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해 동안 글을 안 썼습니다. 바쁜 일도 많았지만 안 쓰다 보니 안 들어오고, 안 들어오니 안 쓰고 순환의 연속으로… 크크.
그래도 여지껏 RSS 구독을 남겨두신 분들께 혹시 궁금하시면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려드리려고 근황을 남겨둡니다.
올림푸스 E-P1 산 기념으로 시험 셀카;
작년 2월 말에 대전에서 졸업하고, 서울로 이사했습니다. 요즘은 낙성대역 근처에 삽니다. 보기보다 꽤 살 만한 동네입니다. 언덕이 많아 눈 쌓이면 매우 곤란한 점만 빼면. 처음 몇 달 간은 아침에 바삐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좀 갑갑했죠. 대전에선 하늘이 넓은 곳에서 여유롭게 돌아다녔는데 아무래도 서울은 좀 달라요.
직접(?) 구운 RNA 초코쿠키
작년 9월부터는 일하고 있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습니다. 2009년 2학기 시작이니까, 보통 4~5년 정도 한다고 생각하면 2013년이나 2014년 정도까지는 계속 학생입니다. (히히) 새로 옮긴 연구실은 microRNA라는 생분자를 연구하는 곳입니다. 실험실 분위기가 아주 좋아서 매일 출근하는 게 즐겁습니다. 지도교수님은 잘 모르는 분야의 얘기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항상 관심있게 들어주시고, 학문적으로도 놀랍도록 식견이 있으시지만 인품도 모두가 내가 연구책임자가 되어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으셔서, 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_^
일하는 척 설정샷. ㅋㅋ;
연구실에서 생물정보를 전공한 사람은 혼자라서, 여러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대용량 자료 처리는 대부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그 덕에, 많은 사람들과 많은 연구주제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어서, 다양한 분야를 배울 기회가 됐습니다. 혼자하는 주력 연구로는 새로운 작은 RNA 발견을 위한 유전체학적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돈도 많이 들고 유독물질과 방사능도 많이 접하게 돼서 원래 하던 일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이제 실험도 어느 정도는 적응이 돼서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히
공부하는 자리와 실험대. 사진 찍을 때는 HHKB였지만 지금은 Filco 쓰고 있어요. 파이펫은 길슨.
그리고 토요일마다 실험실원 여러 명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쳐드리고 있습니다. 요즘 생물 데이터가 워낙 대용량화되는 추세라서 뭘 하려면 정보의 흐름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해서 다들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파이썬으로 하고 있는데, 전에 C++을 잠시 배운 적이 있었던 사람들이 “프로그래밍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 줄 몰랐어요!”라고 합니다. 역시 파이썬! ㅋㅋ;
연구실 자리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 쭈욱 오르막이라 모두 가까이 보여서 좋음 +_+
주 5일제 하던 곳에서 주 6일제인 곳으로 옮기다보니, 사실 대전에서 서울에 왔어도 오히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더 줄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임이 있어도 못 가고, 점점 사회에서 떨어져서 산에 사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 >_<.
저도 작년 예약판매할 때 아이폰을 샀습니다. 원래 아이팟 터치를 늘 친구처럼 데리고 다녀서 소지품 수를 줄이는 효과도 좋지만, 거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은 놀라운 기계네요. 화장실에서 책을 안 읽게 되었다는 슬픈 단점도 있습니다만.. 크… 몇년간 IT 관련해서는 뭘 배운 것이 없었는데, 아이폰 프로그래밍도 조금씩 해 보고 있습니다. 꼭 뭐 만들어 봐야지! 히히
스탠포드 로댕 미술관 앞에서 실험실 동생과 동상 따라하기~
올해 초엔 처음으로 미국에 갔습니다. 아 말로만 듣다가 직접 가 보니 음식도 맞고 사람들도 괜찮고 좋네요. 다음에 또 가려면 열심히 연구해서 학회에 뭔가를 꼭 내야겠어요. (동기유발 효과가 불끈불끈) 콜로라도에 있는 키스톤 리조트에서 관련분야 학회에 참가한 뒤 샌 프란시스코에 갔습니다. 샌 프란시스코는 항상 날씨가 좋고 좀처럼 비가 오지 않는다는데, 제가 갔던 기간 중엔 폭풍우가 몰아치더군요.; 스탠포드 로댕 미술관. 그동안 미술관에 여러 번 갔지만 감동을 느끼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작가가 그리면서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 듯한 감동! 이히히 다른 미술 전시회도 다시 가야 겠어요.
이제 봄 입니다. 돌아올게요. 종종 또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