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정보 태동기의 재미있는 사실들

어느 학문 분야든 성숙하다보면 해당 분야의 역사와 철학에 대한 연구가 따라오게 된다. 학문이 생기게 된 배경과 발전 과정, 패러다임의 변화, 다른 학문에 대한 영향, 연구자들의 분야 고유적인 연구 방법을 관찰하는 것은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에 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생물정보학의 뿌리라는 기사가 올라왔다. 유전체 모델이나 RNA 2차구조 같은 것을 촘스키식 문법으로 다룬 것으로 유명한 David Searls가 쓴 생물정보학의 역사에 대한 글인데, 깊게 잘 다루었다.

철학적인 생각은 글에 남겨두고, 의외로 모르고 지나가기엔 너무 아쉬웠을 만한 재미있는 사실 몇 가지만 추려보면,

  • 컴퓨터를 생물 연구에 처음으로 쓴 사람은 너무 뻔해서 약간은 재미없게도(?) Ronald Fisher인데, EDSAC을 개발한 Wilkes와 Wheeler가 직접 작업을 돌려주었다. (1950년)
  • 소개가 필요없는 Alan Turing은 말년에 주로 발생학 연구를 했으며 (1952년~), 역시 정보이론과 논리회로의 창시자격인 Claude Shannon은 심지어 박사학위를 계산유전학에 대한 연구로 받았다. (1940년)
  • 빅뱅이론으로 유명한 이론물리학자 George Gamow와 Monte Carlo 시뮬레이션으로 유명한 이론물리학자 Nicholas Metropolis는 유전코드의 상세한 기전이 밝혀지기 전에, 서열의 통계적 분석과 시뮬레이션으로 유전코드의 이론적 특성 연구를 했는데 이 연구가 거의 역사 최초의 생물정보학 연구로 보통 받아들여진다. (1954년)
  • 역시 초기에 컴퓨터를 가장 널리 사용한 것은 결정학자들이었는데, 1952년에 이미 EDSAC으로 계산한 논문이 나왔다.
  • 또 다른 생물정보학의 주세부분야 중 하나인 계통분류계산은 1957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요즘 화학유전체학에서 거의 표준처럼 쓰이는 타니모토 계수는 1960년에 IBM의 수학자인 타니모토가 세균 분류를 위해 개발했다.

보통 어디서 트렌드따라 뚝 떨어진 신생융합듣보잡 취급을 많이 받는 생물정보학이지만 의외로 뿌리는 깊다. +_+

댓글 4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철이 안 든 어린이를 위한 백과사전

어제 친한 친구가 "너한테 딱 어울리는 책이야."하면서 책을 한 권 선물해 줬습니다. (고마워!) 제목은..

The Encyclopedia of Immaturity

미성숙 백과사전 또는 애들 장난 백과사전 (The Encyclopedia of Immaturity)! 처음엔 보고 웬 면역학 백과사전이야? 했는데 자세히 보니 미성숙이네요. 밑에는 "절대로 철들지 않는 방법 완벽한 가이드"라고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모나리자 안경하고 수염은 제가 받자마자 제목에 맞게 낙서를 쓱쓱~~~한 것은 아니고; 처음 살 때부터 친절하게 낙서가 돼 있었답니다. ㅎㅎㅎ;

책을 펴낸 곳도 이름이 Klutz(얼간이)인데요. 3세부터 103세까지의 어린이를 위한 재미있는 활동에 대한 책이나 장난감을 파는 곳이라고 하는군요. ^_^* (저도 29살 어린이~)

아주 고품질의 스프링 양장 표지를 열면 풀컬러 400페이지짜리 진짜 백과사전이 펼쳐집니다! 내용은 하나 하나가 모두 주옥같은 애들 장난이예요. 절대 철들면 할 수 없는,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친절한 사전! 예를 들면 "코에 숫가락 붙이는 법", "물수제비 뜨는 법", "젓가락 행진곡 연주하는 법" 같은 아주 실용적인(!) 것도 있고, "숙제 안 했을 때 선생님한테 변명하는 법", "만능 독후감으로 숙제 10초만에 하기" 같은 권력에 항거하는 어린이를 위한 팁, "난쟁이 사진 찍기", "양면이 앞면인 동전 만들기", "은수저 부러뜨리기", "걸어다니는 팬티 만들기", "지폐로 반지 접기, 비행기 접어 날리기" 같은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가 가득합니다. ^-^*

특히 제가 유용했던 건, "손가락 입에 넣고 휘슬 소리 내기", "겨드랑이로 방구소리내기", "펜 잡고 돌리기" 같은 고급 필수 테크닉을 아직 익히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모범 어린이의 필수 교양을 배울 수 있게 됐네요!

말로만 들으면 좀 감질나니 몇 페이지를 한 번~

풍선껌으로 몸무게 재기/강아지 하품시키기

풍선껌으로 몸무게 재기, 강아지 하품시키기 (하품하는 사람을 보면 하품을 따라한다)

커피에 소금 몇 스푼 넣으세요?

커피집에서 설탕에서 소금맛 제대로 내는 방법!

이 백과사전에 있는 것만 충실히 익히면 주변 사람들에게 "나이 헛 먹었구나"하는 칭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빅맥버거, 감자튀김, 콜라를 준비해서, 믹서기에 넣고 갈면 무슨 색이 나올까요!

---> 정답은 사전 뒷쪽 해답부분에 있습니다. -ㅇ-;

댓글 7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번역은 반역인가》 - 박상익

안정효씨의 다른 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갔다가, 확 눈에 띄는 빨간 색의 표지 때문에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서양사 관련 도서를 많이 번역하신 어느 교수님이 쓰셨는데, 표지에서부터 "대학원생들에게 번역 하청을 맡긴 교수가 떳떳이 활동하는 사회.." 라고 짧은 글로 한국 번역문화의 문제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 번역이 역사적으로 문명의 발전에 기여해온 배경, 한국 번역서의 역사적 흐름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유럽 사회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 이슬람과 그리스 책들을 번역한 서적들이 누적되면서라는 점이 설득력있게 전개되어 있습니다. 유럽 사회는 왠지 아주 태고적부터 발전되었지 않았을까 누구나 생각을 해 왔겠지만, 이슬람에 한참 뒤쳐진 거의 야만인 시절의 시기에 선구적인 번역가 집단들의 노력으로, 옛날에 축적된 지식들이 자국어 문화로 편입되면서 발전의 토대를 쌓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도 지금까지는 번역을 그냥 시간을 절약시켜 주는 정도로 별것 아니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양쪽언어를 모두 했던 유명한 문학가들도 모국어책에서 훨씬 느낌이 정확하게 와 닿고 정보의 양이 차이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확실히 번역서가 있고 없고는 해당 국가의 문화에 들어갔는가 아닌가의 차이가 되어 버린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끄덕이게 됩니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쟁이와 같아서, 그 어깨로부터 거인들보다 더 멀리 많은 사물을 볼 수 있으니, 이는 우리의 시력이 예민하거나 우리의 재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거인다운 위대함에 의해 지탱되고 고양되기 때문이다. -- 52페이지 (사르트르의 베르베르의 말을 재인용)

그런 면에서, 번역서의 품질은 결국 그 문화의 깊이와 넓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지금같이 오히려 원문보다도 읽기 힘든 번역서가 판치는 상황은 분명히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러나, 번역을 해 보신 분들은 모두 알 수 있듯이, 한국 출판계의 상황은 별로 좋은 품질로 번역서가 나올 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번역해 봐야 시급으로 따지면 편의점 알바보다도 못한 보수가 나오는 상황에서 여간 재력이 있지 않고서는 번역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유명한 (삭제) 책이 나오는 것이 어찌보면 사회적으로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번역을 이처럼 하찮게 여기는 것은 우리의 학풍이 이 땅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피할 수 없는 증거로 여겨진다. 이 땅에서 살면서 마치 자신이 미국 시민인 것처럼 행동하고, 한국 대학에서 월급을 받으면서도 마치 미국 대학의 교수인 것처럼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안타깝게도 '주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찾아보기 힘들다. -- 207페이지

원서로 안 읽는 후배녀석들을 구박할 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기초학문 정도는 모국어로도 충분히 배울 수 있어서, 본인이 관심만 있다면 12살짜리 커미터, 13살짜리 SCI 논문 발표자가 될 수도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 학계의 번역에 대한 인식 재고, 도서관 문화의 개선 등 여러가지 해결책이 이 책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번역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게 되어서 무척 다행입니다. ^^

저도 이제 파이썬 마을에서 답글 달 때, 영어로 된 매뉴얼에 링크 덜렁 달고 끝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반성~)

4천5백만 국민들을 위한 지적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입되는 정부 1년 예산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 1채 값이다. -- 224페이지

댓글 13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한국전쟁》

이 책은 사실 《도덕교육의 파시즘》을 살 때 운송료를 공짜로 해보고자 3만원 채우기 위해서 넣은 책인데;; 그 영향인지 한참을 안 읽고 쌓아뒀다가, 요즘 시험기간이라 주의가 매우 산만해져서 결국은 이 책을 다 읽고 말았습니다. --;;

이 책은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여러가지 배경들부터 전쟁 중, 휴전 협정, 정전 이후의 영향 등에 대해서 정치/국제/사회적인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즉, 전술과 상세한 과정을 다룬 전쟁사책은 아닙니다. (저는 사실 그런 줄 알고 샀습니다. 전쟁사책을 좋아해서 -O-)

그동안 반공이데올로기가 지나치게 과장된 교육을 받아온 20대 이상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잘 모를만한 내용이 책에 여러가지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누구나 아는 사실고 다같이 동의를 하는 사실인데도, 일반인들이 들으면 "뭣이!!"하고 놀랄 것들 말이죠.. 일부러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기에, 저도 이런 중요한 사실들을 잘 몰라서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한국전쟁은 왜 일어났는가?
  •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가?
  • 누구의 책임인가?
  • 왜 하필이면 50년 6월 25일에 일어났는가?
  • 왜 북한군은 낙동강까지 밖에 못 내려갔는가?
  • 유엔군은 왜 38선을 넘었는가?
  • 왜 압록강까지 다 가서 또 밀려 내려왔는가?
  • 과연 중공군의 인해전술은 진짜 전술인가?
  • 왜 중공군은 대전까지밖에 안 내려갔는가?
  • 51년 여름부터는 왜 전선의 변화가 별로 없는가?
  • 미국은 왜 이승만을 제거하려고 했는가?
  • 북한이 망하면 북한땅은 남한의 통제하에 들어가는가?

해방이 되었을 때 김구나 이승만을 포함한 여러 세력의 정치적인 다툼이나 국제협정의 오해, 국제정치적 미숙으로 인해 결국 남한만의 선거가 이뤄지는 등의 전쟁 전의 정치 상황은 별로 국사 교과서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련과 중국이 전쟁에 상당히 소극적이었고 되도록이면 안 하려고 했던 것도 교과서에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이지만, 당시 국제 상황으로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설명되고 있구요.

그리고 중국과 소련이 거부권이 있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임에도 불구하고 유엔군이 파견될 수 있었던 것도 고등학교때 참 궁금했는데, 중국은 당시에 국민당정부가 유엔 대표였고, 소련은 중국 대표를 마오쩌뚱계열로 안 바꿔준다고 삐져서 안 나오고 시위중이었다는군요. -O- 하여간 그런 사소한(?) 몇가지 일이 뒤에 미친 영향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는 것이..

그 외에도 유엔군에 참여한 많은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기 보다는, 미국이 참전 안 하면 마셜플랜의 원조를 안 해준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참여하게 된 것을 보면 미국이 그때도 힘이 참 대단했구나 느낍니다. 또 하나, 이 책을 안 보더라도 꼭 알아둬야 할 것 하나를 꼽자면, 대한민국은 유엔에서 선거가 가능했던 지역에 한하여 정부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현재 정부의 이북5도청은 국제법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기관이고, 북한이 망해도 유엔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군요.

이 책을 보면서 이승만에 대해 느낀 점이 참 남베트남 대통령들하고 닮았다는 점입니다;; 미군만 믿고 북침을 하겠다고 막 설치지를 않나, 정전협정 하는데에도 얼마나 죽던 북한 끝까지 밀어야 속이 후련하다고 협정에 결국 조인을 안 해서 휴전협정서에 남한측 대리인의 싸인이 안 되어있다고 합니다. -O- 전쟁 중에 전선에 있는 부대들 병력을 빼서 국회를 장악하고 계엄령을 내리는가 하면..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을 읽었을 때 남베트남 정부의 어이없음을 골고루 갖춘 게.. 지금은 한국이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한국전쟁과 관련된 여러 다큐멘터리에 고문역할도 하고 학부 교양 강의도 하신 교수님이 쓰신 것이라,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여진 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객관적인 논조를 유지하려고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어서, 읽는 사람이 편견을 가지지 않고 자기가 진실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논점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학계의 여러 연구자료와 가설들과 논박들을 골고루 소개하는 점에서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좌우합작운동은 우리에게 또 하나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사회 지도자는 중요한 시기에는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기 때문이다. 좌우합작운동을 실패에 이르게 한 것은 바로 여운형이라는 한 지도자의 죽음이었다.
책 p.111

댓글 17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대체 뭐가 문제야?》

제럴드 와인버그의 또 다른 유명한 책 《대체 뭐가 문제야? Are Your Lights on?》가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먼저 번역서가 나온 《컨설팅의 비밀》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 책도 다른 책 읽던 도중에 참지 못하고 덥썩 읽어버렸습니다. (지금 사 놓고 안 읽고 쌓아둔 책이 5권 =.=;)

이번 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 컨설턴트가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문제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언제나 그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침 먹다가 밥풀 흘리는 사소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버스에서 출근할 때 자리에 못 앉아서 피곤하게 서있다가 낮에 존다던지, 한 번 죽을 때 마다 수천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프로그램이 왜 죽는지 모를 때 문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시야를 넓혀줍니다.

SI 프로젝트를 하다가 꼬일 때, 대체로 보면 문제가 뭔지 제대로 파악을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2004년에 했던 K모사 프로젝트를 되돌이켜 보면, 처음 1달간, 발주사의 구체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해결 방법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상상을 곁들여서 마구 커다란 스펙을 잡아놓고 진행하다보니 결국에는 기능은 엄청나게 많고 발주사는 그래도 기능이 모자란다고 화를 내는 지경에 이르렀던 적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다 끝내고 나서 되돌이켜 보면 그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은 우리가 만든 기능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데, 문제가 뭔지도 모르고 나름대로의 가정을 덧붙인데다가, 문제를 제시한 사람들이 말하는 해결방법을 곧이 곧대로 다 듣다보니 일이 커질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도 어려워지게 되었던 정말 살아가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온갖 교훈을 다 얻은 프로젝트였지요. -.-;;

이 책에서는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서, 누구의 문제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같은 기초적인 것을 찾는 방법을 왕공룡씨 엘리베이터을 사례로 들고 있습니다. 한 건물의 엘리베이터 트래픽 문제가 주지사나 법의 문제까지도 생각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이나 엘리베이터 주위에 낙서할 수 있는 크레용을 놓는 것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 같이 문제 자체에 더 집중하면 얻을 수 있는 손 쉬운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내용을 더 소개하다보면 스포일러가 돼 버릴 것 같아서, 내용 소개는 여기서 줄이고, 인상적이었던 부분 몇 개 인용해 봅니다. :)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 책 44페이지
(13명의 학생 중 1명이 교실에서 자꾸 담배를 피울 때 학생들이 토론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이야기 중에서)
만약 앞서의 답이 3이었다면, 즉 '교수'의 문제였다면 그 결과가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자. 아마 다음과 같이 하지 않았을까?
  •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고 흡연 학생이 수업을 그만 두도록 해서 그가 분개하도록 만든다.
  • 담배를 피우도록 규정을 만들어서 담배를 못 피우는 일부 학생들이 수업을 그만두도록 하거나 혹은 담배 연기의 영향으로 점심조차 못 먹게 만든다.
  • 흡연 강의와 금연 강의로 나누어서 날짜나 시간을 분리하여 모든 사람을 불만족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이처럼 무언가를 규정으로 만드는 대신 교수는 그 자신만의 문제해결 교훈을 따랐다.

