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참 궁금했습니다. 세균이나 기생충, 바이러스 같은 것들 중에 숙주를 죽이는 놈들은 왜 죽이는 것인가! 죽여서 이득인 것이 있는가! 잠 안 오는 밤에는 이 생각을 이리 저리~ 이유를 생각해 보다가 잠들곤 했는데… 오늘 책을 읽다가 답을 발견했습니다. 으흐흐~ 알고보니 간단;;
숙주와 기생생물 사이의 궁극적인 관계는 살해가 아닌 상호 의존이다. 질병은 그 양자가 다행히도 공존하게 되면서 입는 부상이다. 치명적이거나 심한 질병은 대개 숙주와 기생생물이 상대적으로 새롭게 만났다는 징후이다. 즉 그 기생생물은 최근까지 다른 숙주 내에서 삶을 꾸려왔다는 뜻이다.
– 아노 카렌, 《전염병의 문화사 Man and Microbes》에서
그럼, virus의 경우도 숙주에 해당하는 세포는
virus에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뜻이 되나요?
그냥 빈대붙어진것이 아닌?
기생자가 숙주를 *죽이면* 손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숙주한테 잘 해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죠. 기생 거세라는 현상이 있는데, 감염된 숙주가 불임이 됩니다. 번식이 기생자에게 별 영양가가 없다면, 새끼 붙이는 데 쓰는 에너지를 혼자 차지해서 기생자가 빨아먹을 수 있게 되면 좋거든요. 그래서 기생 거세된 숙주는 종종 *더 건강해보입니다*.
살벌한 세상입니다.
숙주를 죽이는 기생생물이 항상 최근에 숙주를 감염시키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 숙주와 기생생물이 상호의존관계에서 계속 평화롭게 살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기생생물은 언제든지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일으켜 숙주를 죽이는 심한 병이 될 수 있고, 숙주를 절멸시키고 자신도 멸종할 수 있습니다. 단지 그럴 경우 그 기생생물도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보기가 힘들 뿐입니다. 생물체가 판단을 하고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멋대로 튀는 와중에 성공적인 것들이 살아남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죠.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메타포도 유전자가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다양한 유전자들이 생길 수 있는데, 그 중에 말하자면 이기적인 유전자들이 잘 살아남기 때문에 붙인 이름입니다.
비교적 평화로운 공존이 평형 상태이긴 하지만, 좀 불안한 평형상태죠.
저도 요새 그 책을 읽고 있습니당~ 반갑습니당. 😀
흐흐 그도 그렇군요~ (역시 아직 많이 읽지 못해서;;)
아무래도 종을 건너다니면서 번식을 하는 기생충들 때문에 공생만이 안정한 수렴점이라는 것은 좀 말이 안 맞는 것 같네요. 진화가 지향점이 없다는 점은 그동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요새 기생충/전염병 관련 책을 읽다보니 뼈저리게 느껴지는군요. 생물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생생물들에 대한 연구도 굉장히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 (그런데 그 사진만 보면 좀 무서워서;;; 의대생 증후군 그것 말이죠;;;)
컴퓨터 바이러스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길 원한다면 너무 강력하지 않게 설계를 해야할 것입니다. 즉, 바이러스에 걸려도 별 피해가 없고, 굳이 고쳐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게 만드는 그런 바이러스가 오래 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