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우유를 마시지 못할지도 몰라

“How would you like to live in Looking-glass House, Kitty? I
wonder if they’d give you milk in there? Perhaps Looking-glass milk
isn’t good to drink..”
“야옹아, 거울 집 안에 사는 건 어때? 거기서도 우유를 주니? 거울 속에서는 우유는 마실 수 없는 것일지도 몰라..”

거울 나라의 앨리스 Through the Looking Glass – Lewis Carol

연휴 내내 숙제만 하다가, 막판에 하고 있는 생화학 숙제.. 가르쳐주지도 않은 lactic acid(젖산)의 optical activity에 대한 문제가 나왔는데, 아무리 봐도 무슨 얘긴지 몰라서 웹을 찾다보니 젖산의 optical activity에 대해서 저런 얘기가 있군요;; 젖산이 chiral molecule이라서 거울에 뒤집으면 lactase가 소화를 못하기 때문에 우유를 못 마신다는.. -O-

아흑흑. 생화학 챕터 1은 가르쳐 주지도 않은 내용만 잔뜩 나와서 한 문제 푸는데 구글을 30분씩 찾아봐야 하는 것일까.. ㅠ.ㅠ 역시 구글의 도움을 받아서 숙제하기에는 그래도 컴퓨터과학 과목들이 훨씬 낫군요…

조엘이 말하는 C를 배워야 하는 이유

최근에 화장실에서 힘쓰면서 읽을 책으로 조엘 온 소프트웨어 한국어판을 사서 읽다가, 조엘이 프로그래머는 C를 배워야한다고 주장에 대한 근거를 읽었습니다. (상당히 앞쪽에 있는데, 웹에서는 못 읽어봤었네용 므흐흐;)

전산과 신입생은 CPU부터 시작해서 C를 활용하는 데까지 차곡차곡 기초를 닦아야 합니다. 저는 솔직히 너무나도 많은 컴퓨터 관련 교육과정들이 자바가 가장 좋은 초보자용 언어라고 선전하는 현실에 질려 버렸습니다. 흔히 자바는 쉽고, 따분한 문자열이나 malloc과 같은 골칫덩어리를 다루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지 않으며, 아주 큰 프로그램을 모듈로 나눠서 만들 수 있는 근사한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기법을 배울 수 있다는 화려한 이유들이 따라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교육적인 재앙이 있습니다. 졸업생들은 하향 평준화돼 러시아 페인트공 알고리즘을 여기저기에 만들어내며, 심지어 자신의 잘못을 인식조차 못할 겁니다. 펄 스크립트에서 이런 사실을 결코 볼 수 없을지라도, (물론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문자열이 무엇인지 아주 깊은 단계에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이 뭔가를 잘하도록 가르치길 원한다면, 기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태권소년과 비슷합니다. 마루바닥을 쓸고 닦고 쓸고 닦고, 이렇게 3주만 하면, 자연스럽게 목표물을 향해 발이 쭉쭉 뻗어나갑니다.

— 조엘 온 소프트웨어 (조엘 스폴스키)

참고: 여기서 “러시아 페인트공”이란 이 문단 앞에서 설명하던 O(N²) 알고리즘을 뜻합니다.

그동안 C를 모르고 하이레벨의 언어들만 다루는 프로그래머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들을 보면서, 기초를 위해서는 C가 아무래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생각은 해 왔지만, 뭔가 보수적이라는 생각에 아냐아냐 하고 부정도 해 봤었습니다. 그렇지만, 파이썬만 생각해 보더라도, 파이썬만을 아는 프로그래머라면 list.append, list.insert, str.__add__ 같은 것들이 사실 상 atomic operation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하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일일이 달달 외우지 않고서는 쉽게 추측하기가 힘듭니다. 그 때문에, 결국은 비슷한 노력으로 코드를 짜더라도, C도 같이 하는 개발자들에 비해 훨씬 비효율적인 코드를 짜기가 일쑤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무래도 입문은 자바나 파이썬 같은 언어로 하더라도, 결국은 바다 위에서 동동 떠다니지 않고 어딘가에 닻을 단단히 매서 흔들리지 않는 코드를 위해서는 C 같은 저수준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 피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예전부터 매우 좋아했던 Larry Wall의 명언이 하나 생각납니다. 🙂

Real programmers can write assembly code in any language.
— Larry Wall

그래서 젊은 나이에 벌써 저수준과 고수준을 종횡무진하는 토끼군이나 디토군같은 분들을 보면 참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고 느껴집니다. 🙂

치명적인 전염성 병이 있는 이유는..