그들 스스로 문제를 완벽하게 풀 수 있을 때에는 그들의 문제 해결에 끼어들지 않는다.
- 책 111페이지

학교에서 제대로 된 문제 해결사들을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학생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알 것이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그냥 문제인 것이다.
- 책 164페이지

댓글 1 개 | 트랙백 3 개 (보낼곳) | 태그 book


《도덕교육의 파시즘》

얼마 전 TV에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 (수화로는 검지만 펴서 입에 대고 앞으로;;) 하며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낸 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도덕 교육의 파시즘》 (ISBN 8987671410) 입니다. 한 철학교수가 여러 도덕교사 모임에서 한 강연을 책으로 묶은 것인데, TV에서 보자마자 바로 충동적으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

이 책에서는, 한국의 초등/중학교 도덕 교과 교육은 도덕적인 사람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라기 보다는, 권력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노예를 강요하는 것을 교과의 깊숙한 곳부터 깔고 있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실제 교육 현장의 교사들은 교과서와 교육 지침에 따르지 않고, 원하지 않게 지나치게 창의적인 강의를 해야하거나 엉뚱한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의 도덕교과는 사회적인 규율과 규범들을 왜 그래야 하는지,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채, 곳곳에서 단지 열심히 권력자의 눈치를 봐서 덤비지 말고 잘 살라는 것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강요들로 넘쳐다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책 속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 두 개만 인용해 보자면,

삶의 보람을 말하든 자아실현을 말하든 결론은 언제나 마찬가지이다. 도덕 교과서는 끊임없이 "공동체의 발전과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것이 올바른 자아실현이며, 보람 있는 삶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학생들을 언제라도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으로 기르는 것이야말로 도덕 교과서가 가르치는 도덕의 존재이유이다.
-- 책 p.32에서
한국의 도덕 교과서는 자기가 타인이나 사회에 대해 행할 수 있는 악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이 말하면서도 타인이나 사회 또는 국가가 개인에게 가할 수 있는 악에 저항해야 할 의무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말하지 않는다. (중략) 그런데 한국에서 예절이란 처음부터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전제하고 있는 규범이다. (중략) 이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제도화한다. (중략) 현실적으로 정착되어 있는 불평등한 사회관계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덕뿐만 아니라 위에 있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덕 역시 학생들이 배울 필요가 있다. (중략) 도덕교육은 사회적 약제에게 예절을 강요하는 만큼, 사회적 강자의 폭력과 횡포에 대해 어떻게 자기를 지켜야 할지도 말해주어야 한다.
-- 책 p.36에서

그래서, 결국은 도덕 교육은 과거 군부정권 시대의 노예화 교육의 도구로 사용되던 것이 이제는 일반인들의 상식에까지 침투하여, 이제는 개인의 국가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나 권위자에 대한 절대적 복종 등을 보고 감동을 할 정도까지 전개가 돼서 결국은 최근 H교수 사태에서 말도 안 되는 국익론까지 등장할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그동안 도덕 교과서 외에도 여러 곳에서 이런 비슷한 사례를 보고서는 평소에 많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요즘 TV에 나오는 것으로는 조그만 꼬마 여자애가 여기저기 난로를 켜고 온기를 쬐고 있는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꺼주세요"하고 지나가는 광고가 있습니다. 굉장히 아름다운 행동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을 강요하는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립니다. 이 광고를 되새김해 보면, 전혀 낭비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온기를 아끼려고 난로에 붙어있다던지 난로를 쓰는데 있어서 적당한 사용이라고 생각되는 것조차도 무작정 끄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전혀 공감을 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 낭비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혼란을 주며 모든 국민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있습니다.

똑같은 사례로 KTF광고 중에서 사람도 없는 지하철에서 "나 지하철이거든? 좀 있다가 전화할게"라고 하는 것도 있고.. 흐흐.. 그 외에도, 제가 아주 싫어하는 TV 프로그램으로 "만원의 행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래도 소득이 많은 측에 속하는 연예인들이 나와서 1만원으로 주로 먹을 것 같은 생활에 꼭 필요한 곳의 지출을 비상식적으로 아끼면서 1주일을 지내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을 꿈꾸며 진행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비정상적인 생활로 소비를 줄이는 것은 실현도 불가능하고 제대로 된 절약의 기준을 흐릴 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먹을 것을 아껴서 나중에 비싼 것에 쓴다는 식의 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어서 기초 소비재 내수 시장을 위축시키고, 부동산이나 외산 제품같은 것을 사는 것이 도덕적으로 더 옳은 일인냥 무의식 속에서 국민들을 혼란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것입니다. 90년대 초반에 이경규가 나와서 한밤중에 차도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는 밝은 곳에서 차선에 딱 맞춰서 서면, "우와~~" 하면서 칭송을 하며 가서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그런 포맷의 전성기라고 생각됩니다. 신호등의 존재 목적은 신호등을 지키기 위한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사람과 자동차를 사고 없이 통행시키기 위한 것인데, 목적을 잊어버린채 맹목적으로 사람이 다니던 말던 칼같이 지키는 것을 강요하며,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당위성 없이 국민들의 무의식에 그런 것들을 주입시켜왔습니다. 오락 프로그램으로써 어쩔 수 없었겠지만, 지켰을 때와 안 지켰을 때의 시험/심리학적 비교를 해 보고, 밤에 통행할 때는 서행을 한다던지 등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 관련된 책의 부분을 하나 인용하면,

유감스럽게도 법은 완전한 균형과 공정성에 도달할 수는 없다. 설령 어느 순간에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현실의 권력관계는 언제나 변하는 까닭에 법이 지향하는 균형과 공정성이 언제나 그대로 유지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정당한 법을 마땅히 지켜야 하겠지만 법 자체를 절대시 하는 어리석음에 빠져서는 안된다.
- 책 p.296

그동안 우리나라는 개화기-일제시대-군부정권의 흐름 때문에, 언론이나 정치인 등의 권력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항상 국민을 계몽하려고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언론사들은 거의 통계용으로 가입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까지 드는 OECD 통계 자료를 인용하여 국민들의 도덕이 해이해지고 있다며 항상 뭔가를 시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거의 대부분 언론의 헤드라인에 오른 한국인 책값지출 거의 '제로' 수준이라는 기사는 여기저기 비주얼한 자료가 가미되고 숫자로 채워져 있지만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요새 니들 책을 안 읽으니 앞으로 많이 사서 읽어라."라는 단 한 마디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이 책을 안 사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흐름을 분석해서 영향을 미친 것들을 고치던지, 대상인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고 감화를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캠페인을 하는 등의 방법을 쓰는 것이 무작정 국민들을 비난하며 계몽하려는 시도보다는 훨씬 결과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국민들"이라는 대상은 일단 개체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무슨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에 대한 이유가 논리적이라면 결과가 전통적 도덕에 옳지 않더라도, 흐름을 바꾸려면 양의학적인 결과 바꾸기보다는, 한의학에서와 같이 원인을 통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확실하게 "계몽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할 수 있겠습니다. 각자의 마음 속의 도덕은 이제 "~해야 한다"로 끝나는 말들로 가득찬 기억이 아닌, "그래서 나는 ~한다"라는 식의 말들이 되어야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창의적인 지식인이 필요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월화수목금금금하면서 교수들에 대해 주입된 예절과 복종을 강요받는 시대에 대한 자성이 이제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나라도 "근면-자조-협동"이 지배하는 부품으로써의 개미 사회에서 충분히 벗어나고 있지 않은가 하고 희망을 가져 봅니다. :)

(참고: 이 책은 소수의견에 속하는 편이며, 다른 윤리교육학자들의 논리적인 반론들도 여럿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검색하셔서 반론들도 같이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댓글 8 개 | 트랙백 1 개 (보낼곳) | 태그 book thoughts


Twisted 책이 진짜 종이 책으로..

Abe Fettig가 몇달 전쯤에 미리 얘기한대로, Twisted에 대한 진짜 종이 책이 나왔군요. Twisted는 워낙 방대한 디자인이라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만 한참 걸리는 것을 감안하자면, 책에서 풍부한 도안을 통해서 알려주는 것이 필요할텐데 늦게나마 아무데서나 볼 수 있게 책이 나와줘서 잘 됐습니다. (게다가 표지가 이렇게 멋지다니!!)

자세한 내용이나 목차 같은 것이 아직 올라온 온라인 서점이 없어서 무슨 내용이 다뤄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Twisted를 쓸테야! 하고 혼자 주장할 때 "책도 나왔으면 이제 대세 아닌가?"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 지원군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하하;;;;;

Twisted가 아무래도 국내에서 어필할 수 있을만한 성격이 아니다보니, 번역서가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수입이 얼른 돼서 싸게 구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댓글 9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python book


헤드퍼스트 디자인 패턴

2005년 졸트상 서적분야에서 1위를 한 말이 필요없는 그 책! Head First Design Patterns가 드디어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예약신청을 해 놓았었는데, 예정 출간일보다 좀 이른 8월 31일에 배송해줬군요.

아.. 받아보는 순간부터 이 산뜻한 느낌.. 한빛미디어가 갈수록 책을 이상하게 좀 싸구려티나게 만들고 있었는데, 이번엔 신경을 좀 썼군요! 표지재질, 판형, 종이질, 종이무게 모든 것이 아주 좋습니다. 원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군요~ 글꼴셋도 괜찮은 편이고, 레이아웃도 전혀 안 깨졌네요~ 딱 하나 흠을 잡자면, 사람이 쓴 것 같이 표현하는 글꼴 중에 하나가 가독성이 지나치게 안 좋은 게 하나 있어서 그걸로 되어 있는 건 좀 읽기가 힘드네요. 은진체 같이 예쁘고 읽기 좋은 글꼴을 썼으면 좋았을걸.. :-)


© 한빛미디어, 2005.

역시 이미 다른 헤드퍼스트 씨리즈에서 어느정도 알려진 접근법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감탄을 할만 하군요. :) 앞의 꽥꽥대는 오리/로켓추진오리/고무오리 얘기는 원문에서는 모국어가 아니라 그런지 유머를 바로 느낄 수가 없었는데, 한국어로 읽다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막 버스에서 깔깔대며 읽었습니다.;; -O-


© 한빛미디어, 2005.

오픈룩에서도 가끔 쓰는 방법이지만, 원래 래쓰님 홈페이지에서의 셀프 인터뷰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한번쯤 생각해보고 설명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각 디자인 패턴들이 의인화돼서 자기 해명도 하고 그러는 것 아주 재미있네요. :) 이런 부분 번역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을텐데 깔끔하게 원문의 유머를 잘 살려서 번역되어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 한빛미디어, 2005.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자바나 유사한 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 밑에 "마케팅 팀에서는 신용카드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합니다."라고 깜찍하게;;)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객체지향언어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봐야하는 책인 것 같군요. GoF 책을 깊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보고 다시 본다면 순식간에 다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안겨줍니다. -0-

댓글 4 개 | 트랙백 2 개 (보낼곳) | 태그 book


GREAT CODE: 하드웨어의 이해

조엘이 C를 배우라고 하는 이유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부분은 진짜로 직접 실행되는 코드가 어떤건지 구조를 알지 못하면, 하이레벨에서 사소한 잘못된 선택으로도 치명적인 속도 저하나 프로그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그런 이유였습니다. 물론 반론은 상당히 많은 주장이지만, 그 주장에 감명을 받아서 "나도 이제 저수준 세상을 알고 싶어!"라는 사람에게 시간은 되도록 적게 들고 손쉽게 익힐 수 있는 책으로 《Write Great Code》를 서점에서 처음 봤을 때, 아 딱 그책이군!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는 1권만 쓰고 반응을 보려는 듯 부제를 무지 조그맣게 썼는데, 결국 이번 달 중으로 2권이 나온다고 합니다. 1권은 "Understanding the Machine"이고 2권은 "Thinking Low-Level, Writing High-Level"입니다. 1권이 7월에 에이콘 출판사에서 번역판이 나왔습니다. 서점에서만 원서를 약간 보다가 번역판을 사서 자세히 봤습니다. 원서는 너무 비싸서 T-T..

예를 들면 파이썬에서 "0.3 더하기 0.3을 했는데 왜 0.6이 아니라 0.59999998이 나오나요." 하는 파이썬 프로그래머는 정밀도가 요구되는 계산에서도 float타입으로 0.3을 계속 더해서 결국 천 번만 더해도 눈에 띄게 오차가 나버리는 심각한 상황을 맞기 십상입니다. IEEE-754가 어떤 것인지 얼핏이라도 알고 있는 프로그래머라면 그렇게 계산하면 당연히 오차가 누적되는 것을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겠지만요~ 이런 문제는 우연히 하나씩 숨어있는 것이 아니라 살다보면 수도 없이 만나기 마련인데, 바로 그런 문제를 이 책의 앞쪽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치 표현이나 스트링 표현, 인코딩, 캐릭터셋, 비트연산, 논리게이트 같은 컴퓨터과학 전공 1~2학년에서 대체로 배우지만 정작 시험치고 숙제할 때만 쓰고, 실전에 그게 연관이 있구나 하고 연관이 잘 안 되고 뇌 여기 저기에서 따로 따로 놀고 있는 것들~

그 뒷부분에서는 CPU, 인스트럭션, 스택, 힙, I/O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각각이 컴퓨터구조, 컴퓨터시스템, OS, 파일처리론 같은 과목들에서 다루는 것이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식으로 하는 게 아무래도 현업 프로그래머들에게는 너무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이렇게 책 하나로 다 묶어버려서 요점만 설명하는 것도 괜찮은 접근인 것 같습니다. 흐흐;;

그런데 하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은.. 제책과 편집.. 글씨는 지금까지 봤던 컴퓨터 책 중에서 가장 작고.. 한 페이지에 거의 40줄씩 나오는데다가.. 편집도 상당히 90년대 초반 교학사에서 나온 컴퓨터책들처럼 되어있어서 책을 읽고 있으면 "아아 내가 공부하고 있구나"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해 줍니다. 게다가 자간도 좁고 책 크기도 너무 커서 (B5 풀 사이즈) 들고다니면서 흔들리는 곳에서 보기에 아주 곤란합니다. 막 고3의 심정으로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 다 붙잡고 "나 공부하고 있어요 주르륵" 하소연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책 값이 25000원이면서도 제책 품질이 이렇게 떨어지고 품위가 없게 나온 것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출판 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일까요.. -_.-;; 적어도 읽고 싶은 마음이라도 나게 만들어주면 좋겠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은 다음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익할 듯 합니다.

