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파이썬에 대한 평을 인터넷에서 한 번씩 검색해 보는데요. 많은 분들이 가장
많이 싫어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들여쓰기 강제"겠죠. 뭐 이거야 취향 문제라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사실 파이썬 사용자들 중에서 "들여쓰기 강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파이썬의 원래 목적에도 더 맞다고 생각되고… ^.^;
그에 못지않게 자주 지적되는 것이, 객체 안에서 꼭 self.를 달아 줘야 된다는 것인데요.
저는 self.를 항상 명시적으로 붙이는 거야말로 파이썬의 참 매력이고, self가 없어지면
파이썬이 무너진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바 프로그래머들이 파이썬의 self에 대해
많이 지적하는데, 자바와 파이썬 모두에서 영향력이 있는 브루스 엑켈도 self를
(메쏘드 선언에서만이라도) 없애보자 했는데, 그에 대한 응답으로 귀도가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했었습니다.
브루스 엑켈의 제의가 선언에서만 없애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메쏘드 내부의 코드에서
없애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귀도가 설명하지 않았는데요. 브루스 엑켈이 스스로 결론 내린
그 앞 부분의 문제 "self가 왜 있어야 하냐!" 그 이유에 대해서 좀 설명해서
자바 프로그래머 분들이 파이썬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볼까 합니다.
파이썬에서 self가 붙게 된 역사적인 이유는 파이썬의 클래스 내 메쏘드는 기본적으로
외부에 독립되어 있는 함수에 껍데기를 씌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바는 아예 독립 함수가 없고,
다른 언어에서는 대체로 독립된 함수들과 메쏘드는 다른 취급을 받는데, 파이썬에서는 그냥
함수를 메쏘드로 편입시켜서 쓸 수도 있고, 둘을 비슷한 방법으로 바꿔서 다룰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코드가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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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class=“k”>def</span> <span class=“nf”>egg</span><span class=“p”>(</span><span class=“bp”>self</span><span class=“p”>):</span>
<span class=“n”>print</span><span class=“p”>(</span><span class=“bp”>self</span><span class=“o”>.</span><span class=“n”>a</span><span class=“p”>)</span>
<span class=“k”>class</span> <span class=“nc”>A</span><span class=“p”>(</span><span class=“nb”>object</span><span class=“p”>):</span>
<span class=“k”>def</span> <span class=“nf”>__init__</span><span class=“p”>(</span><span class=“bp”>self</span><span class=“p”>,</span> <span class=“n”>a</span><span class=“p”>):</span>
<span class=“bp”>self</span><span class=“o”>.</span><span class=“n”>a</span> <span class=“o”>=</span> <span class=“n”>a</span>
<span class=“n”>egg</span> <span class=“o”>=</span> <span class=“n”>egg</span>
<span class=“n”>A</span><span class=“p”>(</span><span class=“s”>'wow'</span><span class=”p”>)</span><span class=”o”>.</span><span class=”n”>egg</span><span class=”p”>()</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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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선언된 함수를 클래스 정의할 때 메쏘드로 끌어들인 것이죠. 메타클래스를 쓴다면 더
동적으로 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코드를 뭐에 쓰냐! 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는데요.
의외로 이런 기술이 많이 쓰입니다. egg함수를 C로 구현된 확장모듈에서 끌여들일 수도 있고요.
egg만 사용자가 구현할 수 있도록 노출시켜서 외부 모듈에서 불러올 수도 있고요. 심지어
R이나 .NET같은 브릿지에서 다른 언어로 구현된 것을 쓸 수도 있습니다. 메쏘드가 결국
함수기반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강력한 개념으로, __로 시작하는 내부 속성을 쓰면 더욱 희한한 것도
제어할 수 있게 되고, 클래스를 안 쓴 코드와 클래스를 쓰는 코드 사이를 넘나들거나 점진적으로 변경할 때 아주 쓸모가 있습니다.
