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중 일부는 박영창씨가 촬영한 것입니다.
2달 전쯤에 블로그에 그냥 버스타고 왔다갔다 하던 꿈을 올렸던
“기민한 언어의 날”
행사가 드디어 현실이 되었습니다.
“대안언어축제”라는 이름으로
8월 20일,21일 양일간 강원도 홍천에 있는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열렸습니다. “뭔가 하긴 했구나!” 생각이 들어서 참 다행입니다. 🙂
기획/준비 단계
대안언어축제의 첫준비는 6월 23일 강남역에서 있었습니다.
당시에 관심을 보여주신 10분이 모여서 행사의 이름을 정하고,
어떤 형식의 행사가 될지, 내용은 어떤 것을 다룰지, 목적은
어떤 것인지, 행사날짜 등을 정했습니다. (놀랍게도 첫번째
모임에서 날짜가 확정이 되어버렸지요!)
그 이후로는 초기의 “통사” 그룹 분들이 다들 바쁘신데다, 리더격을
정하지 않다보니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서 몇번 만남이 띄엄띄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7월말까지 거의 결정된 것 없이
시간이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자원봉사자들을 뽑기 시작하면서
자봉분들의 활발한 준비로 장소와 준비물 등이 진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장소는 여러가지 문제때문에
행사 11일 전에서야 결정이 되었고, 아무래도 이런 형식의 행사가
처음이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서 행사 직전까지 자봉들은
거의 매일 회의를 해야 할 정도로 바쁘게 준비되었습니다.
행사 전날 선발대 활동
행사 전날인 8월 19일에 미리 가서 행사 준비를 하는 선발대A팀과
진흥원지원부분인 간식과 문구류를 사서 가는 선발대B팀이
출발했습니다. 자봉, 통사, 발표자와 진흥원에서 지원해주시는
이재경씨를 합해서 모두 12명이었습니다.
비발디파크에 도착해보니 참 바깥 경관이 좋아서, 뭔가 컨퍼런스만 하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좀 들더군요. 크.. 하여간, 얼른 준비 숙소가 있던 오크동 8층에 짐을 풀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불과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준비가 안 된 것이 많아서 여러모로 불안했는데, 작은 인덱스 카드에 작업을 나눠서 하다보니 사람이 많아서 생각보다 금방금방 끝나더군요. 🙂
저녁엔 본 행사장인 에메럴드룸으로 옮겨서 다음날 개회식에서 쓸
대안언어 도미노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러개의 언어로 열심히 만드셔서, 저는 그냥 awk만 만들었습니다. 너무 짧아서 뻘쭘;; _-_
행사 첫날 13:40 – 개회식
드디어 행사 첫날이 되었고, 막판 개회식 준비로 다들 여념이 없었습니다. 역시 바쁘면 안 되는게 많아서.. 도미노는 제대로 안 굴러가는데 막 서울에서는 차가 하나도 안 막혀서 30분 일찍 도착한다고 하니 참 애가 타더군요. 므흐..