  • 컴퓨터과학을 전공했지만 졸업하면서 책을 다 버리거나 후배들 줘버린 사람
  • 컴퓨터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모르는 말이 나와도 별로 두렵지 않은 사람
  • 책을 장 단위로 쪼개들고 다니면서 보기 때문에, 제책이 어떻든 신경 안 쓰는 사람
  • 회사에서 책 사라고 공지가 나왔는데 뭘 사야할 지 딱히 정해둔 것이 없는 사람
흐흐;

번역본 제책이 아쉬운 한편.. 2권 "저수준으로 생각하면서 고수준 코드를 짜기"가 기대가 됩니다. 1권을 보고 약간 아쉽다 생각이 드는 경우에는 Miguel도 추천한 Computer Architecture: A Quantitative Approach를 같이 보면 좋을 듯 합니다~

댓글 9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computer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그동안 김창준님의 글을 보다보면, 유난히 많이 언급되는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The Pragmatic Programmer》였습니다. 책 제목에서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는 것에(어휘력이 짧다 --;) 멋있게 뭔가 단정적으로 제목이 달려 있어서 인용문을 유심히 보지 않더라도 풍겨나오는 포쓰에 압도를 당해서 아직 읽어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얼마전에 드디어 한국어 번역판이 깔끔하게 나왔군요~

이 책은 실용적인 프로그래머가 일반적인 다른 프로그래머들에 비해서 어떤 것이 다른가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는데, 아무래도 프로그래머가 원래는 실용적인 사람이어야 하는 만큼 스타일 문제, 문제 접근법, 아키텍처 디자인, 코드 제너레이션이나 빌드 자동화 같은 개발 기법, 효율적인 코딩을 위한 테크닉, 리팩터링, 테스트 방법 등 골고루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즉, 학교에서는-안-가르쳐-주지만-회사에서는-필요한 류의 것들을 많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류의 책도 이미 상당히 많이 나와 있는 편이지만 이 책이 돋보일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프로그래머의 일생을 기준으로 한 조언을 해주는 것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학교에서는-안-가르쳐-주지만-회사에서는-필요한 책들도 대체로 이런건-몰랐지 류로 열심히 놀래켜 주는 것으로 그냥 끝맺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래머로 계속 살아가는데 있어서 프로그래밍에서 보람을 얻고,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꾸준히 열정을 갖고 있을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매일 아침 동쪽 하늘에 절을 하고 프로그래밍신에게 어쩌고저쩌고~" 이런 거는 아니고 고인 물을 깨끗히 하기 위해 매년 한가지씩 새로운 언어를 배워라.. 라던지 텍스트 처리에 좋은 언어를 배워서 프로그래밍과 디버깅이 지겹지 않도록 하라 이런 조언들이 있어서, 늘 하는 일인데 프로그래밍이 지겹고 싫어질 때 내가 그래서 지겨웠구나 하고 깨닫게 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

GUI의 장점은 WYSIWYG(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즉 여러분이 보는 것이 여러분이 얻는 것이라는 것이다. 단점은 WYSIAYG(What You See Is All You Get), 즉 여러분이 보는 것이 얻는 전부라는 것이다.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p. 139
명세서가 안심용 담요 역할을 해서 개발자들이 코드 작성이라는 무서운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진짜 코드 작성단계로 옮겨가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명세의 순환에 빠지지 말라. 언젠가는 코딩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분 팀이 따뜻하고 편안한 명세서 속에 푹 싸여있는 것을 보거든, 밖으로 끄집어내라. 프로토타이핑을 해보거나, 예광탄 개발을 고려해보자.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p. 344

참, 그리고 한빛미디어에서 놓쳐서는 안될 그 책! 《Head First Design Patterns》 번역판을 예약판매하는군요. 요새 좋은 책이 번역이 많이 돼서 참 좋습니다~

그나저나 요새 서점에 놀러가면, 컴퓨터 프로그래밍 쪽 서가에 앉아서 책 보는 사람들의 성비가 늘 거의 1:1에 가깝던데.. 요새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 -0-

댓글 4 개 | 트랙백 2 개 (보낼곳) | 태그 book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한동안 혼자 살다보니까, 대량생산된 가공식품들을 상당히 많이 먹게되는데, 그 영향인지 요새 20살때에 비해서 머리가 흐리멍텅해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주의 집중도 안 되고 뭐 그래서 책을 한번 읽어 봤습니다. 흐흐. 제목은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인데, 제목은 그냥 과자에 관한 책인 것같이 써 있는데, 사실은 과자에만 연관된 내용은 아니고, 현대 가공식품업 전반에 대한 비판을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우선 저자가 원래 제과회사 개발부에서 근무를 하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그만두고 완전 배신을 하는 책입니다. 즉, 제과업체의 제조과정을 세세히 아는 사람이 성분을 정말로 알고 조사를 한 다음에 쓴 책이라, 다른 근거없는 주장을 하는 책 보다 읽음직한 책이군요.

이 책에서 타겟으로 하고 있는 것은 대량생산되고 있는 가공식품들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뭔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과자는 나쁘고.. 햄은 나쁘고.. 소세지도 나쁘고.. 이런게 아니라 그냥 완전 가공식품 전체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원별로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 라면, 과자, 껌, 캔디, 패스트푸드, 가공유, 드링크류 등에 대해서: 뭐 기존에 다 나쁘게 알려져 있었던 것이지만, 이유를 설명해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가 나쁜 이유는 가공된 재료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흡수가 너무 빨라서 혈당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고 공복감을 빨리 느끼게 된다.. 이런 식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뒷따라옵니다. 이 부분에서 하나 발견한 충격적인 것은,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초콜렛은 초콜렛의 주성분인 코코아버터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코코아버터를 짜고 남은 남은 코코아분말 약간에 가공유지를 섞어서 만들어낸 가짜 초콜렛을 사용한다는군요.. 구별법은 "가공초콜렛", "초콜렛가공품"등 가공이 들어가면 그런.. (사실 대부분;;)
  • 정백당에 대해서: 직접 살림 안 하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엄청나게 싼 가격에 놀라는 정백당에 대한 설명도 합니다. 정백당은 사탕수수에서 설탕만 정제해서 모아놓다보니, 너무 순도가 높아서, 일정 혈당량 유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서 당뇨병이나 저혈당증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나 주의점! 흑설탕이나 올리고당도 다 그렇답니다. 흐흐;
  • 지방에 대해서: 3장에서는 지방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지방은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하다가 일찍 죽은 양반 얘기와, 알고보면 지방은 무지 좋다 그러는 황제다이어트파들이 병에 잘 걸리는 얘기를 소개하면서, 지방의 구조에 따라서 뭐가 필요하고 뭐가 왜 불필요한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대체 뭔지 정체를 설명한 부분이 마음에 드는군요. :)
  • 화학식품원료에 대해: 항산화제나 방부제, 조미료, 색소, 향료 등 식품들이 엄청나게 사용되고 있는 화학합성재료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천연 성분을 대안으로: 그래서 결국은 자연식이 좋고, 수퍼에서 포장된 것은 사먹지 말라고 합니다. 으흐흐.. --;;;;

그런데, 저자가 워낙 데인 것이 많은지, 초반에는 너무 오바를 합니다. 경험을 쓰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감정에 치우쳐서 했던 말을 계속하고 다른 말로 바꿔서 또 하고, 앞에서 주장한 것을 다른 근거로 또 하고.. 아흐. 동네 반상회 반장 연설도 아니고.. 앞부분에서는 또 너무 오바하는 바람에 침착한 설명이 빠져서 실험이나 논증의 헛점이 나올 수 있는 주장이 너무 연속적으로 많이 등장해서 읽기가 피로할 정도군용. 건강식품 전단지에 나올 만한 내용이랄까..;; 그렇지만,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저자가 자료 조사한 것이 붙었는지, 분노가 진정이 된 것인지 근거 설명도 잘 되고 있고, 논리 전개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어서 읽기 매우 편해집니다. 앞부분과 뒷부분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쓴 것이 아닐까.. -.-;;

음료들을 마실 때마다 성분표에 써 있는 방부제들을 보면 참 먹기가 껄적지근하고~ 정백당 안 좋다는 것도 이제 다 이해는 가지만.. 세상에 그런 것 안 먹고 살 생각을 하니 뭘 먹고 살아야할지.. (혼자 요리를 다 해먹자니 ㅠ.ㅠ)

댓글 6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우울증의 인지치료

우울증에 대해서 좀 더 깊숙히 알아보고자, 우울증 치료에 관한 책을 샀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책은 서점에 정말 많이 있긴 했는데, 수필집쪽에 꽂혀있는 것들은 너무 피상적이고 다 극복한 사람들이 올챙이적 시절 모르듯 긍정적으로만 접근하고 있어서 이해가 된다기보다는 그냥 그런것도 있구나 정도 밖에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쪽에 꽂혀있는 책들을 봤는데, 대체로 한 주제에 너무 집중해서 깊숙히 파고 있거나, 이상심리학 전체를 다루는 바람에 우울증 부분이 적거나 그런 편이라서, 적당한 것이 마땅히 없었는데 이 책은 적당히 원인과 현상, 치료 기법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점이 괜찮았습니다. :) 저자의 성이 Kent Beck과 같다는 점도.. ^_^

소프트웨어를 주로 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직업 특성상 늘상 별 이유없이 낙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울증이 뭔지 잘 모르고 그냥 에러가 많이 났는데 잡을 시간이 없어서 우울한 것이나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기가 십상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을 읽어보니 우울증은 그냥 에러 잡기 귀찮은 그런 것과는 좀 다른, 사고 과정 상의 연쇄작용으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인 것이었습니다. 즉, 우울증이란 그냥 기분이 나쁜 상태라기보다는, 한가지 또는 여러가지의 자기에게 일어난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다른 것을 잊어버린 채로 그런 문제점에 집중하거나, 부정적인 사고를 연속적으로 해서 결국은 왜곡된 심리에 휘말리는 사고 과정 같은 것이 계속 반복되어 객관적인 시각에서 자신을 보지 못하는 상태를 얘기하는 듯 합니다.

처음 시작은 아주 사소하게 자기가 빨래를 했는데 실수로 돈을 안 꺼내고 빨아서 1000원을 못 쓰게 됐다는 점을 자책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문제를 확대해서 이 문제 저 문제 다 붙어서 결국은 "난 안돼" "살 가치가 없어" "난 주변사람들에게 해가 될 뿐이야" 정도까지도 발전이 돼서 자살소망단계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일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사고 단계마다 비약이나 왜곡을 약간씩만 더한다면 여러 단계가 거치면 그렇게 생각이 진행될 수도 있구나 하고 책의 예제를 보고 감정이입을 해 보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여러가지 사고적인 것 뿐만 아니라, 우울증은 생리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되기도 하는데, 시냅스간의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한 경우, 논리 왜곡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정이 부족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신경전달 물질의 부족으로 결국은 우울증의 악순환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주는 리튬제가 상당한 빠른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약물치료만으로 극복하는 경우에는 다시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재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인지적인 치료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인지적인 치료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지 치료는 다른 의학들처럼 물리적인 메카니즘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정신적인 사고 과정을 분석해서 악순환을 끊어서 객관적인 사고를 복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적인 과정입니다.

따라서, 인지 치료에서는 먼저 환자가 왜 그런 사고 과정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주변 사람의 정보와 본인의 정보를 토대로 밝혀낸 다음에, 그 사고 고리를 스스로 반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결국은 원래의 생활에 복귀하여서도 그런 사고로 돌아가지 않도록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여러가지 논리 기법을 숙련시켜 주는 것이 주가 되는 것 같네요. (책 안에서는 많은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를 예시로 치료기법들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나 치료자의 대응이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점이 꽤 많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환자에게 주변 사람들이 이유없이 게속 잘 해주려고 하는 것 또한 자책감으로 인한 우울증 환자에게는 "난 주변사람들에게 짐이 될 뿐이야"같은 심리를 자극해서 더 악화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하고,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너무 많이 하다보면 자기 상황에 대한 수치심으로 또 악화되고.. 이런 상황이 여러가지 있다고 합니다. 즉, 우울증 환자를 접할 때에는 항상 자신의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지 여러모로 생각해 보고 불명확한 해석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하지 않도록 부연 행동이나 설명을 해 주도록 명시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그런 행동이 너무 티가 나면 안 되겠죠~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어떤 면에서는 고립되어 가고,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증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울증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잡으면, 주변의 도움으로 어려운 경험없이 쉽게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미리미리 공부해서 명랑 사회 만들어 나갑시다. -O-

댓글 11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우울증의 인지치료

우울증에 대해서 좀 더 깊숙히 알아보고자, 우울증 치료에 관한 책을 샀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책은 서점에 정말 많이 있긴 했는데, 수필집쪽에 꽂혀있는 것들은 너무 피상적이고 다 극복한 사람들이 올챙이적 시절 모르듯 긍정적으로만 접근하고 있어서 이해가 된다기보다는 그냥 그런것도 있구나 정도 밖에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쪽에 꽂혀있는 책들을 봤는데, 대체로 한 주제에 너무 집중해서 깊숙히 파고 있거나, 이상심리학 전체를 다루는 바람에 우울증 부분이 적거나 그런 편이라서, 적당한 것이 마땅히 없었는데 이 책은 적당히 원인과 현상, 치료 기법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점이 괜찮았습니다. :) 저자의 성이 Kent Beck과 같다는 점도.. ^_^

소프트웨어를 주로 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직업 특성상 늘상 별 이유없이 낙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울증이 뭔지 잘 모르고 그냥 에러가 많이 났는데 잡을 시간이 없어서 우울한 것이나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기가 십상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을 읽어보니 우울증은 그냥 에러 잡기 귀찮은 그런 것과는 좀 다른, 사고 과정 상의 연쇄작용으로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인 것이었습니다. 즉, 우울증이란 그냥 기분이 나쁜 상태라기보다는, 한가지 또는 여러가지의 자기에게 일어난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다른 것을 잊어버린 채로 그런 문제점에 집중하거나, 부정적인 사고를 연속적으로 해서 결국은 왜곡된 심리에 휘말리는 사고 과정 같은 것이 계속 반복되어 객관적인 시각에서 자신을 보지 못하는 상태를 얘기하는 듯 합니다. 즉, 처음 시작은 아주 사소하게 자기가 빨래를 했는데 실수로 돈을 안 꺼내고 빨아서 1000원을 못 쓰게 됐다는 점을 자책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 문제를 확대해서 이 문제 저 문제 다 붙어서 결국은 "난 안돼" "살 가치가 없어" "난 주변사람들에게 해가 될 뿐이야" 정도까지도 발전이 돼서 자살소망단계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일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사고 단계마다 비약이나 왜곡을 약간씩만 더한다면 여러 단계가 거치면 그렇게 생각이 진행될 수도 있구나 하고 책의 예제를 보고 이해를 하게 되었네요..

