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seq 두 논문 뒷 이야기

올해는 어떻게 하던 일이 잘 풀려서 (작년에 리젝을 하도 많이 당해서 쭉 밀려서) 논문을 두 편 냈다. 하나는 poly(A) 꼬리 길이를 재는 방법을 만든 논문이고, 하나는 새로 만든 그 방법을 연구실에서 관심 많았던 주제에 적용한 논문이다. 많은 분들이 “왜 얘네들은 하던 miRNA말고 갑자기 뜬금없이 poly(A) 꼬리 길이를 쟀을까?” 궁금해 하시기도 하고, 멋쟁이 논읽남 박사님의 추천도 있고 해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지도 모르는) 것들을 혼자 묻고 답하고 해 본다. ㅎ;

Poly(A) 꼬리 길이는 도대체 왜 재기 시작한 거냐?

제대로 있었던 그대로 설명하자면 얘기가 꽤 길다. 원래, 우리 랩은 miRNA의 전구체인 pre-miRNA와 pri-miRNA를 만지는 단백질들을 주로 연구해 왔다. 그러다가 2008-9년에 pre-miRNA의 3′끝에 U를 붙이는 단백질인 TUT4를 발견했고, 2012년엔 그렇게 U가 붙으면 생성과정이 더 잘 돌아가는 일부 pre-miRNA들을 발견했다. pre-miRNA만 열심히 들고 파던 중, RBP에 눈이 달려서 붙일 놈 사이즈를 대충 보고 덤비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다른 RNA도 어떤 건 3′만 나왔다 하면 냅다 붙이는 현상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얘기가 나왔다.

그러던 중, 2012년 U를 붙일 pre-miRNA를 물색해 주는 역할을 하는 LIN28A라는 단백질이 mRNA에 잘 붙는다는 논문을 내면서, “마음씨 착한” 리뷰어 중 한 명이 “논문 내용은 잘 모르겠고, LIN28A하면 TUT4, TUT4하면 U, 그러면 mRNA에도 U 붙이는 거 아니야?”라고 창의적 드립을 쳐서, “님, 그건 좀 너무 나가신 것 같지만, 너무 좋은 코멘트이니 감사합니다. 그거 하다가는 이 논문 안 끝나니 다음으로.. ㅈㅅ”  답장을 쓰고 일단 논문은 나왔다.

LIN28A가 붙는 곳이 3′ 끝 근처도 아니고 mRNA 전역에 흩어져 있다보니 당시엔 아주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저분한 세포 안 세상엔 LIN28A 아니라도 뭐라도 순진한 poly(A) 끝에 뭔가 붙여줄 녀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2013년 2월. 결국 이번 연구를 같이 했던 임재철군이 본격적으로 poly(A)뒤에 있는 것을 시퀀싱해서 알아내자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나는 한편 2012년 논문을 끝내고 다음 일은 뭐할까~ 물색하던 중 당시에 논문이 몇 개 연속으로 나왔던 적혈구의 일주기(circadian rhythm) 시스템에 완전 꽂혀서 한참 보다가, RNA조절쟁이들의 원수! 전사조절이 없으니 뒤벼보나마나 poly(A) 길이로 translation 조절이 엄청 중요한 것이 몇 개는 있을 것이다 하는 가설을 세우고서는, 그 가설과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 그래서, 당시에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poly(A) 대량 길이재기를 어떻게든 해 보려고, 몇 가지 실험을 디자인했는데… 당장 싱싱한 적혈구를 대량으로 구하기도 힘들고, 일주기 실험하다가는 폐인을 면치 못한다는 여러 문제로 일단 다른 하던 일을 하면서 마침 마찬가지로 poly(A)가 통째로 시퀀싱 라이브러리에 들어있는 재철이의 라이브러리가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분석을 도와주면서 엉뚱했던 poly(A) 길이 재기가 시작하게 됐다.