막상 주자분들은 일찍 오시는데, 네트워크 설치하는 업체에서는 팔당댐에서 차가 막혀서 3시간째 못오고 있다고 하고.. 그런데 세션이 있는 작은 방들에서는 네트워크 필요한 세션들이 다들 첫번째 세션으로 잡혀있고.. 거의 패닉 상태에 갈 무렵, 30분 정도 지체가 돼서 네트워크 업체가 드디어 도착해서 세팅을 하고 간신히 시작을 했습니다. 원래 주자분들을 도착하자마자 숙소로 안내할 예정이었지만 그마저도 비발디파크측에서 이전 체크아웃 시간이 늦어서 3시는 돼야 들어갈 수 있다고 그러고.. 행사 초기에는 일정 변경이 굉장히 심각했지만, 그래도 별 탈없이 지나갔습니다. ^^;
행사 첫날 15:00 – 첫 번째 멀티트랙 세션
제가 맡은 발표세션인 “동적 네임스페이스”는 별로 이름부터 크게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 주제로, 아무래도 썰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조마조마 세팅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흐흐. 처음에 딱 2분이 들어오시고 한 5분동안 썰렁~해서 으하하하 웃으며 있었는데, 알고보니 일정이 쭉 밀려서 늦게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흐흐 그래서 작은 방이 꽉 차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조금 부담이 되었습니다. ^^; 그런데, 준비를 크게 많이 못해서 그런지 참 설명이 여러모로 꼬여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전에도 몇번 리허설을 꼭 해야지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도 리허설 안하고 그냥 했다가 낭패를 –;
다행히도 이번 축제에서는 발표 세션에서 발표의 비중을 크게 줄이고 대부분을 페어 실습으로 하는 방향으로 미리 발표자 논의에서 정해두었기 때문에 끝 30분정도를 그냥 실습으로 슬쩍.. 흐흐.. 주자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파이썬을 많이 하고 계시고, 파이썬을 안 하는 분들도 쉽게 적응하시는 것 같아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
행사 첫날 16:30 – 두 번째 멀티트랙 세션
그 다음에는 두 번째 멀티트랙 세션으로 Ajax와 Esoteric Langauge를 했습니다. 저는 퍼즐릿님이 진행하신 Esoteric쪽에
참가를 했는데, 처음으로 한글로 하는 난해한 프로그래밍 언어 “아희”로 프로그램을 하느라 아주 쏙 빠져서 한참을 “밯맣희”이런 코드를 입으로도 읽고 손으로도 치고 하면서 즐거워했습니다.
거의 20명 넘는 분들이 다같이 “아희”코드를 짜면서 으아아아~~
하고 있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으려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행사 첫날 20:00 – 코드레이스/코드챌린지/마인드스톰
저녁을 먹고 멀티트랙 놀이시간에 들어갔습니다. 코드레이스는
통사들이 해설과 진행을 맡고 4~5명으로 구성된 팀들이 계속
추가되는 요구조건을 만족시켜가며 순간 순간 점수를 받아서
최종적으로 점수를 많이 받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었습니다.
중간에 요구사항 변경을 팀들이 직접 발표할 수도 있고, 자기의
요구사항 변경을 10분안에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의 감점 같은
여러가지 점수 제도 때문에 참가하는 팀이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스타리그 중계처럼 앞에 3명이 앉아서
각 팀의 순간순간 전황을 해설하며 얘기를 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고, 앞으로도 많이 발전할 수 있는 게임이 확실합니다. 🙂
그런데, 아무래도 코드레이스를 좁은 방에서 참가자들만
있는 채로 해버려서 관중이 없어서 해설해도 공중에 하는
것이다보니 별로 말을 못해서 약간 그렇더군요. 크흐.
옆 방에서는 코드 챌린지와 마인드스톰을 했다고 합니다. 가 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 코드 챌린지는 여러 정보경시대회 스타일의 문제를 힌트로 해서 숨은 URL 찾기를 하는 놀이인데, 나중에 참가자들의 말을 전해 들으니, 재미있게 진행된 것 같았습니다. 🙂 상품도 좋고~ 마인드스톰에서는 원래 뭔가 만들기를 하려고 했는데, 자봉/통사 중에서도 아무도 마인드스톰을 해 본 사람도 없는데다가, CD를 빼먹고 오는 바람에 결국은 레고놀이로 했다고 합니다 흐흐;;
행사 첫날 22:00 – 양과 치타또는 늑대 놀이
밤 시간에 원래 하려고 했던 장기자랑이 아무래도 분위기를 식힐 것 같다는 판단에, 대신 치타와 양 (몇몇 팀은 늑대와 양) 놀이를 했습니다. “땀 안 흘리는 야외 놀이”를 할 예정입니다. 라는 말에 주자분들은 얼떨결에 밤에 밖에 맨손으로 나가셔서 어리둥절했지만, 규칙을 설명해 드리고 게임을 하고 있으니 막 재미있다고 계속 하자는 분도 계시고.. 🙂 프로그래머들 아니면 누가 이런 게임을 할까 싶지만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행사 첫날 23:15 – OST (Open Space Technology)