여러가지 사고적인 것 뿐만 아니라, 우울증은 생리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되기도 하는데, 시냅스간의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한 경우, 논리 왜곡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정이 부족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신경전달 물질의 부족으로 결국은 우울증의 악순환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주는 리튬제가 상당한 빠른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약물치료만으로 극복하는 경우에는 다시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재발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인지적인 치료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인지적인 치료가 과연 어떤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지 치료는 다른 의학들처럼 물리적인 메카니즘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정신적인 사고 과정을 분석해서 악순환을 끊어서 객관적인 사고를 복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적인 과정입니다. 따라서, 인지 치료에서는 먼저 환자가 왜 그런 사고 과정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주변 사람의 정보와 본인의 정보를 토대로 밝혀낸 다음에, 그 사고 고리를 스스로 반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결국은 원래의 생활에 복귀하여서도 그런 사고로 돌아가지 않도록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여러가지 논리 기법을 숙련시켜 주는 것이 주가 되는 것 같네요. (책 안에서는 많은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를 예시로 치료기법들을 설명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나 치료자의 대응이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점이 꽤 많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환자에게 주변 사람들이 이유없이 게속 잘 해주려고 하는 것 또한 자책감으로 인한 우울증 환자에게는 "난 주변사람들에게 짐이 될 뿐이야"같은 심리를 자극해서 더 악화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하고,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너무 많이 하다보면 자기 상황에 대한 수치심으로 또 악화되고.. 이런 상황이 여러가지 있다고 합니다. 즉, 우울증 환자를 접할 때에는 항상 자신의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지 여러 모로 생각해 보고 불명확한 해석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하지 않도록 부연 행동이나 설명을 해 주도록 명시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그런 행동이 너무 티가 나면 안 되겠죠~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어떤 면에서는 고립되어 가고,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울증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울증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잡으면, 주변의 도움으로 어려운 경험없이 쉽게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미리미리 공부해서 명랑 사회 만들어 나갑시다. -O-

댓글 0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달콤한 잠의 유혹

불면증 때문에 우울증도 겹쳐서 고생하는 친구가 있어서, "나는 잠이 왜 이렇게 많은가!" 궁금하기도 해서 잠에 대한 책을 하나 샀습니다. 그동안 잠에 대한 얘기는 사실 여기저기 짤막한 상식 글에 제법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런 글들은 그다지 과학적인 연구없이 그냥 경험만을 토대로 얘기한 경우도 있고 체계적인 기반 지식을 얘기해 준 것이 아니라 크게 도움은 잘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많았습니다. 이 책은 잠의 원리를 개략적으로 해설할 뿐만 아니라, 잠/꿈과 관련된 수많은 통용되는 상식들과 사례를 소개하고 있어서 그동안 많은 시간을 자는데 보내고 있으면서도, 정작 잠의 특징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하였습니다. ^_^

이 책에서는 앞 부분의 50페이지 정도는 정말 지루하게도 약장수처럼 자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잠 안 자면 얼마나 피곤한가를 반복적으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실 그 부분은 어찌나 지루한지.. 그냥 건너 띄는게 나을 것 같더군요. =.=; 그 다음부터는 우선 잠의 단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보통 TV같은 곳에서 진정한 잠이라고 자주 언급을 하는 REM수면 외에도 그 바로 앞 단계인 서파수면이 그렇게 중요한 지는 처음 알았네요~ REM 수면은 오히려 거의 안 자는 동물도 있다고 하고.. (스포일러 중! 쿠쿠)

그 이후에도 이제.. 잠을 방해하는 요소인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 등이 어떤 방식으로 잠을 방해하는가에 대한 것, 잠을 잘 오게 하려면 체온이 올라갔다가 서서히 내려가야 한다는 점, 대부분의 사람은 일어날 시간을 미리 자기 전에 생각하면 대충 그 시간에 일어날 수가 있다는 점 등 연구가 충분히 된 결과들을 재미나게 설명을 하고 있어서 책을 놓기가 쉽지가 않네요. :)

이 책의 저자는 행동생물학을 전공한 박사임에도 불구하고, 문학 작품을 인용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거의 영문학을 연구한 사람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군요. 보통 컴퓨터과학 서적에서 시도때도 없이 인용해대는 앨리스 얘기도 당연히 나오고 있구요. :) 재미있었던 오스카 와일드의 일화 하나를 소개해 봅니다.

창조적인 일을 한 위대한 인물들 가운데 무수한 사람들이 올빼미였다는 사실은 무척 안심이 된다. 오스카 와일드 역시 진정한 올빼미였다. 한 친구가 오스카 와일드에게 다음날 아침 9시에 자신의 집에 들러 달라고 부탁하자, 오스카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 참 대단한 사람이군! 난 절대로 그렇게 늦게까지 깨어 있지 못하네. 나는 늦어도 5시에는 늘 잠자리에 들거든."

-- 폴 마틴, 《달콤한 잠의 유혹》

댓글 13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이머전스》

이머전스 표지 서점에서 표지를 봤을 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생소한 제목은 알고보니 노스모크에서 많이 들었던 그 "창발성"의 영어 표현이었군요. :) 표지 뒷면에 나와있는 서평 발췌문들에서 느껴지는 포스에서 뭔가 무척 호기심이 갔습니다. 크흐;

먹이가 풍부할 때는 따로따로 떨어져서 살다가, 먹이가 부족하면 누가 대장이랄 것 없이 모여서 한 덩이가 되는 진균의 얘기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별 지휘력이 없는 여왕개미와는 별개로 개미개체간의 페로몬을 이용한 피드백으로 마치 전체가 한 개체인 것처럼, 늙어가기도 하고 행위를 결정하기도 하는 개미 사회, 영원한 모더레이터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분권적인 모더레이터 시스템을 이용해서 유지되는 슬래시닷 등을 통해 뭔가 세계적인 흐름에 대한 설명으로 엮어집니다. 피드백, 사회적 개체들의 자기조직화 같은 것들은 그동안 띄엄띄엄 여러 사건들에서 막연하게 느끼기는 했지만, 《이머전스》에서 이렇게 묶어놓으니, 정말로 완전히 환원적으로 봐서는 알기가 힘든 거시적인 창발성의 힘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책에서 예로 들고 있는, 심시티, 심즈 시리즈나 라이프게임 같은 것들은 각각의 개체들은 비교적 단순한 규칙에 따라 동작하지만, 개체간의 피드백을 통해서 조직화가 되기 시작하고, 결국은 뭔가 그럴듯한 것이 나온다는 것을 보면, 1개의 세포가 분열해서 인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라든지, 증권 시장에서 자주 보이는 별 이유없이 우루루 마구 오르다가, 다시 우루루 내려가기도 하고 그러는 것들도 뭔가 맥이 통한다는 감이 옵니다.

《이머전스》는 그 전에도 이런 분석이 많이 있었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생물학, 도시의 흥망, 신경망,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따로따로 지식을 하나로 묶어서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작가의 굉장한 통찰력은 놀랄만 합니다. 앞으로 저도 생활 습관이나 UI 디자인, 코드 동작 등의 여러 부분에서 피드백으로 창발성을 만들어 내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며칠 생각해 봐도 잘 생각이 안 납니다. 기회가 되면 꼭 써봐야겠네요. 크흐;

흐흐.. 번역도 잘 돼 있는 편이니, 꼭 보시라고 추천 꾹~. 으음 그런데, 역시 흩어져 있는 지식을 모아서 흐름으로 만들기로는 빠질 수 없는 매트 리들리의 《붉은여왕》이나 《본성과 양육》이 빨간색 책 표지인데, 이 책도 빨간색인 것을 보면.... (... 괜한데서 패턴을 찾으려는 노력을;;)

댓글 5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매머드: 빙하기 거인의 부활

장호언니와 럭셔리문화체험단 탐사를 수행하고 코엑스를 어슬렁거리면서 살 책을 찾아보다가, 약간 표지가 이상한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뭔가.. 물을 먹었다가 말린 듯한 이상한 재질 --; 흐흐 독특..

매머드는 (외국어표기법대로 하면 매머쓰 아닌가? ;;) 어릴 때는 그냥 막연한 코끼리 조상이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고, 진화 관련된 책을 조금씩 읽어온 얼마 전까지는, 그냥 북아메리카에 살다가 아메리칸 인디언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가면서 다 잡아먹어서 멸종된 동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 역시 그냥 대충 알아서는 말할 수가 없는게.. 흐흐. 매머드는 시베리아에도 살고 있었고, 코끼리의 조상이 아니며, 북아메리카 외의 다른 지역은 사람이 잡아먹은 흔적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군요.. (충격!)

이런 매머드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이 책 《매머드, 빙하기 거인의 부활》 은 매머드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매머드를 연구하는 학자, 매머드가 멸종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 연구하는 학자, 시베리아의 플라이스토세 생태를 알기 위해 연구하는 학자 등 여러 이유로 매머드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실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매머드 연구하는 학자가 몇명이 안 돼서 그런지, 정말로 이 책은 거의 소설책처럼 소수의 인물들만 나오는데, 작가의 실력이 발휘되어 진짜로 탐사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흐흐. 19세기 이전부터 시베리아 사는 사람들이 여름에 동토층이 녹으면 매머드 엄니를 잘라다가 팔아서, 시장에 한때는 1년에 수천개가 팔리기도 했다는 얘기나.. 살이 붙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머드를 힘든 탐사 끝에 발굴해서, 따뜻한 여름이 올 때까지 수년을 기다려서 땅을 통째로 들어서 헬리콥터로 옮긴 얘기라던지.. 읽으면서 잠시 진짜 과학자가 된 기분이.. 하하 :)

매머드 멸종에 대한 것도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매머드 부활도 안 됐고.. 정말로 참 결론에 쓸 게 없을 만한 얘기인데도 책을 마무리를 지은 게 참 대단합니다.; 그래서 결론이 약간 허무하기는 한데.. 플라이스토세 공원 얘기는 완성되면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결국은 꿈에도 나와버렸습니다. -o- (책 보면 자주 꿈에 그게 나오는..;;)

출퇴근 길에 들고다니면서 가볍게 읽을 만한 책으로 괜찮은 듯 합니다~ (위에 표지 사진이 누워 있어서 왠지 짧은 쪽으로 넘기는 책일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냥 통상적인 책입니다;;)

댓글 0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나무》

[ISBN-893290507X] 어댑터가 없어서 충전도 안 된 노트북 부여잡고 뒹굴뒹굴 대던 지루한 추석 연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노트북도 여전히 못 만지고 해서, 오랜만에 기차 안에서 우아하게(ㅋㅋㅋ) 책이나 읽어볼까 하고 동생 책을 하나 빼 왔습니다. 딱히 눈에 띄는 것도 없고 해서 동생이 골라 주는 것을 아무거나 덥석 집어 왔는데,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평소에 픽션은 거의 안 읽는 터라 실제 작품은 한 번도 못 읽어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였습니다. 그동안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은 왠지 이름에서 지지리 궁상 얘기 뭐 그런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나서.. (아무래도 베르테르의 영향이리라 --;) 거부감이 있었지만, 삽화가 재미있어 보여서 마음이 내켰습니다. 으히히 :)

나온지 꽤 오래된 책이고 이미 베스트셀러에 한참 전에 있었던 책이라 많이들 읽어 보셨겠지만, 아아.. 이 충격이란! 첫 작품인 "내겐 너무 좋은 세상"부터가 그래! 소설이라면 이렇게 재미있는 상상을 할 수도 있지! 하고 탁 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재미없는 영화를 봐도 감정이입을 잘 하는 성격..) 흐흐 바로 그.. 가전제품들이 다 감성화가 되어서 조용한 옛날 가전제품들이 더 그립다는.. 사실 저도 전에 한번 꿈에서 나온 적은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흐흐..

그 이후에도 투명 피부이야기, 타임머신 이야기, 고령 사회 이야기, 인간이 아닌 종이 인간을 애완 동물로 사육하는 방법을 적은 이야기 등등 꿈 속에서 한번씩은 비슷한 상상을 해 봤음직한 얘기들을 정말 고루고루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는데, 정말 얘기에 흠뻑 빠져서 얘기 하나 읽고서는 한 20분은 그 생각에 이리 저리 엉뚱한 생각을 덧붙여보고.. 치매 예방에 정말 좋겠습니다 =.=;;

흐흐.. 혹시나 아직 안 읽어보신 분 중에 공상과학 꿈을 주로 꾸는 분들은 꼭 읽어 볼 만 합니다. :)

재미있었던 묘사를 하나 인용.. 이히히

""" 냄새는 날이 갈수록 더욱 독해졌다. 그러자 어떤 유기물 덩어리가 운석 내부에서 부패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제기되었다. 냄새가 오죽 역겨웠으면 파리들조차 멀리 날아가 버리는 판국이었다.

그 악취에 태연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코의 내벽이 따끔거리고 목구멍에 염증이 생기는가 하면 혀까지 뻣뻣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천식 환자는 숨이 차서 헐떡거렸고,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던 감기 환자조차 입 벌리기를 두려워하였으며, 개들은 죽어라 하고 울부짖었다. --- 68페이지, "냄새" """

""" 하지만 기계가 사람처럼 구는 것도 어느 정도지. 이건 해도 정말 너무했다. 가장 하찮은 도구들조차 제가 맡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겠다고 기를 쓰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셔츠는 제 스스로 단추를 채웠고, 넥타이는 마치 뱀처럼 제 스스로 사람의 목 주위에 감겼다. 텔레비전과 하이파이 오디오 세트는 서로 자기가 먼저 집주인을 즐겁게 해 주겠다고 다투었다.

사정이 이쯤 되고 보니, 뤽은 때때로 소박하고 말 없는 옛날 물건들이 그리웠다. 온-오프 스위치가 달려 있어서 사람 손이 가야만 움직이는 가전제품들, 금속으로 된 작은 종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태엽 자명종, 삐걱거리는 문,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고 그래서 위험하지도 않은 실내화, 요컨데 생명의 흉내를 내지 않는 물건들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것들은 이제 골동품 가게나 가야 찾아볼 수 있다. --- 15페이지, "내겐 너무 좋은 세상" """

"""

댓글 4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클론 AND 클론》

[ISBN-8976829166] 당신의 머리카락에서 DNA를 추출해 클론을 만들었다면 그는 과연 당신인가, 아닌가?

이런 전산쟁이가 들으면 뻔한 얘기를 갖고 혼동하는 사람들을 클론 관련 토론을 보면 자주 보게 되는데, DNA는 클래스이고, "당신"은 인스턴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다르고, 인스턴시에이션 된 후에도 꾸준히 어트리뷰트들이 바뀌겠다는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O- 뭐 그래도 생명 복제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건 아무래도 인스턴스를 복사하는 문제하고는 다른 것이라.. 생명 윤리에 대해서 머리 속에서 $@#&%*(@&#%(*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접근하면 양 세는 것 보다 더 강력하게 잠오는 무한루프...)