파이썬에서 instance.method(A, B) 는 class.method(instance, A, B) 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함수가 메쏘드가 된 얘기 외에도, 다중상속을 받았거나 이름이 중복되는 메쏘드를 부를 때 쓰이기도 하고, 다양하게 상속받은 하위 인스턴스들을 명시적으로 한 메쏘드에게 콕 찝어 줄 때도 쓰이고, 이 규칙 하나가 수많은 모호함을 해결해 줍니다. 그래서 이 일관성이 문법 전반에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함수는 함수로 쓰고 메쏘드는 메쏘드로 쓰고 같은 데서 상속받으면 비슷한 인터페이스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self의 또 다른 존재 이유로 파이썬을 파이썬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특징인 "네임스페이스"가 등장합니다.
"네임스페이스"는 파이썬에서 변수를 담아두는 공간으로, 원래는 로컬, 모듈 전체, 빌트인 세 가지 네임스페이스를 찾도록 되어 있다가, 파이썬 2.1부터 상위에 싸여있는 것들도 찾도록 돼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드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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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class=“n”>A</span> <span class=“o”>=</span> <span class=“mf”>1</span>
<span class=“k”>def</span> <span class=“nf”>X</span><span class=“p”>():</span>
<span class=“n”>B</span> <span class=“o”>=</span> <span class=“mf”>1</span>
<span class=“k”>def</span> <span class=“nf”>Y</span><span class=“p”>():</span>
<span class=“n”>C</span> <span class=“o”>=</span> <span class=“mf”>1</span>
<span class=“n”>print</span><span class=“p”>(</span><span class=“n”>A</span><span class=“p”>)</span>
<span class=“n”>D</span> <span class=“o”>=</span> <span class=“mf”>1</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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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파일이 있다면 A는 모듈 전체, 나머지는 로컬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Y()의 입장에서 C는 로컬인데, B와 D는 자기 로컬은 아니면서 상위 네임스페이스에 속한 변수들이 됩니다. 따라서, 파이썬 2.1부터는 모듈 전체로 가기 전에 B, D가 있는 X영역부터 찾습니다. 파이썬은 변수 선언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변수의 네임스페이스는 대입이 한 번이라도 일어난 최소의 네임스페이스에 영역을 잡는데요. 위에서 C는 Y()안에서 대입이 있었기 때문에 Y()안의 네임스페이스에 잡히고, B, D는 X()에서 대입이 있기 때문에 X()의 네임스페이스에 잡힙니다. 그런데, A는 대입이 모듈에서만 있고, X()에는 없어서 X() 로컬이 아니라 글로벌로 잡힙니다.
이런 네임스페이스를 바꿔주는 키워드가 원래부터 지원되는 global과 파이썬 3.0부터 지원되는 nonlocal이 있습니다. 이건 따로 관심이 있으시면 매뉴얼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_+
여기서 갑자기 웬 네임스페이스 설명을 self하는 데 하느냐! 하면..
self.을 생략하게되면 로컬 네임스페이스와 인스턴스 네임스페이스가 섞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클래스에서 x = 1하면 이게 로컬로 갈 지, 인스턴스로 갈지 모호해 지는거죠. 자바나 C++은 명시적으로 선언을 하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지만, 파이썬은 선언을 않기에 명시적으로 쓸 필요가 있죠. 그래서 펄이나 루비에서는 따로 @나 !같은 기호를 도입해서 쓰는데.. 파이썬의 원칙 중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연산자 너무 늘리지 말자"가 있어서 고려 대상은 아닙니다. self.라고 쓰면 파이썬 문법을 모르는 사람도 아 이게 뭐구나! 하고 추측을 할 수 있지만 @같은 걸 붙여놓으면, 문법책을 참조하거나 고난도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인스턴스 네임스페이스인지, 클래스 네임스페이스인지, 글로벌 네임스페이스인지 알기가 힘들겠죠.
그럼 또 제기될 수 있는 의문! 대입은 그럼 명시적으로 하고, 쓸 때만 인스턴스와 클래스도 한 번 타 주면 되지 않겠니? 하고 소극적인 부탁을 해 볼 수도 있겠는데요. 읽는 방법, 쓰는 방법이 다른 건 아무래도 파이썬 원칙에는 맞지 않고, 속도도 많이 느려집니다.
모호한 것을 보면, 추측할 수 있을 거라는 유혹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In the face of ambiguity, refuse the temptation to guess.) — 팀 피터스, 파이썬의 선(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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