Poly(A) 꼬리 길이 재는 건 그냥 seq.count(‘A’)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게 우리 첫 논문의 핵심인데, 454던 일루미나던 증폭과정이 들어가 있는 모든 2세대 시퀀서들은 똑같은 염기가 반복되는 패턴에 매우 약하다. 454보다는 낫다고는 하지만, 일루미나도 20bp만 넘어가도 제 정신을 못 차린다. phasing과 pre-phasing이라고 부르는 문제와 polymerase jumping/skipping이라고 부르는 문제가 겹쳐서 그런 것인데 자세한 것은 링크 참조. 그래서 30nt만 해도 오차가 5nt 정도 나고, 60nt정도 되면 40-60nt이상 오차가 나기 시작해서, 150nt 정도 되면 아예 측정이 불가능하다. (시퀀스 가지고 아무리 좋은 오류 모델을 세워도 오차가 200nt 이상 난다.)

마침, 재철이와 나는, 많은 생물정보학 커뮤니티에서 “다들 필수라지만 현실에 있긴 있는거야?”라고 의심하는 “실험 설계 과정에서부터 공동 설계”를 진짜로 실천한 덕에,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도 모르게 이상하게 나온 첫 데이터를 보고 바로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이후 단계로 진행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했던 첫 실험 설계 포인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 Poly(A)길이를 진짜로 잘 잴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긴 poly(A)를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넣어서 같이 시퀀싱했다. 그 덕에 얼마나 진짜로 안 되는 건지 알 수 있고, 다른 대안 알고리즘들을 시험해 볼 수 있었다.
  • Homopolymer가 시퀀싱이 잘 안 된다는 사실을 미리 어느 정도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기에, basecalling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해 보려고 형광신호를 정량한 원데이터인 CIF파일들을 저장해두어서 다행히도 나중에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CIF는 기본 옵션에서는 자동으로 시퀀싱 도중에 지워지게 되어있고, MiSeq에서는 심지어 공식 GUI에 없는 은밀한 방법을 써야 저장할 수 있다.)
  • 여러 필터 옵션을 끄고 시퀀싱과 분석을 했다. poly(A)가 껴 있으면 read quality가 낮다보니 basecalling 과정에서 QC하다가 빠져서 FASTQ에서 이미 거의 대부분 없어져 있고, 그나마 남은 것들도 보통 많이 적용하는 quality filter에서 다 없어져버린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한 번 열심히 봐 보자! 하고 필터를 모두 끄고 본 덕에 poly(A)가 나오기는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 거기서 힌트를 얻어서 이후 분석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일단 신호를 본 뒤로는 전형적인 GMHMM쓰면 쉽게 해결될 만한 모양이라, 대략 이틀 만에 알고리즘 구성과 테스트가 끝나버렸다.  하지만 더 간단하고 멋진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른 것도 해 보다가 그 이후 3주일을 뻘짓했다. ;ㅁ;

첫 번째 논문은 뒤가 왠지 허전한데 무슨 일 있었나?

알고리즘도 거의 완성하고 한창 재미있게 논문에 살을 붙이던 2013년 6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렸던 RNA Society Meeting 2013에서 David Bartel 랩에서 poly(A) 길이를 시퀀싱으로 재는 방법을 발표했다. 두 번째 리비전을 얼마 전에 받았다는 걸 봐서는 accept가 머지 않은터라 우리는 완전 비상상황이 돼 버렸다. 사실 Bartel랩에서는 2012년에 이미 poly(A) 길이를 재는 걸 시도했었는데 본문에서 2페이지 가까이 되는 내용을 쓰고서도 초록에는 한 글자도 언급이 안 될 정도로 poly(A) 길이 재는 것 자체는 완전 망한터라 그냥 안 하려나보다 하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쭉 진행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달려서 우선 기술 자체에만 집중해서 서둘러서 논문을 준비해 9월에 첫 투고를 했다. 그 뒤로 1달 주기로 3연속 출판 거절ㅋ (어딘지는ㅋㅋ). 그러다가 결국 공개된 날짜 기준으로는 1달 정도 늦었지만, accept 날짜로는 크게 뒤지지는 않게 논문이 나왔다.

Bartel 랩에서 만든 방법하고는 어떤 차이가 있나?