그런데, 작년에 읽었던 프랜시스 후쿠오카의 《Human Future》를 읽고서는 아아 그래 뭔가 똑똑한 사람들이 이미 생각 개진을 많이 해놨구나 느끼고 있기는 했는데, 마침 오랜만에 책을 찾다가 뭔가 아주 사이비 종교 광고 책 처럼 생긴 《클론 AND 클론》을 발견했습니다. 표지와 제목은 영 미심쩍었지만, 그래도 저자 중에 굴드씨가 있었기에.. 믿고서는 :)

이 책은 99년에 나온 책인데, 돌리가 나온 직후에 여러 생명 윤리 관련 전문가들이 쓴 글들을 모아서 발간한 책입니다. 굴드 같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의 냉철한 글외에도 SF 소설가들의 복제가 일어난 후의 세상을 그린 소설, 철학자들의 여러 철학론에 비춘 해석, 종교계 윤리학자들의 종교적인 관점에서의 이성적인 해석 등 여러가지 유익한 글들이 엮여있습니다.

처음에는 소설 여러개가 엮여 있는데.. 이 책을 번역한 이한음씨가 아무래도 과학서만 번역하던 분이라 그런지 무미건조에 하나도 재미가 없는 1장을 채 읽기가 힘든 이 문체란.. ;; 꿋꿋이 참고 그래도 몇페이지 읽다가 결국은 소설을 넘겼습니다. -0- 그 다음부터는 이제 굴드, 도킨스, 조지 존슨 등의 유명한 과학자들의 글이 나옵니다. 굴드씨의 글은 아주 짧은데 일란성 쌍둥이는 이미 과학적으로 가능한 클론보다도 더 완벽한 클론인데 왜 사람들은 클론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인가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는데, 그 주된 문제점으로써 일란성 쌍둥이는 동시에 태어나기 때문에, 서로의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정체성의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은 없는 편이지만, 클론은 시간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뒤에 태어난 클론이 앞에 태어난 원본의 삶에 일어나는 여러 일에 대해 충격을 받거나 운명으로 받아 들이고 비관적으로 살 경우 같은 점을 들고 있습니다. 아아 흐흐 이건 전혀 생각을 못 했던 것인데 이런 문제가 있군요. -O-;

도킨스씨는 역시 한쪽 끝 끌개 지역에 분포하는 사람이라, 글도 아주 과격하게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다하고서 여러가지 논거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뭐 자세한 것은 워낙 긴 논리적 전개가 필요해서 직접 읽어 보셔야 겠지만, 논리적이지 않은 반박을 하는 일부 과격한 종교계 사람들의 전형적인 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그 사람들 패턴이 이해가 됩니다.;;

""" 이 토론자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최근에 주님의 전당에 뽑힌 사람이었는데, 그는 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여성들과 악수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토론을 신속하게 시작되도록 하는데 기여했다. 그의 악수 거부가 여성들이 생리 중이거나 불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여성들은 그 성직자에게 종교적 선입관에 항상 수반되기 마련인 '존경'을 표하면서, 나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우아하게 그 모욕을 받아들였다. 패널 토론이 시작되고 좌장인 여성이 이 턱수염 난 성직자에게 정중히 경의를 표하면서, 복제가 피해를 끼칠 것인지 말씀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원자폭탄은 해롭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거기에는 정말 반대 의견이 있을 여지가 없다. 그러나 복제를 논의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토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

역시 도킨스씨는 끝까지 아주 다혈질적으로 맹렬히 공격하고 있는데, 음 그래 그래~ 하면서 그런대로 수긍이 흐흐; 물론 도킨스씨 글 같은 것만 있으면, 뭔가 균형이 안 맞았겠지만, 미국의 국가 생명 윤리 자문 위원회나 윤리학 교수, 법윤리학 권위자들의 글들이 후쿠오카의 글에서처럼 "아 이런 똑똑한 사람들! 이런 것도 생각했군!"하는 탁 치게 만드는 논리들이 전개가 돼서 "그래 나는 세상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하는 결론만;;;; 얻게 되었습니다. 흐흐

생명윤리에 대한 토론은 아무래도 그동안 여러 군데서의 경험을 보면 그냥 쉽게 감정적인 자기 논리 세계를 기반으로 한 단방향적인 주장이 연속되다가 그냥 감정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책에서 체계적인 논리적 주장들로 종교/윤리적 관점의 반론이 전개되는 것을 보니 굳이 이런 얘기는 아무데서나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결국은 이런 산만한 결론으로 치닫는다.. --;)

그래요, "과학과 논리학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말해줄 수 없는" 것이지요. (리처드 도킨스)

댓글 3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컨설팅의 비밀 (The Secrets of Consulting)

[ISBN-8991268005] 전에 인사이트 출판사에서 메일온 것에 하나 답변을 줬던 적이 있는데, 나중에 좋은 책이 출간됐다고 하나 보내줬는데 바로 이 《컨설팅의 비밀》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Programming Pearls 같은 책을 주로 번역 출판하던 회사라서 뭔가 싸구려 책은 아니겠지 했는데, 컴퓨터 관련 책도 아니라니 참 기대가 됐습니다.

회사에 택배를 우선 선불로 보내줘서 아주 좋은 인상을;; 그런데 아아 역시 이거 상당하군요. 페이퍼백이 14900원이라니 -ㅇ-; 그래 뭔가 읽을 게 있으니 그렇게 했겠지 하고;; 으음 그런데 뭔가 뒷면의 추천에 오우 김창준님이 추천하는 말 끝을 쓰셨군요. 뭔가 기대가 되면서.. :) 그런데 받고 한 3분쯤 있다가 갑자기 친구 [WWW]승범이에게서 msnm메시지가 왔는데 앗 갑자기 웬 방금 받은 책의 표지가 있는 [WWW]페이지의 URL을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까! 아앗 내가 이 책 받은 걸 어떻게 알았지! 했는데 아이 이런 흐흐 승범이가 이 책의 일러스트를! 아 그림이 어디선가 본 그림체 같다 했더니~ 아 이제 책에 호감이 굉장히 생기면서 괜히 뿌듯하면서;;

그런데 그 이후로 책을 다 읽는데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우선 전에 읽던 《베트남 10000일의 전쟁》과 《전쟁의 역사》를 덜 읽어서 출퇴근할 때만 읽다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내용은 주로 컨설턴트의 고객 다루는 방법, 자기 발전하는 방법에 대해서 쓰고 있는데, 유명한 책이라서 그런지 역시 법칙이 상당히 많아서 뒤에 부록으로 법칙 목록이 정리되어있기도 합니다.; 각각의 법칙이 실제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그런지 설명이 상당히 수긍이 가도록 되어 있어서 아아 그래 맞아 맞아~ 하며 맞장구를 치며 읽게 됩니다. 수긍이 갔던 부분 몇군데를 발췌해 보자면,,

돈이 필요하면, 일자리를 구하지 말라.

왜? 이상한가? 만약 돈이 절실하면 이 일자리 하나로 돈 문제를 해결하려고 몸값을 너무 높게 책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가격을 바탕으로 자신을 팔려서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던가. 이러한 경우 둘 다 컨설팅에서 몸값을 도구로 사용할 유용한 기회를 놓쳐 버린다. --- 254 페이지, 금전에 대한 니드와 다섯 번째 법칙

뭔가를 잃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이다. --- 201 페이지, 로머의 원칙

그 외에도 꼭 컨설턴트가 아니라도 누군가에게 뭔가 조언을 할 일이 생길만한 경우, 외부의 컨설턴트에게 대처하는 경우 등에서 이 책을 안 읽었더라면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쳤을 만한 일들이 많이 적혀 있어서 "페이퍼백이 14900원"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치 있는 책으로 느껴집니다. :)

댓글 1 개 | 트랙백 2 개 (보낼곳) | 태그 book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ISBN-8932460817] 오랜만의 책 감상문입니다~ 사실 출근 거리가 짧아지면서, 책 읽는 시간도 무지 줄은데다.. 하도 오랫동안 같은 책을 읽다보니 다 읽고 나면 감흥이 떨어져서 잘 안 쓰게 되네요 흐흐; 생각나는대로 하나씩 써 봐야겠습니다~ 오늘의 책은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입니다. 상구님의 추천으로 사게 되었는데, 정말 재미있어서 이거 출퇴근 시간이 무지 즐거워졌습니다. ^^^;;

이 책은, 베트남 전쟁의 실질적인 시작인 호치민과 패티 소령의 1944년 첫 만남부터 1974년 미군의 철수까지 30년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뭐 베트남전 이후 세대는 대체로 베트남전을 피상적으로 그냥 전쟁으로 알고 있을 뿐이지, 그게 구체적으로 왜 일어났는지 어떤 규모인지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모르고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는지도 모르고 뭐 그런 편이죠 으흐흐.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인데, 이 책의 앞 부분에서는 베트남전이 미국의 권력 다툼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뭐 그런 엉뚱하고 쓸데없는 이유로 한 것이라고 전적으로 쓰고 있는데.. 이 책만 봐서는 정말 미국이 쌩 나쁜놈이 되는군요.. 흐흐 나중에 혹시나 모르니 미국의 변을 다룬 책도 한 번 읽어 봐야겠습니다.

대충 생각해 보면, 아프가니스탄도 그렇고 이라크도 그렇고 베트남도 그렇고 항상 미국은 뭔가 자기가 다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원조하던 세력이 나중에 독립한다고 간섭하지 마라고 하면, 나쁜 놈을 만들어서 공격을 하고 쌩쑈를 하는데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듯 합니다. 흐흐.. 과연 한국전쟁은 진짜로 북한에서 먼저 공격한 것인지 의심이 들 지경입니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북한이 먼저 공격했다에 한표;; )

아.. 드골, 처칠 등 나름대로 서방 세계에서는 자유 수호로 유명한 사람들도 알고보면 베트남 독립을 반대하고 막 수십만명 갖다가 싸움시킨 나쁜 놈들이고.. 흐흐 아이고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군요 ;_;

댓글 1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PowerPC Compiler Writer's Guide

[ISBN-0964965402] (비매품이라 아마존에 없음)

Larry Wall 할아버지가 한 명언으로 이런 것이 있습니다.

"""A real programmer can write assembly in any languages."""

므흐므흐. 코드 생산성과 유지보수성, 가독성 등이 퍼포먼스보다는 훨씬 중요한 세상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퍼포먼스는 소프트웨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같은 기계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더 느리게 돌아서 좋을 것은 크게 없으니까요.. 여전히 전체 프로그램의 5%정도는 다른 요소보다 퍼포먼스를 더 중요하게 하여 최적화를 하여야 하는 편이고, 기계에서 내부적으로 어떤 어셈블리를 거쳐서 실행이 되는지, 메모리 레이턴시가 얼마나 작용하는지, 캐쉬 히트가 어느정도 작용되는지를 코드를 작성할 때 생각하면서 작성하는 것은 사실 심각하게 하자면 어렵겠지만, 자주 쓰이는 패턴이 대부분인 것을 생각해 보면, 사실 익혀두면 큰 노력없이 좋은 코드를 짤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됩니다. +_+ 자바를 짜던 파이썬을 짜던, 핫스팟을 거치면 어떻게 되는지, 파이썬 VM에서 어떤 경우 최적화된 루틴으로 들어가서 실행을 하는지 알고 짜면, 비슷한 코드에서도 훨씬 빠르게 동작할 수 있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구요~

헛 잠시 말이 딴데로 빠졌지만, 이 책은 96년에 나온 꽤 오래된 책이지만 여전히 mono나 gcc같은 프로젝트에서 추천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실용적인 명저입니다. 제목대로 PowerPC에서의 C/Fortran 컴파일러를 만들 때 코드 전략에 대해서 논한 책이지만, PowerPC 인스트럭션을 기준으로 설명했다는 것 외에는 근래의 다른 CPU 아키텍처들에서도 통상적으로 적용될만한 교훈들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if-else를 브랜치 프리딕션 없이 논리식으로 풀어버리는 방법, switch-case 의 개수별/변수타입별/변수범위별 최적화 방법 등 C 코딩을 할 때 사소한 것으로 컴파일러의 최적화를 방해할 수 있는 이슈들을 많이 논하고 있어서 별로 고치지 않고도 컴파일러의 최적화를 많이 도와줄 수 있게 됩니다. PowerPC가 아무래도 컨소시움에서 만들어진 개방표준형 아키텍처이다보니 인텔의 책처럼 자기 구현에 대해서만 최적화를 다루지 않고 여러 구현(모토롤라와 IBM, PowerPC/QUICC 4,5,6,7,8씨리즈)에서 공통되게 잘 돌아가는 방법같이 좋은 예를 C와 Fortran, PowerPC 어셈블리로 다루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셈블리 코드가 전부 PowerPC기준으로 되어있다보니 약간 생소하기는 하지만, 모토롤라의 파워피씨 매뉴얼을 놓고 같이 보면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군요~

이 책은 http://www-3.ibm.com/chips/techlib/techlib.nsf/techdocs/852569B20050FF7785256996007558C6 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 5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요리만 못하는 똑똑한 여자들을 위한 요리책.

[ISBN-897365408x] 6년간의 하숙생활을 청산하고 독립생활을 시작한 지 1개월. 슬슬 가사에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 요리는 단연 자취생의 로망! 그래서 요리책을 2권 사서 보고 있었는데 처음 산 책들은 정말 맛있어 보이는 사진이 가득한 책으로, 특히 재료 개수가 적어보이는 책들을 샀었습니다. 헉. 그런데, 사고나서 보니.. 이럴수가.. 재료는 냉장고 2개 있는 집에 재료를 항상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 추가로 사야하는 뭐 그런 것이었습니다. -_-;; 49리터짜리 냉장고에 음료수 몇 개 넣어놓고 사는 자취생에게는 꿈과 같은... 거기 있는 재료 다 사서 요리하고 나면 남는 재료는 다 버려야 .. 흑흑..

그러던 중 괜찮은 책이 있어서 hoya`님께 선물로 받았습니다. "perky님 맛있는 요리하셔서 사랑받는 살림꾼 되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흐흐. 제목은 "요리만 못하는 똑똑한 여자들을 위한 요리책"라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인데 뭔가 약간 전통적 성역할을 벗어나지 못한 성차별 요소가 담겨있는 책 제목인 듯한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 므흐. 어쨌던 이 요리책에는 음식 사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두둥! 요리책에 음식사진이 없으면 과연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이 책은 논리적이고 간결하게 기술된 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 것입니다. 각각의 조리법의 자세한 과학적인 이유와 그에 따라 일어나는 여러가지 분화적인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파게티가 들러붙지 않는 이유는?
스파게티는 삶은 뒤 찬물에 헹구지 않아도 서로 들러붙지 않습니다. 그 점이 일반 국수와 다르지요. 물론 반죽에 기름이 들어갔고 또 삶을 때 기름을 넣고 삶기느 했지만 들러붙지 않거나 불어나지 않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스파게티는 강력분 밀가루로 반죽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강력분에 다량 함유된 단백질인 글루텐(강력분은 15%이상, 박력분은 10%이하)이 반죽 자체에서 서로 당기는 힘이 강해 다른 국수처럼 서로 들러붙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조리법에서 소금을 더 넣어야 하는 이유, 물을 더 넣어야하는 이유까지 상세하게 모두 설명하고 있고, 관련 역사까지도 다루고 있습니다. :) 사진으로 가득찬 요리책에서는 사진의 위치때문에 감히 시도할 수 없었던 것이었을텐데 이런 책이 나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요리책을 읽다보면 제일 불편한 것이 아무래도 해요체로 가득차있는 것인데 모든 문장이 모두 해요체로 끝나다보니 신뢰감도 덜하고 문장관계 파악도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것이 잘 팔리는지 전부들 싹 해요체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책은 부분적으로 해요를 쓰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합니다 로 기술하고 있어서 편하고 신뢰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

밥짓는 방법과 각 단계의 원리, 튀김이 되는 원리와 각 맛의 비결과 그 과학적인 과정같은 것도 모두 설명하고 있는 등 아주 기초에 충실하면서도 흥미를 충분히 돋울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책에서는 대체로 계량 기구를 완벽하게 갖춘 듯이 정량적 단위를 완벽하게 제시하거나, 아니면 또 초보를 위한다고 굉장히 모호한 단위를 전체적으로 써버리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정량적인 단위를 제시하면서도 그것을 측량할 수 있는 방법을 여러가지 접근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계량단위인 "1컵"을 계량하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는 "1컵"을 200ml로 치지만, 서양에서는 1컵을 240ml로 칩니다. 그러나 만일 한글로 번역된 요리책을 보며 요리를 하신다면 1컵=200ml로 생각해도 됩니다.