고등학교 때부터 참 궁금했습니다. 세균이나 기생충, 바이러스 같은 것들 중에 숙주를 죽이는 놈들은 왜 죽이는 것인가! 죽여서 이득인 것이 있는가! 잠 안 오는 밤에는 이 생각을 이리 저리~ 이유를 생각해 보다가 잠들곤 했는데… 오늘 책을 읽다가 답을 발견했습니다. 으흐흐~ 알고보니 간단;;

숙주와 기생생물 사이의 궁극적인 관계는 살해가 아닌 상호 의존이다. 질병은 그 양자가 다행히도 공존하게 되면서 입는 부상이다. 치명적이거나 심한 질병은 대개 숙주와 기생생물이 상대적으로 새롭게 만났다는 징후이다. 즉 그 기생생물은 최근까지 다른 숙주 내에서 삶을 꾸려왔다는 뜻이다.

– 아노 카렌, 《전염병의 문화사 Man and Microbes》에서

만들어 낸 이미지의 링컨

오늘 출근하면서 읽던 책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해서.. (요새 놀라움의 연속~ 흐흐)

반면에 수 페이지 다음에 있는 다윈의 인용이 참 대조적으로 인상이 깊었습니다.:)

흐흐 굴드가 다윈의 팬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용이 약간 속보이는 면도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인종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한 영웅으로 알려져 있었던 링컨이 저런 면이 있었다는 것은 약간 실망스럽군요. -ㅇ- 흑흑~~~~~ 링컨 위인전에 이 내용을 쓰면 애들이 얼마나 실망할까요. ㅡ.ㅜ

《쥐의 똥구멍을 꿰멘 여공》 중에서..

“”” 네 적을 사랑하라. 그것이 적의 신경을 거스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 86p, 〈충고〉

배우들은 불의에 맞서 분노하는 시늉을 할 줄 알기에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사랑하는 시늉을 해서 사람들의 굄을 받으며, 행복한 모습을 연기할 줄 알기에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배우들은 이제 모든 직업에 침투하고 있다.

1980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된 것은 배우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고명(高明)한 사상이라든가 통치 능력 따위는 쓸모가 없어지고,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한 전문가들을 거느리고 카메라 앞에서 멋진 연기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 온 것이다.

사실, 현대의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권자들은 더이상 정강 정책에 따라서 후보를 선택하지 않는다.(누구나 선거 공약이 종당엔 공약(空約)이 되고 말리라는 것은 뻔히 알고 있다. 현대 국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정당과 정파의 지혜를 다 합쳐도 모자란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유권자들은 생김새와 미소, 음성, 옷맵시, 인터뷰할 때의 격식을 차리지 않는 태도, 재치 있는 언변 따위로 후보자를 선택한다.

직업의 모든 분야에서 배우 같은 사람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우위를 점해 가고 있다. 연기를 잘 하는 화가는 단색의 화폭을 갖다 놓고도 예술 작품이라고 설득할 수 있고, 연기력 좋은 가수는 시원찮은 목소리를 가지고도 그럴듯한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낸다. 한마디로, 배우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배우들이 우위를 차지하다 보니, 내용보다는 형식이 더 중요해지고 겉치레가 실속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말하는가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떻게 말하는지, 말할 때 눈길을 어디에 두는지, 넥타이와 웃옷 호주머니에 꽂힌 장식 손수건이 잘 어울리는지 따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리하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제시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토론에서 점차 배제되어 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거기에 있다.

— 96p, 〈미래는 배우들의 것이다〉 “””

요즘 밤샘->외근->집에서 잠만 자고->또외근->밤샘 이런 루프를 돌고 있어서 시간이 전혀 안 나는군요. 흐흑. 메일 읽을 시간도 없고 엉엉. ㅠ.ㅠ

그래서 요즘은 출퇴근하면서 지난번에 읽었던 《나무》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대한 호감이 생겨서, 이번에는 1993년에 나왔다가 2003년에 증보된 베르베르의 상식 사전인 《쥐의 똥구멍을 꿰멘 여공》을 읽고 있습니다. 흐흐.. 재미있네요.. 또 회의하러 가야해서 이만 –;

노새로 머무를 것인가!

“””

나는 그 장교에게 프랑스에서 열린 신임참모대학 과정을 이수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내 제안을 웃어넘기며, 전쟁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참호에서의 실전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프리드리히 대왕(1712-1786)이 장교들에게 했던 말을 들려주었다. 실전 경험에만 의지하고 연구를 소홀히 하던 장교들에게 그가 한 말은 이렇다.

“우리 군에는 마흔 번의 작전을 수행한 노새 두 마리가 있는데, 그것들은 아직도 노새다!”

“””

— 《전쟁의 역사》 버나드 로 몽고메리 저

술 취한 선장

일등 항해사를 싫어했던 한 선장이 모종의 사건 이후 <일등 항해사가 오늘 술에 취했다>라고 항해 일지에 적었다. 그 항해사는 전에는 한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고용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여 선장에게 그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애걸했지만 거절했다. 그러자 항해사는 다음날 자기가 일지를 쓰면서 <선장은 오늘 취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 <<풀하우스>> 스티븐 제이 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