Bartel 랩 방법 (PAL-seq)이 그냥 커피라면 우리 방법 (TAIL-seq)은 TOP.. (먼산)

목적은 비슷하지만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 PAL-seq은 시퀀싱 방법 자체를 수정해서 poly(A) 길이에 비례하게 primer extension으로 biotin을 넣도록 한 다음에 streptavidin-fluorophore를 붙여서 한 방에 정량한다. 반면에 우리 방법인 TAIL-seq은 그냥 전통적인 paired-end 시퀀싱을 그대로 매우 오랫동안 한 사이클에 1nt 씩 합성해서 감지한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PAL-seq은 오차가 누적되지는 않기 때문에 긴 poly(A) (주로 150nt이상)를 잘 재는 편이고, TAIL-seq은 오차 누적효과가 있지만 신호의 양이 많고 1 nt단위로 신호가 나오기 때문에 150nt보다 짧은 것들을 잘 잰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PAL-seq은 시퀀싱 과정 자체를 교체해버리기 때문에, 시퀀서를 직접 가지고 아주 모험적인 프로토콜을 공들여서 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직접 써 보기 어렵지만, TAIL-seq은 그냥 세계 어디서나 일루미나 기계만 갖고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만만하다. citation은 우리꺼야 냠냠

그래 됐고, 얻은 결론은 뭔가?

두 논문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mRNA poly(A)뒤에 U가 생각보다 많음. 특히 짧은 poly(A)에 몰려 있다.
  • 의외로 poly(A) 길이는 mRNA translation과 전반적으로는 별 관련이 없다.
  • mRNA poly(A)뒤에 G도 제법 있는데, 이건 기능도 모르고 누가 붙이는 지도 모름. 아마도 mRNA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예상.
  • poly(A) 뒤에 U 붙이는 것은 TUT4와 TUT7이 하는데, 두 단백질이 다 없어지면 세포가 죽는다.
  • TUT4와 TUT7을 줄이면 mRNA가 전반적으로 오래 사는 걸 봐서, U가 붙는건 mRNA decay에 관련있는 듯.
  • TUT4와 TUT7은 내재적으로도 짧은 poly(A)를 선호하고, poly(A)에 PABP까지 붙으면 그 경향이 더 뚜렷해진다.

베스트샷 하나만 꼽는다면?

TAIL-seq 자체에 대한 앞 논문 Fig. 1번도 좋아하긴 하지만 (ㅋㅋ 쑥스..), 미관상 이번 논문의 아이스크림 막대기 모양 그림이 마음에 든다. 보기만 해도 좀 달달하고 좋지 않나? ㅎ;;;

mRNA-urid-fig6-original

그럼 다음엔 뭐하나?

우선 우리가 원래 가장 궁금했던 TUT4와 TUT7의 mRNA꼬리에 U붙이기 문제는 이번 논문으로 해결했고, 다음에 뻔히 나올 수 있는 여러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중이다. poly(A)가 조절되는 걸 가지고 할 수 있는 후속 연구란 너무 뻔해서 비밀이라고 해도 다 예상이 가능할 것 같다. =.=

그리고, TAIL-seq 첫 논문에서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됐지만, 프로그램이 아직 공개되어 있지 않다. 프로그램은 지금 사람과 쥐가 아닌 다른 종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아주 단순한 범용 프로그램으로 새로 만들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은 계산량이 워낙 많아서 클러스터 없이는 분석이 힘들었지만, 이번에 필요없는 계산을 많이 제거하고 Julia로 주요 부분을 거의 교체했다. 다른 일이 많이 겹쳐 있어서 늦어지고 있지만, 아마도 2015년 2분기 중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과 사사

전체 연구 계획과 설계, 진행은 김빛내리 교수님, 장혜식, 임재철, 하민주 박사가 했습니다. TAIL-seq 기술은 장혜식, 임재철이 공동으로 설계하고 개발했습니다. 두 논문 모두 주요 생화학 실험은 임재철, 하민주 박사가 수행했습니다. 두 번째 논문 (Uridylation..)에는 권성철 박사, Dr. Dhirendra Simanshu가 실험을 도왔습니다. 이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