시중에서 파는 작은 우유팩의 용량이 200ml이므로 당장 집에 계량컵이 없다면 우유 한 팩을 컵에 부어 눈금을 표시해서 간이 계량컵으로 써도 됩니다.

순수한 물 200ml의 무게는 200g이지만, 다른 성분이 섞인 액체는 조금씩 무게 차이가 있어 물엿이나 토마토케첩, 고추장처럼 되직한 것들은 부피의 물보다 무게가 더 나가게 마련이므로 부피가 같다고 무게가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으흐흐~~ 하여간 이 책은 제가 요리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요리책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정말 멋진 책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이렇게 논리적으로 기술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책 제목은 좀 바꿨으면 좋겠군요. 분명 마케팅 차원에서 그랬겠지만 -ㅇ-;

댓글 6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DNA: 생명의 비밀

[ISBN-897291357x] 2003년 6월은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구조를 공개한지 50년째되는 때여서 구글에도 이미지가 걸리고 그랬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제임스 왓슨은 이 날도 그냥 넘기지 않고 TV 시리즈물도 만들고 이것 저것 떠들썩하게 했었는데, 역시 책도 한권 냈었네요. "DNA: 생명의 비밀" 이 책인데, 왓슨이 혼자 쓴 것은 아니고, 앤드루 베리라는 글빨 좋은 사람과 같이 쓰는 바람에 아주 책이 짜임새 있고 재미있게 쓰여졌네요. :)

"DNA: 생명의 비밀"은 저자 이름에도 걸맞게, 생명과학에서 있어왔던 여러 사건을 다뤄왔다는 점에서 "분자생물학: 실험과 사유의 역사" [ISBN-8989418232]와 비슷한 주제인데, 책 내용은 완전히 다릅니다!. "실험과 사유의 역사"는 굉장히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를 많이 쓰면서도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과업들을 주로 다룬 반면에, "DNA: 생명의 비밀"은 아주 평이한 용어에 그림으로 가득한 쉬운 설명으로 현장감있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실제 생명과학계의 50년간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시 "이중나선" [ISBN-8970445439]에서도 그랬듯이 제임스 왓슨 정도되니 아무나 대놓고 욕도 하고, 누가 나쁜놈인지 약간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딱 보여주는 것이 통쾌합니다! 예를 들면 (물론 다른 책에서도 맨날 씹히기는 하지만) 말종 라마르크주의자인 리센코에 대해서 이렇게 썼습니다.

""" 이중나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리센코주의자들이 보인 반응은 계몽 반대주의자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반응 그것이었다. 그들은 "하나가 반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서 두 배로 되고, 증가하기는 하지만 발달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지만, 리센코가 유전에 관해서 쓴 다른 글들과는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부합되는 듯 했다.
--- 404p. """

므흐.. 물론 리센코 말고도 셀레라 지노믹스의 크렉 벤터에 대해서도 굉장히 공격적인 어조를 택하고 있는데, 그것도 아주 볼 만하네요.. 그리고, 이 책 전체에 풀컬러 사진이 굉장히 많이 깔려있는데, 다른 책들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사진들이 아주 인포멀합니다. @.@ 해변에 놀러간 사진, 요트 타고 있는 사진, 모터사이클 위에 올라가 있는 사진 등등... 논문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뭔가 가까운 느낌이~~

가격은 좀 비싸긴 하지만, 읽을 거리도 굉장히 많고 무엇보다도 전면 풀컬러라는 점에서 (-.-;;;) 강력추천입니다. :) 읽고 나면 다른 생명과학 교양서적 10개정도는 뭉쳐놓은 듯한 뿌듯한 마음이~~

댓글 0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Computer Architecture: A Quantitative Approach

지난 주에 이사하고서는 살림 마련하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방 청소하고 그러느라 영 홈피에 소홀했었군요. ^^;; 곧 사진 정리해서 웹 집들이라도;;

[ISBN-1558607242] Miguel이 mono를 만들 적에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강력히 추천한 바로 그 책! Computer Architecture: A Quantitative Approach를 드디어 한번 읽었습니다. 므흣. 이게 상당히 오랜기간 바이블급의 책이었는 듯 한 풍모가 느껴지는.. 저자 이름부터가 일단 먹어주는 군요. David Patterson - RISC의 대가이며, BSD의 할아버지! 그리고 서문은 David의 제자인 Sun의 Bill Joy가 썼습니다! (물론 지금은 Sun을 나왔지만요. :) ) 대단대단! 꺄아

Computer Architecture과 관련된 책은 학교에서 배울때는 늘 논리회로 어쩌고 부터 시작해서 고리타분한 70~80년대 컴퓨터 아키텍처 얘기만 줄창 나와서 어찌나 따분했는지 모릅니다. 뭔가 몸에 와닿는게 있어야 이게 내가 지금 만지는 컴퓨터가 이 책에 나오는 컴퓨터구나 생각이 들텐데.. 흐;; 그런데 이 책에서는 최근 대부분의 컴퓨터들이 부분적으로 나마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RISC를 기반으로 해서 아주 방대한 현실적인 벤치마크들과 최근 사용되는 다양한 분야의 CPU들의 특성을 고루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전적인 구조들도 약간씩 언급을 하고 있어서 정말 재미있네요. :)

그리고, 교재로서의 가장 중요한 그림과 도표! 아주 거의 2~3페이지마다 1개씩은 나올 정도로 정말 열심히 그려놔서 아주 실감이 납니다. :) 특히 RISC의 대가들이 쓴 것이니 만큼, 캐쉬 미스를 줄이는 전략이나 파이프라인 쪽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되어있어서 그동안 뜬구름만 잡고 있었던 것을 이제 개념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_^;; 물론, NUMA, RAID, 분산 공유 메모리, 클러스터 같은 실전 디자인들도 많이 다루고 있다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근데, 뭔가 책이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있어서 교재같은 기분이 안드는 것은 약간 흠 아닌 흠 이랄까요.. (교재는 왠지 재미 없어야 한다는 통념에 사로잡혀 있다;; )

댓글 5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희망의 이유.

[ISBN-898880449X] MBC 느낌표에서 마지막으로 선정했던 도서인가(? TV를 안봐서 자세히는;;) 였던 바로 그 책! 별로 보지도 않았지만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는 늘 문학/인문교양쪽 책만 선정해서 굉장히 불만이 많았는데, 막판에 드디어 처음으로 과학교양 책을 하나 선정한 줄 알았더니, 책을 읽어보니 과학교양치고는 굉장히 종교 얘기가 많이 나오고 사색적이네요. 어쨌건 정말 좋아하는 제인 구달 박사의 최근 책이고 게다가 느낌표덕에 가격도 싸서 아주 편하게 사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구달박사의 자서전인 《침팬지와 함께한 나의 인생》[ISBN-8983719222] 보다도 오히려 구달박사의 인생에 대한 얘기와 사상에 대한 얘기를 더 잘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얘기하려는 "희망"은 그동안 환원주의적 과학서적들이나 비관론적 미래서들에서 머지않아 인류가 멸망이라도 할 것처럼 얘기했던 것들에 대해 답이라도 하듯, 인류에겐 앞으로 희망이 있다는 얘기를 침팬지 얘기와 신적인 얘기를 곁들여서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인간의 그늘에서》[ISBN-8983710888]는 상당히 초창기 작품이고 아직 영향력이 크게 없던 시절이라 그런지, 종교적인 신념은 마지막 1장에서 아주 어설프에 끼워넣고 말았는데, 이번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종교적 얘기입니다. 그런데, 제인 구달박사의 기독교는 약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기독교랑은 달라서, 우주의 신은 하나인데, 그 신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즉, 유일신교는 모두 제인 구달박사의 기독교 신앙의 테두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데, 다행히도 저같은 자연신론자나 무신론자도 착하게 살면 구달박사는 예쁘게 봐 준다는군요. -ㅇ-;;;; (한숨 놓는다 =3 =33)

환경론자들이 널리 퍼뜨린 흔한 편견으로 "고상한 미개인", "고상한 짐승"같은 개념들을 아주 처참히 깨버리는 탄자니아 주변 국가들의 부족간 충돌이나 침팬지간의 동족 말살같은 얘기, 구달 박사의 두번째(세번째인가?;;) 남편인 데렉의 투병과 죽음, 양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대량 학살같은 일들이 나열된 책의 중반부는 정말 읽으면서 인류가 곧 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지막 세 장(章)의 여러 헌신적인 실천가들과 구달 박사의 친구들 얘기를 읽으면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으며, 아주 작은 일이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앗 초등학교 독후감풍 문체지만 그래도 진짜입니다 ㅠ.ㅠ)

마지막으로 재미있었던 존 스타킹의 얘기를 하나 인용합니다. (304페이지)

예를 들어 존 스타킹은 참치잡이 배의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돌고래들을 덫으로 잡아서 죽이는 소름끼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는 새끼 돌고래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한 어미 돌고래의 눈빛을 보게 되자, 겁을 먹은 거대한 참치, 상어, 돌고래들이 몸부림쳐서 거품이 일고 있는 바닷물에 자신도 모르게 뛰어들었다. 존 역시도 겁을 먹었지만, 자신의 팔 안에서 새끼 돌고래가 안심하는 것을 느끼면서 그것을 그물 너머로 던질 수 있었고, 가까스로 어떻게하여 어미도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는 칼로 그물을 찢어서 나머지 동물들도 자유롭게 놓아주었다. 물론 그는 당장 일자리를 잃었다. 존은 집에 돌아와서 돌고래들의 생황에 대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다른 동물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에게는 학위도 돈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그러한 상황을 바꾸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것을 해냈다. 지금 그는 좋은 초콜릿을 가지고 초코바를 만들어 팔고 있다. '멸종 위기 동물 초코바'의 포장에는 각각 한 가지 동물이 인쇄되어 있는데, 세금이 공제되기 전 이윤의 11.7%가 그 종의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운동 단체에 후원되고 있다. 이제 '초콜릿 존'이라고 불리는 그는, 나의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오늘날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이윤의 일정 비율을 여러 가지 좋은 일에 사용하고 있다.

O'Relly는 혹시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 안 하는지 알아봐야겠군요 ㅎㅎ -ㅇ-;

댓글 0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극단의 생명-

[ISBN-8975273636] 극단의 생명. 제목은 꼭 뭔가 소설같은.. 흐흐.. 이 책은 존 포스트게이트라는 미생물학자가 쓴 재미있는 미생물 이야기책입니다. 책 표지에도 "재미있는 미생물 이야기"라고 되어있는데, 정말로 완벽한 흥미위주의 책으로 교양과학 서적으로는 정말 알맞는 게 아닐까 싶네요. :)

제목대로 이 책에서는 공기가 없는데서 사는 미생물, 극고온에서 사는 호열성 미생물, 극저온에서 사는 미생물, 강산성에서 사는 미생물 등등 별의 별 희한한 미생물들을 각 단원에서 다루고 있는데, 꼭 매트 리들리의 게놈 [ISBN-8934906502] 같은 구성입니다. 각각의 단원에서는 다른 미생물을 다루고 있어서 사실 그냥 이런 미생물도 있구나~하고 재미로 읽을 수도 있는데, 그동안 미생물학도 안 듣고 미생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터라, 이 책을 읽으면서 생태계의 질소순환이나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생명체에서 어떻게 생기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여러 생명체들끼리 얽혀서 완벽한 사슬이 이루어지는 과정같은 대형 생물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자원의 순환에 대한 것을 알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 질소고정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도 처음 알았고.. 철광석 먹고 사는 미생물이 있는 지도 처음 알았고.. -.-;; 물만 있으면 유기물이 없는 곳에서 조차 미생물이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흥미롭네요.

미생물에 대한 책을 아직 안 접해보셨다면 꼭 추천입니다~~

댓글 7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년

[ISBN-8986270862] 40년대 분자생물학 붐을 일으킨 바로 그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의 강연 50주년을 기념하여 93년에 나온 (번역판은 올해)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년»을 읽었습니다.

므흣. 이 책은 슈뢰딩거의 업적을 평가하고 "생명이란 무엇인가?" 주제에 대한 현재 기술과 미래의 진행에 대해서 열명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논문을 한 편씩 낸 것을 묶어놓은 것인데, 참여한 사람들 이름이 어찌나 화려한지.. 으흐흐 저자들 이름만 봐도 뭔가 무서운 책이라는... +_+ 특히 스티븐 제이 굴드, 제레드 다이아몬드, 존 메이나드 스미스, 만프레드 아이겐, 로저 펜로즈 등 스타급 저자들의 탁월한 글들은 본인들의 책에서 쓴 것 못지 않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와와~

우선, 스티븐 제이굴드와 제레드 다이아몬드, 스튜어트 카우프먼 같은 앞쪽에 나오는 저자들은 대체로 슈뢰딩거의 업적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평가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셋이서 어찌나 똑같이 비판을 하는지.. 뭐하러 슈뢰딩거 기념 논문에 이런걸 세개나 썼는지 모르겠군요 므흐 -ㅁ-; 하여간, 비판하는 내용을 뺀 나머지 부분이라도 역시 굴드와 다이아몬드의 글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

원래 좋아했던 굴드와 다이아몬드 외의 다른 저자들의 논문 중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만프레드 아이겐의 "무엇이 미래의 생물학을 지배할것인가?"였는데, 아이겐의 일반인의 과학에 대한 시각, 과학 정책, 바이러스 이야기, 20세기 생물학에 대한 평가 같은 것들을 보면 역시 엄청난 포쓰가 느껴집니다. 뒷 부분의 로저 펜로즈와 스콧 켈소 등의 논문은 방정식이 등장하고 양자 물리학 공식이 막 왔다갔다 해서 정신이 없지만 --; 서너번 더 읽어보려구요;; 혹시나 이해 될까봐 -_-;;

고등학교 때 읽고서는 세계관이 흔들리게 됐었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서, 무려 6년만에 놀랜 가슴을 이 책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또 오바한다 --;)

생물을 연구해 보면 현재의 물리학이 얼마나 원시적인지 잘 알 수 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댓글 3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인간의 그늘에서》

[ISBN-8983710888] 동물행동학의 가장 유명한 학자 중의 한명이자, 디즈니 TV물 씨리즈에도 자주 나와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 Jane Goodall 박사의 초창기 연구 보고서인 《인간의 그늘에서》를 봤습니다. 어찌나 재미있는지 지하철에서 내리기 싫은데 막 "벌써 신촌이야?"하고 내린 적도.. (오바 1g;;)

구달 박사는 학사도 다른 전공으로 하고 공부도 다른 것 하다가, 그냥 침팬지에 관심이 있어서 무작정 아프리카에 와서 당시 유명한 고고학, 생태학자였던 리키 박사에게 침팬지 연구를 하겠다고 갔다고 합니다. 그 후에 아무도 안 믿고 금방 가려니 하는 아프리카인들 사이에서 침팬지들과 친해지면서 침팬지 뒤를 따라다니다가 덤불이라도 걸려서 좀 쳐지면 앞에 가던 침팬지가 기다려줄 정도가 되기까지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하는군요.. 대단...

