 하네요. 가격은 클로닝할 때 플라스미드 시퀀싱 하는 가격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맞춘다고 하니, 쓰루풋이 반 정도로 낮긴 하지만 기존의 MinION 플로우셀을 완전히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피를 넣으면 라이브러리가 돼서 나오는 필터 팁: Zumbador

지난 5월 런던콜링에서 엄청 떠들썩하게 발표됐던 Zumbador가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라이브러리 프렙 전 과정을 실온에서 할 수 있다고 하고요. Tagmentation기반 1D 프로토콜로 만든다고 합니다. P1000 팁보다도 작은 크기로, 위에 피를 떨어뜨리면, 아래로 라이브러리가 나옵니다. ㅎㅎㅎ 그리고, 피 외에 다른 곳에서도 DNA나 RNA를 뽑을 수 있도록 bead beater라는 초소형 장치를 또 새로 공개했습니다. 식물 잎이나 씨앗, 섬유 같은 곳에서 아무 것도 없이 물만 더 있으면 DNA를 뽑아서 바로 Zumbador에 넣어서 라이브러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하네요. 낯선 곳에 갔는데 뭔가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바로 시퀀싱 해보고 안심(?)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ㅎㅎ 음식점에 가서 원산지를 믿을 수 없거나 청결을 믿을 수 없는 음식 먹기 전에 시퀀싱 해 보는 사람도 나올 것 같습니다. -o-;

선택적 시퀀싱

지난번에 공개했던 Cas9 기반 enrichment가 좀 더 구체적으로 공개됐습니다. 효소 활성이 없는 Cas9에 붙여서 이 Cas9을 가지고 면역침전이나 비슷한 방법을 이용해서 정제하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인데요. 이번에 공개한 결과를 보면, Cas9가 붙은 채로 플로우셀에 들어가도 모터 단백질이 그냥 밀고 지나가서 전혀 시퀀싱에 문제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tagmentation과 동시에 Cas9을 처리할 수 있고 그 후 정제도 단순하다 보니 기존의 다른 키트들보다 훨씬 간단하게 돼 버렸네요. 1시간 이내에 DNA부터 시작해서 enriched 라이브러리가 나오게 돼 버렸습니다.

리드를 조금 읽다가 rRNA같이 안 읽어도 되는 시퀀스다 싶으면 바로 반대로 전기를 걸어서 뱉어내 버리는 Read Until도 약간 소개했는데요. 자세한 것은 이미 전에 다 공개됐던 것이고, API를 통해서 사용자 프로그램이 직접 MinKNOW에 연결해서 돌게 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이후로 모터 단백질이 450bps로 속도가 올라가는 바람에.. 이제 한 10kbp정도는 돼야 좀 뱉어도 뱉는 것 같지 짧은 건 프로그램에서 뱉어내라고 하면 웬만하면 “이미 다 지나가고 없는디? =.=”하고 포어가 당황하게 생겼어요.

최초의 ~~~~ 지놈: Cliveome

ONT 제품 업데이트 발표 때마다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는 ONT의 간판스타 Clive Brown이 자기 지놈을 시퀀싱 해서 공개했습니다. 인류 최초로 “자기” 피에서 DNA를 뽑아서 스스로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시퀀싱해서, 어셈블리해서 공개하는 개인 유전체라고 하네요. James Watson이나 Craig Venter도 피만 줬지 자기 손으로 시퀀싱하고 라이브러리 만들지는 않았죠. ㅎㅎ

MinION 36개 플로우셀로 150Gb를 뽑아냈고, 25kb이상 long read가 30Gb 나왔다고 합니다. haplotype assembly를 만들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겠지만.. 지금 시퀀스 정확도로 잘 될지는 의문이네요. 그래도 다른 시퀀서에서는 할 수 없었던 시그널 수준 취합이 가능하니까 앞으로는 꽤 괜찮아질지도 모르겠네요. 트잉여답게 피 뽑는 순간 부터 자기 피 뽑는다고 긴장된다고 트위터에 엄살 생중계를.. ㅋㅋ; 앞으로도 자기 VDJ지역 대상으로 time-course immunoprofiling을 꾸준히 해서 계속 공개한다고 하고요. Zumbador, Cas9 enrichment 등등 새로 제품 개발되는 것마다 나오면 다 시험삼아 다 해 보고 Cliveome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겠다고 하네요. 데이터는 어제 GitHub에 모두 공개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direct RNA sequencing과 또 다른 여러 응용 분야에 대해 재미있는 발표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https://vimeo.com/user5318092 여기에서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