첫날의 마지막으로 OST 시간을 가졌습니다. OST는 1200명까지 토론을 할 수 있는 집단 토론 기술로, 벌과 꽃의 메카니즘 같은 재미있는 것을 수용한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 우선 발제자들 몇 명이 나와서 어느 자리에서 뭘 토론합니다. 하고 화이트보드에 적고 가면, 사람들이 자기가 토론하고 싶은 곳으로 가서 토론을 하다가 아무때나 다른 곳에 가고 싶을 때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면서 토론을 하는데, 중간에도 계속 화이트보드에 새로운 주제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프로그래밍 언어와 기호학 , 대안언어 회사에서 쓸 수 있나 같은 주제 외에도 커피에 대한 모든 것, 한국 개발자들의 노동 조건 같은 주제까지도 재미있게 이뤄졌습니다. 🙂
행사 두째날 10:30 – 세번째 멀티트랙 세션
두째날 아침에는 세번째 멀티트랙 세션으로 김창준님의 EDSL, 승범이의 Squeak이 있었습니다. 저는 DSL(Domain Specific Langauge)가 적용이 가능한 부분에 요새 관심이 많은 터라 EDSL에 참가하였는데, Squeak도 옆에서 들려오는 승범이의 낭랑한 목소리에 아아 아쉽다 아쉽다 하면서 있었습니다. 🙂
EDSL 세션에서는 기존 언어 문법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DSL의 장점을 그대로 쓸 수 있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실습시간에는 저는 C 선행처리자를 이용한 EDSL을 해 봤는데, CJKCodecs의 ISO2022 코덱이나 multibytecodec 구현에서도 C 선행처리자로 이것저것 지저분하게 많이 해 뒀는데, EDSL 개념을 알고 구현했으면 좀 더 보기 좋은 코드가 나왔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행사 두째날 12:00 – 폐회식
폐회식도 뭔가 대안적인 방법을 찾아보다가, 자봉단이 장시간 보리차를 마시면서 토의한 결과, 회고를 전지를 놓고 마음껏 그리고 쓰는 것으로 했습니다.
우선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글자로 좋았던 점과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을 쓴 다음에, 다른 전지를 하나 받아서 크레파스로 말을 전혀 하지 않고 문자도 안 쓰고 그림만 가지고, 느꼈던 점과 다음 행사에 바라는 점 같은 것을 쓰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이 아주 기상천외한 것이 많아서, 다른 테이블 사람은 커녕 옆사람이 봐도 못알아보는 것이 많아서.. 무지 재미있었습니다. 크흐~
행사 두째날 12:30 – 점심식사, 기념촬영
토요일 점심부터 일요일 점심까지 모두 4끼를 먹은 곳은 메이플동 지하의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라는 곳이었습니다. 여기가 제법 비싸기는 하지만, 보통 게를 안 넣는 음식에다가 게를 계속 넣어줘서 인상이 깊었습니다. -ㅇ-; 마지막 점심에는 장어덮밥! 꺅~~;
되돌아보며
이번 행사는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던 실험적인 포맷으로 가득 채운 행사이니 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무척 기대가 많았습니다. 특히, 계속 일정이 지연되면서 정작 추진은 안 하면서도 조바심나고 그랬었는데, 여러 자봉분들과 김창준님, 승범군의 헌신적인 준비로 얼마되지 않은 시간동안 큰 일을 이뤄낸 것 같아서 무척 기쁩니다.
코드레이스, 치타와 양 같이 이번에 특히 재미있었던 새로운 형식들은 앞으로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일반 세션들도 페어 실습의 비율을 계속 높이는 것으로 하품나는 지루한 발표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로제타 카드를 이용한 활동이라던지 사람들끼리의 활동을 촉진하는 활동이 뒤에 나오기 시작해서, 앞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가 힘든 분위기 였다는 점은 다음에 개선하면 좀 더 흥분되는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축제 준비로 정말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한 통사, 자봉 여러분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자 여러분들도 지금까지 가 본 어떤 행사보다도 열린 마음으로 능동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준비가 미흡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점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또한 참가비만으로는 도저히 꾸릴 수 없는 행사였기에, 재정적으로 대부분을 지원해 주셨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진행에 많은 도움을 주신 이재경씨께도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다음에도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