구달 박사의 자서전은 따로 있어서, 이 책에서는 처음 아프리카에 간 것부터 침팬지를 10년 정도 지켜본 것까지 (70년대 초반)나와 있습니다. 곰비 침팬지보호구역의 여러 무리 중에 한 무리를 오래 관찰하다보니, 거기서 있었던 가족관계, 권력관계, 성생활, 육아, 우정 같은 걸 정말 자세히 관찰했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요.. 거의 그.. 유리의 집인가.. 사람 넣어놓고 관찰하는 --; 그런 것 보는 기분 -ㅁ-;;;

어린 침팬지인 Miff나 Gilka가 엄마한테 구박받을 때는 막 슬프기도 하고, Miff의 엄마인 Marina가 소아마비로 죽고 나서 동생 Merlin을 자기가 거둬서 기를 때 "힘내라!"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일희일비를.. 므흐흐... 마지막에 구달박사에게 처음 마음을 열었던 침팬지인 David Graybeard와 나중에 소아마비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동료들에게 버림 받은 Mr. McGrigor의 죽음과 동생(으로 추정되는) Humphrey의 마지막까지 보살핌같은 얘기는 정말 슬프네요.. ㅡ.ㅜ

동물원에 가봤자 사회성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감옥에 갇힌 침팬지만 볼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숲속에서 노는 침팬지들이 정말 행복한 것 같군요..

마지막에 어색하게 신의 영역 얘기를 무지 어설프게 한페이지 하고 끝내는 바람에 끝맺음은 좀 이상했지만; Jared Diamond의 세번째 침팬지 얘기만 열심히 나오는 The Third Chimpanzee [ISBN-0060984031]를 읽기 전에 첫번째 침팬지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해보며 연결해 보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

원서는 70년대에 나왔는데 번역판은 2001년에 처음 나왔습니다.

(표지에 나온 침팬지는 Pipi같은데 맞나요.. :) )

댓글 0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3일 만에 읽는 몸의 구조

[ISBN-8953295254] 므흣. 유치원 다닐 적에 집에 있던 원색 생물도감을 보며 헉~ 사람 내장이 너무 징그러워서 무섭당~ 하면서도 궁금한 나머지 슬쩍 슬쩍 들춰서 보던 기억이 나네요.

«3일만에 읽는 몸의 구조» (타노이 마사오 지음, 윤소영 옮김)은 아주 얇은 상식 의학서입니다. 뭔가 "몸의 구조"래서 생물학적으로 접근했다기 보다는 실용의학적으로 무슨 병에는--무슨 이유 이런 식으로 써 놓은 것이 많습니다. 유전자가 모두 병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Matt Ridley의 주장이 생각나는군요. 으흐~ 근데 이 책에 보면 뭐 온몸이 병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 써놓긴 했는데.. 뭐 탈나면 고쳐야 하니까.. -ㅇ-; 왜 고장났는 줄은 알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쓱~ 읽었습니다. 흐흐

전체적인 책의 구조는 이렇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 머리와 얼굴의 구조

  • 심장과 폐의 구조

  • 소화기관의 구조

  • 이자의 구조

  • 면역과 내분비계의 구조

  • 뼈, 관절의 구조

  • 생식구조

  • 혈액과 혈관의 구조

  • 뇌의 구조

--의 구조 라고들 되어있지만, 실은 진짜로 구조를 설명한다기 보다는 단편적인 몇가지 상식들을 짤막하게 소개 하는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소화기관의 구조에서는 소화불량, 속쓰림, 소화성 궤양, 소화기능 이상, 설사, 변비, 식중독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사람이 그렇듯.. 병 안 걸리면 그 기관이 어디있는지 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걸 반영이라도 한 걸까요..

흐흐 뭐 하여간 대충 책에서 머리카락이 어떤 식으로 나는지, 나트륨과 칼륨이 어떻게 작용해서 혈압이 유지되는지 콜레스테롤이 어떻게 해서 혈관벽에 쌓이게 되는지 같은 진짜 상식들을 친절한 그림들과 함께 설명을 해 주고 있어서 책 내용은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너무 두꺼운 책에 익숙해져서인지 7500원짜리가 246페이지라서 좀 허무 흐흐흐흐 -ㅁ-; 혹시 도서관에서 보면 그냥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좋을 것 같네요.

음.. 병을 기준으로 한 구조가 아니라 어디 진짜 몸의 메카니즘을 설명한 교양서는 없을까요~

댓글 6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욕망의 식물학』

[ISBN-8953295505] 오늘의 책은 『욕망의 식물학(The Botany of Desire)』입니당. 뭔가 자극적인 제목이.. 으흐흐. 지하철에서 읽고 있으면 옆에 있던 사람들이 흘끗 보고 내용을 슬쩍 보고서는 실망하고 갑니다 ;; -ㅇ-; (욕망이라더니!)

그동안 읽었던 책들은 한결같이 동물들의 번식과 그에 의한 진화를 다루고 있었는데, 식물도 뭔가 찐한(-.-;;) 게 있다길래 유심히 보았습니다. 정말로 식물이 성을 위해서 이런 진화를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네요. 그동안은 과일이 속씨식물이 동물 먹으라고 만들어준 뇌물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현재 중대형 식물 중에서 가장 성공한 식물 중에 네 종류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사과(malus domestica), 튤립(tupipa), 마리화나(cannabis sativa/indica), 감자(solanum tuberosüm)입니다.

"사과"에 대해서는, 18세기 미국에서 조니 애플시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존 채프먼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과는 접붙이기를 하지 않고, 씨를 심으면 엄청난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서, 한 세대에서 뭔가 좋은 것이 발견되더라도 그 씨를 심어봤자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들은 대부분 품종을 유지하기 위해서 접붙이기를 대부분 하는데, 특이하게도 조니 애플시드는 씨를 심고 댕겼다는군요. 그 결과, 원래 유럽에 적응되어있던 사과들이, 미국에서 충분히 많은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서 미국에서 오히려 훨씬 다양하고 좋은 품종들이 많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애들 동화에는 조니 애플시드가, 18세기 주요 당분 공급원이었던 사과를 많이 보급해서 어쩌고 저쩌고로 유명하다는데, 지은이의 몸으로 뛰어 고증에서는 실제로 조니 애플시드가 심고 다닌 사과의 대부분은 거의 야생이나 다름이 없어서 써서 못 먹는게 대부분이었고, 주로 사과주 담그는 용도로 사용되었다는군요 -.-; 그 뿐아니라, 서부 개척지들의 주정부는 새로 정착하는 사람이 일정 그루 이상의 나무를 기르면 정착 지원금을 대 줬는데, 조니 애플시드가 사람 없는데 가서 사과나무 심어놓고 기다리면, 사람들이 나무가 다 클때 쯤 되면 정착 지원금을 받으려고 사과 나무를 샀다는... ;;; -ㅁ-; 하여간 위인전은 다 믿을 게 못되는 모양입니다. 크크 =3

사과 얘기에서는 정말 유전적 다양성이 얼마나 환경 적응면에서 중요한지, 농업을 위한 고품질 소품종화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주네요. 앞으로 사람도 격리시켜서 다른 민족끼리는 결혼 못하게 --;;;;;;;;;;; (-ㅁ-;)

그 다음, 튤립 얘기는 네덜란드에서 18세기에 튤립 알뿌리 한개에 대저택 값을 뛰어 넘는 2년간의 단체로 미치는 사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튤립 알뿌리 하나에 수천 길더를 지불한다는 것은 기존의 어떤 논리를 갖다 붙여도 어리석은 집임이 틀림없지만,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는 또 다른 바보가 존재하는 한, 세상에서 가장 논리적인 이론이기도 하다라는 설명에 거품으로 가득차는 주식시장이 근래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으흐.~ 튤립이 이렇게 비싸게 나갈 수 있는 이유는, 튤립도 역시 사과처럼 씨를 심으면 유전이 똑같이 발현이 안 된다는 문제점 때문에, 알뿌리를 따로 떼내는 방법을 쓰는데, 한번 이런 유명한 종이 출현하면 한 세대밖에 지속이 안 되기 때문에, 결국 5~15년 사이에 그 종이 마감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튤립 얘기에서 또 재미있는 것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비싸게 치였던 종들은 순수한 꽃잎에 다른 색으로 문양같은 것이 새겨지거나 줄이 가거나 하는 것이라는데, 이게 사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그런 거라고 합니다. 세상에.. 더 예뻐지는 바이러스라니.. 흐흐 더 예뻐져서 결국은 더 많이 퍼지게 되니, 바이러스에게도 좋은 전략인데, 사람도 더 예뻐지는 바이러스 나오면 정말 그 바이러스 박터지게 퍼질텐데 아쉽네요 크크 =3

그 다음에는, 마리화나 얘기가 나옵니다. 지은이는 마리화나에 정말 관심이 많아서, 사실 책의 반은 거의 마리화나에 관한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마리화나 합법화 위원회 회원이군요 --;) 마리화나를 직접 재배해 본 추억과, 마리화나의 법에 대한 진화같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 마리화나는 야생 종인 sativa와 indica 모두 2~3m가 넘는 엄청 큰 나무인데, 80년대에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금지가 되면서 실내로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80년대 후반에는 30cm까지 밖에 안 크면서도 꽃을 충분히 피우는 sativa+indica 잡종이 나오게 되었다는군요. 게다가, 사람이 눈 멀 정도의 빛을 받고 쑥쑥 키우면 8주만에 1년 지낸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하고.. 식물이 이렇게 적응을 잘 해서야.. 식물의 정적인 이미지가 다 벗겨지는군요 흐흐.. 그 외에 경찰소장이 방문해서 식겁한 얘기나.. 양귀비 기르는 얘기 같은 얘기가 정말 공들여서 쓴 흔적이 나오게 많이 나와서 이걸 다 읽고 나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불법이지만 합법이 되어도 괜찮지않을까하는 열린 생각이 들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자는, 마리화나로 끝내기가 좀 뭣해서 뒤에 끼워넣은 듯 아주 약간 다루고 있는데, 감자의 원산지인 아즈텍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얘기, 아일랜드 사람들이 죽음의 땅에서 감자로 연명한 얘기 같은 것들이 나옵니다. 프랑스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만해도 감자를 아무도 안 먹고 관심도 없었는데, 왕궁에서 감자를 퍼뜨리려는 목적으로 왕궁 뒷뜰에 감자를 심고 호위병을 낮마다 세워서 한참 지키게 하니까, 시민들이 뭔가 좋은 건가 싶어서 훔쳐간 게 결국 감자를 전국적으로 퍼뜨렸다는군요;; 껄껄;;

사실 소형 식물이야 인간에 의지하지 않고도 성공하기 쉽지만, 이제 대형 동물 대부분을 멸종시키며 진화해온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이제 중대형 식물은 널리 퍼지기가 힘든 것 같네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반대로 이 식물들이 자기들의 번식에 사람을 이용한 것이라고 하는 식물의 관점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데, 인간의 적극적인 의지로 선택된 것이라 당연히 사람이 식물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버릴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멍해져서 진짜로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 -.-;

(책이 워낙 재미있어서 영화 프로처럼 줄거리를 전부 얘기해버렸는데, -.-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사서 보세요 =3 =33 이히~)

댓글 2 개 | 트랙백 1 개 (보낼곳) | 태그 book


☆ 파페포포 투게더 ☆

[ISBN-8970650016] 작년에 예쁜 책으로 인기를 끌었던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후속편인 『파페포포 투게더』가 나왔네요. (앗 "나왔네요"라고 쓰기엔 좀 늦었나 =3)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여기저기 조금씩 흘러다니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뭔가 재질 때문인지, 책으로 보면 훨씬 따뜻하고 감정이 잘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 선물용으로도 정말 좋겠네요. (『우주인』과의 대결은~!?)

이번 『파페포포 투게더』에서는 부록으로 브로마이드를 주는데, 회사 자리 옆에 걸어놓기 딱 예쁘겠네요 :)

0310-papepopo1.jpg

『파페포포 투게더』는 『파페포포 메모리즈』보다는 전체적으로 약간 흔한 주제를 갖고 다루고 있기는 한데~ 역시 그림이 워낙 예쁘다보니 같은 얘기를 갖고도 더 공감하게 되는 그림에 의한 강화 효과가;;; 꿈에도 파페가 나옵;; 크크;; (그나저나, GNOME/KDE용 파페포포 테마 같은 것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을) 『파페포포 메모리즈』나 『우주인』 팬이라면 필수 소장품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에헤헤. 물론 선물용으로도 +_+!

『파페포포 메모리즈』에는 없었던 에피소드별 요약(?) 0310-papepopo2.jpg

댓글 7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디지털 생물학』

오랜만의 책 얘기군요.. 그동안 출퇴근할 때 늘 책을 읽기는 했는데, 몇 백페이지씩 되는 책을 겨우 블로그 하나에 감히 요약한다는 게 좀 부담스럽기도 해서 아무래도 손이 잘 안 가네요 흐흐;;

[ISBN-8934912812] 『디지털 생물학』. 요 책은 일반적으로 흔하게 나오는 생물학의 디지털화에 대한 것보다는 진짜로 제목 그대로 디지털 세계의 생물학에 다룬 책입니다. 저자는 정말로 거의 디지털 세계에 대해서는 득도에 가까이 갔는지, 디지털 세상을 현실 세상과 완전히 동일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책 여기저기서 자랑하고 있습니다. :) 즉, 컴퓨터 네트워크 위의 바이러스라던지, life game위에서 돌아가는 벌레라던지.. 이런 것들을 모두 생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지요. (헉~;)

저자는 디지털 세상의 모든 것을 실세상(사실, 디지털 생물학의 관점에서는 실 세상이란 게 따로 구분할 게 없다는군요. 세상은 매트릭스 수준이랄까 -_-;)의 것들과 비교해가면서 거기서 희열을 느끼는데, 읽다보면 뭔가 세뇌되는 듯한 기분이 들며 진짜로 뇌에 있는 정보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고 싶은 기분이 자주 들게 돼 버립니다. 그는 오히려 사람들의 디지털 세계를 "가상 세계"로 치부하는 태도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데,

이 시점에서 나는 굵직한 글씨체로 '모든 세계에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라'는 문구가 씌어진 플래카드를 내걸고자 한다. 흔한 일이지만 디지털 세계는 형편없는 대우에 시달린다. '인공적', '시뮬레이션', '가상'이란 말들은 우리의 세계를 닮은 어떤 것이 컴퓨터에 등장할 때 가외로 붙는 수식어이다. 우리는 가상 현실, 인공적인 생활, 시뮬레이션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 없이 듣는다. 왜인가? 왜 디지털 세계 속에 존재하는 것은 물리적인 세계의 사물보다 '비실제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하는가? 왜 가상현실은 가상적인가? 조금은 불공평하지 않은가?

이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세상에 대한 확신으로 독자들에게 강력한 근거를 대며 설득합니다.

다음 장에서 소개하겠지만, 내 컴퓨터에 진화 알고리즘을 실행하면 그것은 진화를 시뮬레이션하지(흉내내지) 않는다. 내 컴퓨터의 새로운 배양기에서는 '진짜' 진화가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내 컴퓨터가 산과 강 그리고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어떤 환경을 창조할 때, 거주자의 관점에서 그 환경은 가상이 아니라 실제이다. 또한 어떤 디지털 세계에 의식을 가진 신경망이 성공적으로 진화한다면, 그것은 인공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으로 불릴 만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컴퓨터의 작동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은 대다수의 그릇된 견해이다. 컴퓨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볼 때, 그러한 관점은 편견에 불과하다. 내가 컴퓨터로 두 수를 곱할 때, 컴퓨터는 그 계산을 모방하는 것인가? 수학을 흉내내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ALU는 회로에 새겨진 덧셈 규칙에 따라 정확한 답을 계산한다. 그러나 내가 두 수를 곱하면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나는 종종 정답을 얻기 위해 내 기억에 의존한다. 이와 같이 수학적 관점에서 내 컴퓨터의 작동은 내 자신의 행동보다 더 실제적이다. 오히려 내가 인공적인 계산기라 할 수 있다.

정말로 말 그대로 "대략 정신이 멍"해지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말을 어린애들이 들으면 얼마나 충격받을 까요 흑흑 ㅡ.ㅜ (갑자기 18금으로 사이트 등급이 올라간다;;)

그 외에도, 진화적 알고리즘(GA)에서의 기계의 기가 막힌 환경 적응력이나, 신경망, 군중 이론, 프랙탈 생명체같은 디지털 세계의 것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리고 "물리적" 세계의 곤충들의 집단 두뇌나 동물의 면역계 진화, 언어의 진화 패턴같은 우리가 익숙하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었던 "물리적" 세계에서의 특징들을 디지털 생물학적 특징으로 가져갈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엄청 사색적이면서 적당히 괴짜스럽고 읽기 쉬운 문체로 되어있어서 지하철에서 읽기는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꽤나 수긍이 가면서도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 크크.. :)

댓글 4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게으르게 사는 즐거움》, 《게으름뱅이여 당당하라》

[ISBN-8981101698] [ISBN-898144112X] 게으르기로 치면 서로 비교하기가 민망한 [WWW]장호언니와 1권씩 사서 돌려본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책 두 권을 읽은 소감을 한꺼번에 써 봅니다;

게으르게 사는 즐거움(이하 즐거움)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캐나다에 살고 있는 어니 젤린스키가 지었고, 게으름뱅이여 당당하라(이하 당당하라)는 독일에 사는 토마스 호헨제라는 분이 지었습니다. 어니 젤린스키의 저자 소개가 근사한데, "현재 그는 최대한 적게(일주일에 나흘)일을 하고 있고, 달 이름에 'R'이 안 들어가는 달(5,6,7,8월)은 무조건 일을 하지 않는다." 라고 합니다. 크크 ~.~;;

'즐거움'은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큰 글씨로 몇 줄 안 써있고, 오른쪽에는 보통 책처럼 되어있는데, 왼쪽과 오른쪽이 따로따로 놀고 별로 상관도 없는 내용이라 같이 읽으면 무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그냥 오른쪽 다 읽고 왼쪽을;; 두 책은 대체로 세상의 대부분 사람들이 믿고 있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라는 것을 굳이 따를 필요가 있겠느냐하는 그런 내용으로 평소에 부지런히 살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달콤한 변론을 해 주고 있습니다. (으하하 어찌나 좋던지~~;; ) 뭐,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 일은 모레로 미루고~"가 평소에 생활 신조였던터라 특별히 더 게을러질 여지는 없었다마는;;

그런데, 이제 '즐거움'이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은, 게으르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해서 짚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으르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현명하고 효율적이며 창조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늘 듣던 소리지만, 앞에 "게으르기 위해서는"이 붙었으므로 유효;;) 그리고, 게으르게 살려면, 돈을 아껴써야 합니다. (역시~~) 생각해 보면, 뭔가 사려고 막 하기도 싫은 일 억지로 해서 결국 사 놓고는 별로 안 쓰던 뭐 그런게 지난 날을 되돌아 봤을 때 허다했던...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인가~~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그래서 이제 애플 홈페이지도 안 가기로 했습니다~) 대사량이 적을 수록 오래 산대잖아요~ ;;

'즐거움'의 왼쪽 페이지의 인용구 중에서 멋있었던 것 :)

성공함으로써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경우에만 성공은 중요한 것이 될 수 있다. - 사라 콜드웰

속도를 늦추고 즐겨라. 당신이 너무 빨리 달림으로써 놓치는 것은 주변 풍경뿐만이 아니다. 당신이 어디로 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 에디 캔터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 조지 버나드 쇼

모든 사람이 하루 4~5시간만 일하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염려하지 마라. 스트레스와 갈등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지며 환경오염도 낮아져서 분명히 훨씬 살기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 저자

그리고 '당당하라'는 양쪽이 모두 보통 책처럼 편집되어 있는데, 가끔 삽화도 있는 게 아주 독특합니다. +_+ 이 책은 읽으면서 약간 의심이 되는 것이 있는데, 게으름뱅이 책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로만 살면 웬만큼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 대열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더군요 -.-; 이렇게 하고서도 게으르다니! '당당하라'에서 게으르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더 많은 것들을 들고 있는데, 계획을 열심히 세워라, 계속 그 생각을 해라, 필요한 주변 사람들을 찾아봐라, 자서전 써봐라.. 뭐 잡다하게 하라는 게 많습니다. -ㅁ-; 그냥 안 게으르고 말지 흑흑;; 그렇지만, "시간을 관리하려다가 시간에게 관리당한다."나, "잘 하는 것을 효율적으로 하라", "미뤄두기도 좋은 방법이다"같은 것들은 뭐 좀 적당히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크크 또 빠질 수 없는, 인상깊은 부분 인용 -.-;;

미국의 심리학자 개리 에머리가 그의 부인과 함께 파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호텔에 도착해보니 호텔 측의 실수로 그들이 예약한 방이 이미 차 있었다. 마침 똑같은 일을 당한 여행객들이 불평을 하며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한 에머리 부부는 모처럼의 파리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파리에 온 것 만으로 기뻐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근처의 다른 호텔을 찾았고 곧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에 산책을 나온 그들이 처음의 호텔 앞을 지나갈 때, 그 여행객 무리는 여전히 그곳에서 불평을 하고 있었다.

'당당하라'는 뭔가 좀 읽으면서 불만이 좀 많은 책이었지만. 뭐 그런대로.. ;;;

두 책에서 공통점을 모아보자면, 지금이 바로 천국이며 삶을 즐기라는 것이지요.. 열심히 죽어라 하기싫은 일 억지로 하면서 돈 모아 갖고 부자로 죽어봐야 뭐하겠습니까 -ㅁ-; (뭔가 종교 얘기 같은 이 분위기는 뭐람 _-_)

마지막으로..

당신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을 세상에 드러내라. - 로버트 브레슨

댓글 1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총.균.쇠

[ISBN-8970122907] 전에 버스에서 옆에 누가 보길래 흘끔흘끔 보다가 뭔가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다음에 꼭 사야지 하고 까먹고 있었던 「총,균,쇠」를 드디어 봤습니다. 에헤헤. 어찌나 재미있는지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못하고 책만 봤지요. (사실은 빨래 돌려놓고 딱히 할 일이 없기도 했지만;;)

우선, 가격에 비해서 상당한 두께(690쪽) 때문에, 들고 다니면서 보기엔 꽤 버거운 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표지가 제법 안 예쁜 편이라, 별로 소장가치는 없는 듯 -.-; (게다가 퓰리처상 받았다고 여기 저기 써 있어서....)

이 책에서는 유럽인들이 어찌해서, 지난 수 세기동안 다른 민족들을 지배하고 몰살할 수 있었으며, 그렇게 발전(서구적인 관점에서는)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대부분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에서 주요 요소로 작용한, 청동기, 철기, 농업, 문자, 언어, 가축, 무기 등이 폴리네시아, 남/북아메리카, 동아시아 등의 각 문명에서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었던 사례와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결국은 문명의 발전을 이루는 대부분은 환경적 요소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얘기하는데, Sid Meyer의 문명이란 게임에서는 돈만 있으면 업그레이드가 잘 되는데, 실상은 좀 다르더군요 허허~ :)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무래도, 중국이 서구에 비해 발전이 쳐지게 되는 계기를 비교적 명쾌하게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에필로그에 써 있으니~;;) 중국은 지형이 너무 단조로워서 국가가 전체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경우가 워낙 많다보니, 전제 군주의 영향으로 유럽에 비해 실험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기 힘든 너무 안정된 사회를 이루었다는 것이 주요 이유인 듯 합니다.

그동안 KOEI의 삼국지 시리즈를 하면서 늘 통일하려고 안간힘을 써서 게임했던 생각을 하면 아찔하군요~~ 하하 -o-;;

댓글 0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초파리

[ISBN-8995266457] 보통은 과학교양책을 사볼 때 유명한 저자나 이미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추천한 책을 사게 되는데, 이 책은 들어본 적 없이 그냥 충동적으로 샀는데도 무척 재미있게 본 책입니다. ;)

표지부터 파리의 누드 그림이 아주 자세히 그려있는 아주 도발적인;; 느낌이 있지요 -.-a;; 이 책은 1900년대 초반 생물의 유전 특성 연구에, 아주 특별한 기여를 한 실험 소재인 "초파리"를 사용한 도브잔스키나 모건 같은 여러 과학자들의 얘기와 초파리 실험에서 있었던 여러 재미있는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

초파리의 기억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냄새 중 하나는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과일이 썩거나 발효할 때 부산물로 생성된다. 알코올은 휘발성이 아주 강한 유기화합물이기 때문에, 익은 과일 한 조각에서도 알코올 증기가 스며나온다. 이 알코올 증기가 풍겨오는 곳을 냄새로 알아내는 능력이 있으면, 초파리는 알을 낳거나 먹이를 구하는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 (중략) ...

알코올에 취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살펴보면, 우리 인간에게 나타나는 일부 기괴한 행동은 초파리와 비슷하다. 초파리에서는 세 단계로 나타나는데, 우리에게 낯익은 행동이다. 처음에는 행복감에 넘쳐 소란스러워지는 단계로, 초파리는 침착성을 잃고 과잉 행동을 보인다. 이것은 초파리가 금기사항(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때이다. 그 다음에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단계로, 초파리는 똑바로 걷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날 수는 있어도 마음먹은 대로 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는 상태가 오는데, 이 경우 초파리는 의식이 돌아왔을 때 시궁창에 쳐박혀 있거나 포식자의 뱃속에 들어 있기 십상이다.

다른 초파리들보다 유난히 알코올에 약한 돌연변이도 발견되었는데, 그 돌연변이 이름이 cheapdate(경제적인 데이트)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에헤헤.. ;;)

그 외에 초파리의 여러 설명 중에 독특했던 것은, 단연 암컷과 수컷의 유전적 경쟁이었습니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난자의 생산에 매우 많은 자원이 필요하게 되므로, 수컷은 '난교'가 최고의 유전적 방법이지만, 암컷에게는 제한된 자원을 건강하고 좋은 상대를 신중하게 골라서 짝짓기를 하는 것이 유전적으로 현명한 전략이기 때문에 암수는 이를 위한 특별한 경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컷 곤충들은 다른 수컷들의 정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짝짓기 전에 다른 수컷의 정자를 퍼내기 위한 국자모양의 성기를 갖고 있는가 하면, 짝짓기 후에 암컷의 생식기를 막아버려서 자기 자식을 키우는 데에만 투자를 하도록 강요한다고 합니다. 더 웃긴 녀석으로 코실로코리스 마클리페니스 라는 녀석은 암컷의 몸 아무데나 찔러서 혈관에 정자를 집어넣어 그 정자가 암컷의 몸속에서 돌아다니다가 수정되기도 하고, 다른 수컷의 몸에 찔러 넣어 그 수컷의 고환을 공격해서 자기 정자를 생산하도록 만들어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ㅁ-;;;

한편, 우리의 초파리는 이런 도구를 갖추고 있다기 보다는, 정액이 신경조작을 함으로써 생식을 도모하게 되는데, 수컷 초파리의 정액을 주사받은 암컷들은 성적 충동이 억제되고 산란이 촉진되게 함으로써 자기 정자가 태어날 확률을 높인다고 합니다. (--;;;) 그 부작용으로 수컷의 정액이 암컷의 생명을 엄청 단축시키게 된다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거세한 수컷 초파리와 사는 암컷 초파리가 난잡한 생활을 하는 암컷 초파리보다 50%정도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ㅁ-;)

이에 반해서 이제 암컷들도 유전적 도구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에.. 요건 블로그가 이미 길어지고 미리 영화 다 보여주는 영화 프로같은 분위기가 나기 시작해서 --;; 직접 읽어보시라는 ;;; 도망 =3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초파리」 마틴 브룩스 지음

댓글 4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질문의 7가지 힘

[ISBN-8984051608] [WWW]hey님의 추천으로 [WWW]장호언니를 꼬셔서 사게 만든 다음;; 다른 책과 바꿔서 이 책을 드디어 봤습니다. 으훗~

아주 뭔가 깨닫는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질문을 통해 대화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거나 서로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에헤헤.. 뭐 처세책이 다 그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당연하지만 그대로 그 재미로 읽지요; 앞으로 스믈스믈 질문요법을 많이 써 봐야겠습니다. 키키키 :)

책 내용 중에 하나 인용... (부시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

질문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중에 바바라 부시에 관한 일화가 있다. 조지 부시가 처음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그녀는 영부인이 되면 어떤 문제에 힘쓸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그녀는 궁리를 하다가 만일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쓰고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문맹 퇴치 문제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녀는 문맹 퇴치에 관심이 있다고 했지만 아직은 그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언급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어느 날, 선거 유세장에서 사회자가 말했다. "당신의 방문을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맹 문제 관련 전문가들을 45명 정도 모셨습니다. 모두들 당신의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이 일에 대해 부시 여사는 나중에 이렇게 썼다. "나는 운이 좋았다. 문득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이 났다. 몇 마디 하고 나서 나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일 여러분이 대통령 부인이고 문맹 퇴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 어떤 방법으로 하실 건가요?' 말할 나위도 없이 탁월한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질문의 7가지 힘」 도로시 리즈 지음

댓글 0 개 | 트랙백 0 개 (보낼곳) | 태그 book


누구?

장혜식 (Hyeshik Chang)
내일을 사랑하는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